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달걀 사이로
사진 취미를 가진 나는 가끔 예전에 찍은 사진을 돌아보며 과거를 추억하곤 한다. 어제도 사진에 담긴 지난날의 풍경을 흐뭇한 미소로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전철역 승강장에 깨어진 달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진을 찍었을 때 나는 아래와 같은 묵상을 남겼고, 이제 그 글을 독자들과 나누면서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가난하고 고달픈 인생을 섬겼던 주님의 마음을 품고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누리시기를.
승강장에 흘러내리는 깨진 달걀을 보며 고작 더럽다는 생각만 하고 지나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신의 오감이 너무 둔한 건 아닐까.
보이지 않는가.
차가 없어서 퇴근길 지하철로 장을 봐갖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아주머니의 곤한 모습이.
잡히지 않는가.
생활비를 아끼려고 조금이라도 싸게 파는 곳에서
달걀이며 채소를 사들고 만원 지하철을 탔다가
장바구니를 내려놓을 곳이 없어
힘겨워하는 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아프지 않는가.
이제 다 왔다고 안도하며 전철에서 내리다가
그만 봉지를 떨어뜨리고는, 산산조각 난 달걀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한 아주머니의 눈빛이.
느껴지지 않는가.
고생하며 몇 푼 아끼려던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당장 내일 아침 아들에게 에그 스크램블을 해 줄 수 없는
한 아주머니의 속상한 마음이.
스치지 않는가.
다른 짐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피곤한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아주머니의 한숨 소리가.
끝으로 들리지 않는가.
저 사람들이 바로 내가 함께 울고 웃으며
품고 살아가야 할 이들이라는 주님의 그 음성이.
깨어진 저 달걀 사이로…
조각글, 조각묵상 / 박총 - TST(토론토대학 신학부) 재학중
2008년 1월호 큐티진에서 가져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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