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교원 평가 무엇이 두려운가

전동키호테 2005. 11. 10. 09:20

"교원평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교원평가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원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교육부는 '교원평가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2학기부터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고 함으로써 갈등을 더욱 더 증폭시켰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원평가'의 취지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공감하나 그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 입장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원평가의 주체로 학생, 교사, 교감, 교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학부모는 제외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원평가의 주체는 학생이면 족하며, 학부모는 물론 교원평가위원회에 교장, 교감, 교사는 제외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대한 것은 위원회와 평가 대상자에게만 통보되어 교장이나 교감이 평가 자료를 근거로 교사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지 못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며, 교사들 간에도 불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평가결과 낙제점(그 기준도 정해야 하겠지만)을 받은 교사는 퇴출까지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질 때 교원평가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평가하면 교원들이 눈치본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교육은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에 이뤄진다. 가장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이들이 서로에 대해서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게 되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게 됨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교사들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학생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학생들도 소신을 가지고 교육을 하는 교사와 눈치를 보며 교육을 하는 교사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학생들이 어떤 교사에게 높은 점수를 줄지는 분명하다.

교사는 기능이나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교사냐에 따라서 그 과목이 좋아지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한다.
필자는 중학교 시절 폭력교사들로부터 시달림을 받은 경험이 있다. 물론 단체기합이라는 명목으로 나보다 더한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이 다반사였다. 여름철에 반바지 체육복을 입지 못할 정도의 멍을 허벅지에 늘 달고 다녔으며, 남녀공학임에도 한 겨울에 용의검사를 한다고 운동장에서 삼각팬티만 입고 성추행 수준의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어떤 교사는 바늘을 들고 다니면서 이유 없이 콕콕 찔러대기도 했다. 그들에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도 '미친개'부터 '사이코'까지 다양했다.

그렇다고 존경하는 교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존경받는 교사들이 더 많았고, 비난받아 마땅한 교사들은 소수였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이 소수가 일으킨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도 자질이 의심스러운 교사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에게 보통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자질들, 손가락질 받지 않을 만큼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교사를 평가할 만한 능력이 있으며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교사직을 수행하는 교사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교원평가'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가장 큰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받아야 한다" '합리적인 교원평가 실현을 위한 학부모·시민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수용을 촉구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평가받는다는 것은 기분 나쁘지만...

'교원평가'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거부감도 상당히 클 것이다. 게다가 학생이 교사를 평가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평가'라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그러나 평가를 통해서 잘잘못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다는 점과 사회 전반에서 교원만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평가받지 않겠다고 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의 과정, 내용과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인해 합의도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겠지만 일단 '교원평가'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하게 '평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좀더 그 취지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름만 부드럽게 바꾼다고 그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서 그간 배운 것을 평가하는 것처럼, 교원들도 학생들의 평가들 통해서 그동안 자신에 대해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교직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요즘에는 성직자들도 일정 기간이 되면 신도들에게 신임을 물어 시무여부를 결정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때론 마음 아픈 일들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갱신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한다. 교직도 성직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성직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스승으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교육부는 교원평가 이전에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물론 분리해서 추진되어질 일은 아닐 것이다. 교원평가 역시도 공교육을 살려보려는 몸부림의 일환일 테니까. 사교육이 성행하는 근저에는 물론 '내 아이가 남들보다 특별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들어 있지만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잡아야 학생, 학부모, 교사가 숨통이 트일 것이다.

얼마 전 방과후 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계획들이 보도되었다.
환영을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것은 꼭 방과후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왜 정규수업시간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정규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특기교육을 왜 실시하지 못하고, 정규수업 시간에는 왜 유명강사를 불러다 특별수업을 못하는가? 방과후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규수업시간에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육은 죽었다.
학교에서는 이미 학원에서 배웠을 것을 상정하고 가르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수행평가서를 거의 대리하다시피 작성해 주는 학원들도 있단다. 교육부에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뭔가 대책을 내놓으면 지금의 현실은 학부모들의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결과로밖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이 참에 교육부와 관련 단체들은 속된 말로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자기의 입장에 대한 언론플레이만 하지 말고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숨통 트이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펌) ohmynews.com (2005.  11. 10 김민수(dach)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