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통일염원 맛장정`_참게매운탕

전동키호테 2005. 9. 30. 13:05

 
북녘에 친인척을 둔 이가 아니더라도
통일전망대, 임진각에 오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뻐근하니 목이 메어온다.
저 강 건너편에 우리가 가지 못할 곳이 어디던가...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의 들판은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자유로에서 통일동산을 지나 문산 IC로 빠지는 그 길은
철조망으로 인해 적막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김포 옆으로 흐르는 한강 하류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임진강의 잔잔한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그 임진강 근처에 와 보니 그대로 내달려 개성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오리지널 개성 만두는 언제쯤 먹어 보려나...^^

늦여름에서부터 가을이 한참인 지금쯤 임진강 근처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참게장이다.
크기가 작아 먹을 건 별로 없어도 참게장에 맛들이면
덩치큰 꽃게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가을, 임진강 참게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밤나무집 매운탕 전경 (031)835-5484.
자유로-문산 IC-적성-(연천)백학리-비룡교-구미리 우회전-밤나무집매운탕
서울에서 제법 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많다.
나 역시 어렵게 찾아 갔지만 너무도 훌륭한 맛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수족관 안의 참게. 생각보다 크기가 참 작다.


참게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몸통의 길이가 커봐야 10센티 미만이다.
다리가 가늘어 먹을 것이 별로 없고, 생긴 것도 그다지 맛나 보이지 않다.--;;
참게는 주로 임진강 근처와 섬진강 유역에서 잡히며,
이 중 80%가 연천 지역에서 잡힌다.
지난 봄 화계사 쌍십리 벚꽃축제 때 섬진강 참게장을 먹어 본 것이
이 지역의 참게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크기는 섬진강 것이 더 크지만 속 맛은 임진강 것이 더 깊다.
아무래도 비무장지대에서 자란 참게의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밤나무집매운탕의 주메뉴는 메기매운탕이다.
펄펄 살아 움직이는 커다란 메기와 서비스로 넣어주는 잡어의 맛은
여느 집 메기매운탕과 달리 맛이 묵직하며 조미료를 사용 안 해 끝 맛이 개운하다.

게다가 쏘가리매운탕과 겨울의 잡어매운탕은 두 번 이상 찾고 싶을 만큼 매력만점이다.
지금은 가을... 이 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참게매운탕을 먹어 본다.


참게 매운탕 (小자 4만원).
반으로 자른 작은 참게 대여섯 마리를 넣고 미나리를 잔뜩 올렸다.
자체 개발 양념장과 된장 베이스의 맛이 무우와 국물에 깊숙이 베어 있고
그 양념 간은 참게살에 거슬리지 않게 슬그머니 비껴나 있다 .


반으로 자른 참게.


참게의 진정한 맛은 절대적으로 장에 있다.
가느다란 참게 다리살을 끄집어낸다 해서 배가 부를소냐,
참게 몸통살이 서해 꽃게의 몸통에서 후벼파진 살처럼 넉넉할소냐..
참게 장은 수만 가지 맛을 내는 장에서 참게의 깊이를 이해해야 한다.
저 색만으로도 오묘한 맛이 느껴지지 않나?


참게 매운탕 수제비.

매운탕의 빠져서는 안 될 코스^^
쫀득한 홈 메이드 수제비가 진한 국물과 어우러져 입에 착착 감긴다.
들큰하거나 걸쭉하지 않고 흔히 범하는 민물매운탕의 오류인 텁텁함도 없다.


매운탕과 달리 참게 본연의 맛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간장참게장.

간장의 은은한 맛이 참게의 밋밋함(?)과 제대로 만났다.
참게가 순한데 간이 드세면 말이 되나.
쥔장의 센스 있는 감각에 박수를 보낸다.
간장 달이는 데 오로지 마늘, 생강만으로 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해 꽃게 8키로, 꽃게장 만들다 실패해 죄다 버렸던 가슴 아픈 기억이 ..ㅠㅠ.)
슴슴하고 은은한 간장의 향이 참게 살 속에 슬쩍 배여
서로 잘났다고 치고받는 일 없는 `참 맛`이 썩 맘에 든다.

모 방송사 TV 맛 관련 프로그램에서 간장참게장 먹는 모습이 나왔는데
간장참게장에 벌건 양념장 듬뿍 올려 비벼 먹음서 참게장 맛있다고 하는데, 참으로 궁금했다. 과연 참게장의 맛이 온전히 느껴졌을까?

간장게장의 백미라 불리우는 게장 밥비비기^^



손바닥 절반만한 게딱지에 밥을 구겨 넣고 몸통 살을 짜 넣어,
내장과 섞어먹는 게장 밥의 맛은 꽃게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모자람의 극치가 있다.
양이 아쉬워 더욱 소중한 그 맛 ^^

이 집에서 간장 게장 맛이 좋아 1키로 집에 가져 왔더니
입맛 까다로우신 어머니, 맛있다고 좋아하신다.
냉장고에 두고 아껴 먹는 중이다 ~ㅋㅋ

올해는 다행이도 참게가 많이 잡혔다 한다.
이제 슬슬 모습을 감추게 되겠지만 이 가을, 더 늦기 전에 한국의 맛,
임진강의 맛,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맛을 경험해 보자.
국경일 하나 없는 11월, 모처럼의 주말을 이용해 온 가족이 근교 나들이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통일 전망대 한 바퀴 돌고, 이 집에 들러 매운탕 한 냄비 시원하게 들이키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듯 하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밤나무집 아래로 펼쳐진 자갈밭으로 내려가
시원한 임진강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 가도 좋으리...

강 옆으로 펼쳐진 키 낮은 나무에도 가을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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