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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부는 하인즈 워드 열풍에 대한 의견

전동키호테 2006. 2. 9. 13:25
 

“한국에 부는 하인스 워드 열풍, 낯간지럽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가 최근 미국 슈퍼볼의 영웅으로 떠오른 하인즈 워드와 관련해 한국에서 일고 있는 열풍에 대해 쓴 소리를 던졌다.

진 씨는 9일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진중권의 SBS전망대’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하인즈 워드 선수에게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해주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며 “명예시민증을 수여하자는 얘기도 나오는가 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이 선수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다”며 워드 열풍을 소개했다.  그는 “그와 그의 어머니가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일에 비하면 사실 그 이상의 대접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정으로 그를 예우하는 방식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진정으로 그를 예우하는 것은 혼혈인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남들에게 삶이 백 미터 달리기라면, 혼혈인들의 삶은 여러 가지 제도적, 문화적 차별을 뛰어넘는 장애물 경주라고 할 수 있지요. 아니, 때로는 그 수준을 넘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맹렬한 태클을 뿌리치며 달려야 하는 미식축구인지도 모릅니다.”
유독 순혈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이 혼혈인인 워드에 열광하는 점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그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워드 열풍이 낯간지럽지 않느냐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며 “혼혈이라 해서 실컷 무시할 때는 언제고, 무슨 낯으로 이제 와서 그가 ‘한국인 피’라고 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씨는 “한국 국적이 있어도 피부색이 다르다고 한국인 취급도 안 해주던 인종주의적 옹졸함이 갑자기 미국시민까지 한국인 예우를 해주자는 국제주의의 통 큰 마음으로 돌변한 것은, 아마도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독특한 한국식 인생철학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며 한국인 특유의 편견을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출세를 안 해도 억울하지 않은 세상은 없을까”라며 “아무쪼록 워드 선수의 방문이 이 땅의 순혈주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순종을 따지는’ 점을 꼬집으며 “사람이 가축이냐”고 묻기도 했다.

진 씨는 “검은 피부, 노란 피부,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진 한국인으로 불리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인식전환을 주문했다. 평소 일본의 극우인사나 한국의 친일파들의 망언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입장을 펴온 진 씨의 부인도 일본인이다. 

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