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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왜 쇠퇴하고 있는가

전동키호테 2006. 10. 19. 18:03

 

한국의 종교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천주교가 신도 인구는 물론 인구 비중도 급증하면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불교는 인구는 약간 늘었으나, 인구 비중은 감소했다.개신교는 인구와 인구 비중 모두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5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와 지난 9월14일 조계종 종회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화엄회’에서 주최한 ‘한국 불교의 미래를 준비한다’라는 세미나에서 1985년부터 2005년까지 20년 간 한국 사회의 종교 변화를 종합 분석해 나온 결과이다.

지금 종교계는 이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독자적으로 토론회를 열기도 하고 다른 종교계 관계자들과 만나 고민을 공유하기도 한다.특히 ‘비상’이 걸린 개신교계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향란

“세계 50개 대형 교회 가운데 25개가 한국에 있다.한국 교회에는 설교를 잘하는 목사들이 많은데,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기독교인이 14만명이나 줄었다.정부에서 교회에 상처를 주기 위해 (이런 발표를) 한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저기 알아보니 진짜 같다.”

10월12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한국CCC 총재 김준곤 목사의 말이다.김목사의 발언은 종교 인구 통계가 드러난 이후 개신교계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신교의 쇠퇴는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의 종교 변화를 상징하는 최대 사건이다.특히 1995년 이후 이런 현상이 뚜렷해졌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 6백48만명에서 1995년 8백76만명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개신교 인구는 2005년 8백61만6천명이 되어 10년 동안 14만4천명이 줄었다.불교·천주교와 달리 유독 개신교 인구만 줄었다.지역별로 보아도 전남 지역에서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신자가 줄었다.

개신교의 쇠퇴는 지난 20년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꾸준히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비가 더욱 뚜렷하다.1985년 42.6%에 그쳤던 종교 인구는 2005년 53.1%를 기록해 10.5%가 늘었다.불교 인구 22.8%, 개신교 인구 18.3%, 천주교 인구 10.9% 순이다.숫자로만 보면 한국 사회는 지금 종교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셈이다.한국 사회는 1998년을 기점으로 종교인이 과반을 넘었다.

개신교계는 신자가 준 것이 현실화하자 “통계를 믿을 수 없다”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진작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단지 보수적인 대형 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통계 자체를 믿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었다.1997년 발족한 ‘한국 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이 2004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서 ‘1990년대 들어 개신교 인구의 증가율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했던 것이 상징적이다.김준곤 목사 말처럼 지금 개신교계는 보수·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개신교의 쇠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한국 개신교는 왜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
우선 꼽히는 것이 부정적 이미지다.‘한국 교회가 이미지 전쟁에서 패했다’고 규정한 한미준은 자료집 <한국 교회 미래 리포트>에서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대 과제가 이것이라고 지적했다.‘교세 확장, 헌금 강요, 종교 지도자의 영적 자질, 영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것 등에서 불교나 천주교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윤무영
불교는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아 템플스테이 등을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신도 증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미준의 이런 분석은 2004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 교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물음에 개신교 신자들이 “교회가 양적 팽창, 외형에 너무 치우친다”라고, 비개신교인들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고 지나치게 교회 중심적이다”라고 답한 것과 맥락이 이어진다.

한국 교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해마다 3천 개가 넘는 소형 교회가 문을 닫는다.반면 대형 교회들은 문턱이 닳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그러나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비신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한미준이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997년 ‘개종한다면 1천명이 넘는 대형 교회를 다니겠다’고 답한 사람이 28.3%였는데, 2004년 같은 물음에는 불과 2.3%만이 이렇게 답했다.개신교회의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비신자들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 유추할 수 있다.

“앞으로 개신교 세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터교회 방인성 목사는 “개신교계가 사회 공헌이나 교육, 사회 의제들에 대해 이끌어가는 힘이 사회보다 뒤떨어진다.종교로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다”라고 분석했다.새길기독사회문화원 유상태 사무국장은 “한국 개신교는 부흥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살이 쪘다.살을 빼지 않으면 앞으로도 여러 증세가 나타날 것이다.대형 교회가 많이 없어지고 건강한 중소 교회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원규 교수(감신대·종교사회학)는 기독교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개신교가 비종교인들에게 호감도가 낮은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사회 봉사 및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너무 인색하다.전도 활동이 지나쳐서 혐오감을 준다, 헌금을 너무 강조한다, 진리 추구보다 교세 확장에 집착한다,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다, 물량주의에 물들어 있다.도덕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등이다.”

이런 분석 위에서 방목사는 “개신교는 지역 교회가 되지 않고 있다.지역과 관계없이 교인들이 모이니 대형 교회가 버스에 신자들을 실어 나른다.앞으로는 교회가 지역의 사랑방이 되어 탄탄하게 뿌리를 박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철저하게 교구 단위로 움직이는 천주교와 유사한 체제를 그리고 있었다.지난 9월1일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 불교·개신교·천주교 소장 활동가 모임에서도 “개신교 내 비판적 지식인들은 천주교를 모범 삼자고 주장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위기’를 탈출하려는 개신교의 움직임은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다.교회의 규모, 목사의 성향, 속해 있는 교단에 따라 제각각이다.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개신교 세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 개신교가 사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유상태 사무국장의 말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의 급성장은 천주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지난 10년 동안 전체 종교 인구가 2백37만3천명 늘었는데, 이 기간에 천주교 인구가 2백19만5천명 증가했기 때문이다.내용상으로 새로 늘어난 종교 인구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가 된 셈이다.이러니 내부에서 “통계가 맞느냐”라는 의문이 나올 만했다.1995년 통계청 조사에서 천주교회 자체가 갖고 있는 신자 숫자보다 50만명 정도가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2005년 조사에서는 자체 통계보다 48만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도 통계 신뢰도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이 때문에 통계청이 ‘면접원이 가구별로 종교가 있나, 있다면 어느 종교인가를 물어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계 내부의 등록 자료와 비교할 수 없다’라는 해명 자료까지 냈다.한마디로 정서적 천주교인이 실제 천주교인보다 많다는 것이다.

천주교, 수도권·강원·광주에서 약진

천주교는 특히 강원과 광주 지역에서 9% 이상 성장한 것을 비롯해 서울·경기 등에서 인구가 많이 늘었다.서울 지역의 경우 송파·강남·서초·양천 네 곳에서는 천주교 인구가 불교 인구를 앞섰다.송파·강남 등에서 개신교인이 크게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돈’은 이미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흐르기 시작했다.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포교사회학)는 “불교계가 지금처럼 도심 포교를 방치할 경우 오래지 않아 불교는 서울 지역에서 천주교보다 인구 수가 적어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천주교의 급성장에 대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공보기획부 김지용 팀장은 “천주교가 신뢰할 만한 종교로 자리 메김했고, 다른 종교에 개방적이며 사회 봉사 활동이나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것이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했다”라고 분석했다.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천주교는 중앙집권적인 단일 조직이고, 인사 이동을 계속해 부패가 곪아 터지기 어려운 조건이며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토대’만 있다고 신자가 늘어났을까? 이런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 천주교의 ‘개신교 배우기’다.2000년 전후로 일부 천주교회들이 개신교회처럼 적극적 선교 활동에 나섰다.청주교구는 교구 차원에서 움직였다.거리에서 홍보 전단을 나누어주고 공연이나 작품 활동을 통한 문화 선교에도 열을 올렸다.개신교의 쇠퇴와 천주교의 약진 속에서 두 종교는 지금 ‘서로 배우기’를 하고 있다.

   
 
ⓒREUTERS=연합
천주교는 좋은 이미지와 정진석 추기경의 등장 등 호재가 겹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황의 선종과 새 교황의 선출 과정, 정진석 추기경의 등장 등이 언론에서 크게 주목되었던 것도 천주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또 비리 사건이나 추문이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적었던 것도 천주교 이미지를 좋게 한 면이 있다.제사를 수용하는 따위 토착화 노력도 사람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데 일조했다.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 가운데 윤회설을 믿는 사람이 1997년에 비해 2004년 조사에서 15.2%나 늘었다.한국갤럽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80년 천주교는 유교 성향이 강화되었으나 지금은 불교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 내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천주교인들이 개인화하고 있고, 천주교회는 부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천주교가 사회적 영향력이나 재력이 있는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점점 보수화·권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최근 다른 종교에 비해 천주교가 우월하다고 주장한 <이것이 가톨릭이다>라는 책이 천주교 내에서 인기를 끈 것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불교, 도시에서 천주교에 밀릴 가능성 높다”

불교계에서는 지난 9월14일 있었던 ‘한국 불교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토론회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불교의 감소세는 지속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도시 지역에서 천주교에 2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라는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포교사회학)의 분석이 던진 충격파가 상당했다.토론회를 주최한 ‘화엄회’ 사무실에는 토론회 자료집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불교계 언론들은 토론회를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화엄회 자문위원 자승 스님은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 불교의 포교 상황에 대해 수수방관하지 말고 뼈저리게 상황을 인식하고 구체적이며 과학적인 포교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대도시와 신흥도시 그리고 지역적으로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열세를 보이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어린이 및 청소년 불교 인구가 줄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노인 불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김교수는 개신교의 침체 현상과 천주교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또 불교계가 향후 종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심에서 포교 활동을 할 스님들을 발굴하고 도심 포교당을 건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도 조직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 종교 지형의 변화는 아직 질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양적 성장에만 주목하는 것은 종교 본연의 자세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종교 공통의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개신교·천주교 3대 종교가 전체 종교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95.4%에서, 2005년 98.1%로 높아졌다.이들 주요 종교가 특권적·관료적 행태에 함몰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