06_時事_여행_컴

지하 700m 어둠 속에서 33인 탈출성공

전동키호테 2010. 10. 14. 16:09

13일 밤 9시55분께(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갇혀있던 서른세 번째 광부 루이스 우르수아가 천천히 캡슐 밖으로 걸어나오는 순간 산호세 광산 상공엔 칠레 국기가 그려진 풍선이 일제히 떠올랐다.

희망캠프 입구에 설치된 대형 화면 앞에서 구조 장면을 지켜보던 광부 가족들 사이에서는 샴페인이 잇따라 터졌고 우루수아를 실은 캡슐이 올라오는 내내 멈추지 않았던 '치치치 레레레, 칠레의 광부들' 구호와 노랫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이날 자정 '1'에서 시작해 매몰 광부가 구조될 때마다 하나씩 높아졌던 TV 중계화면 속 숫자는 드디어 선명한 '33'을 가리켰다.

전날 밤 11시를 넘겨 첫 구조대원을 실은 구조 캡슐 '불사조 2호'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시작된 22시간 여의 구조 작전 '산 로렌소(광부들의 수호성인)'가 서른세 차례의 함성을 터뜨리며 성공적으로 종료한 것이다.

이 22시간을 광부들과 함께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우르수아를 맞은 후 "비바! 칠레"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국가를 제창했다.

일부 가족들은 감격에 겨워 울먹였고 일부는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숨 죽이며 화면을 주시했던 우르수아의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 오랜 기다림 만큼이나 긴 환희를 함께 나눴다.

지하 700m 어둠 속에서는 우르수아가 동료들을 미리 떠난 보낸 채 구조대원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상에 남아 그를 기다린 것은 우르수아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69일을 함께 울고 웃었던 가족들은 마지막 22시간 역시 함께 나눴다.

미리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광부들의 일부 가족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캠프를 떠나지 않은 채 한 사람, 한 사람 가족의 동료들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날 0시11분께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우르수아가 마지막으로 구조될 때까지 가족들은 먼저 나온 광부의 가족에게는 축하를, 뒤이어 나올 광부의 가족에게는 격려를 전하며 33명 광부들 못지 않은 동료애를 보여줬다.

33명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 것을 확인한 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둥켜안고 자축했다.

이후 구조 현장에서 작업 차량들이 경쾌한 경적을 울리며 나올 때마다 캠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가 되어 깃발을 흔들며 함께 환호하기도 했다.

지상에 없던 광부들을 대신해 32개의 칠레 국기와 1개의 볼리비아 국기가 휘날리던 캠프 옆 언덕에서도 가족들의 구호와 노래가 늦게까지 울려퍼졌다.

광산 밖에서 환희의 22시간을 함께 했던 칠레 시민들도 33명 광부의 무사귀환을 힘차게 반겼다.

광부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사는 인근 코피아포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성대한 축제를 시작했으며 수도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 아우마다 대로 등지에서도 시민들이 몰려 나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칠레 곳곳 도로에서는 자동차 경적의 합창이, 그 옆으로는 국기의 물결이 길게 이어졌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