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말 ‘지대 이뿐 여친,헐,대략 난감!므흣’.

전동키호테 2005. 10. 20. 08:54

 

▼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말  ‘지대 이뿐 여친’ … 헐, 대략 난감!므흣’. ▼

'므흣'. 요즘 10대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50대들에게 그 뜻이 뭘 것 같냐고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색소폰 소리?’ ‘무릎의 옛말?’…. 정답은 ‘수상쩍은 미소나 마음의 흡족함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하나 더 도전해보자. 단어는 '지대'다. 50대들은 그 뜻을 ‘얼굴이 땅처럼 넓은 사람?’ ‘계집애들의 대장?’ ‘힘들 때 기대라?’ 등으로 추측했다.

정답은 이렇다. ‘제대로’라는 말의 변형태. ‘엄청난, 좋은, 훌륭한, 무척’의 의미로 쓰임. 용례도 있다. ‘지대 멋진 차’ ‘지대 무선 담탱(굉장히 무서운 담임선생님)’ ‘지대 이뿐 여친(무척 예쁜 여자친구)’. 비슷한 말로 '와방'이 있다.
이상은 KBS 2TV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뉴’ 코너에 등장한 단어 뜻 맞히기 퀴즈의 일부다. 이 코너는 10대가 흔히 쓰지만 기성세대는 모르는 단어, 반대로 기성세대는 알지만 10대는 모르는 단어들을 가린 채, 이렇듯 엉뚱한 추측만을 힌트 삼아 출연 연예인들이 정답을 맞히도록 하는 것이다.
‘터울’ ‘회수권’ ‘몽니’ ‘설레발’ ‘부지깽이’ ‘깜냥’ ‘마수걸이’ 등 멀쩡한 우리말을 10대들이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10대들 사이에선 일상어라는 몇몇 단어들의 황당함엔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세대공감 올드&뉴’에서 다룬 10대 단어 몇 개를 더 살펴보자.

어미 변화 등 기성세대 이해 불능

'열공' 열심히 공부하자의 줄임말/ ‘지르다’라는 우리말과 ‘신’이 결합된 신조어. 신제품이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일단 사도록 부추기는 가상의 신을 일컬음/ '불펌' 인터넷상에서 자료 등을 올린 이의 허락 없이 다른 곳에 업로드하는 것/ '출첵' 출석 체크의 줄임말/ '도촬' 도둑 촬영의 줄임말.
하지만 여기 등장한 단어들은 말 그대로 ‘방송용’인 만큼 나름껏 가려 뽑은 것들이다. 실제 10대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들 중에는 기성세대로선 도저히 이해 불능이거나 꽤 불량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선, 젊은 세대와 원활히 의사소통하기 위해선, 하다못해 인터넷상의 수많은 텍스트와 그 댓글들을 ‘해독’하기 위해서라도 ‘기초 상식’ 몇 가지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어미에 변화를 주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셈체’ ‘오체’ ‘삼체’다. '셈체'는 ‘~하세요’를 줄여 ‘~셈’으로 쓰는 것. 이어 ‘~하오’를 줄인 '오체'가 등장했고, 여기의 ‘오’를 숫자 ‘5’로 해석해 일종의 낮춤말인 '3체(삼체)'가 나타났다. 지금의 대세는 ‘삼체’. “해주삼(해줘)” “지둘리삼(기다려)” 등 광범위하게 쓰이며 요즘은 가수 천명훈 씨 등 방송 출연자들까지도 즐겨 쓰는 어투가 됐다.
어미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 중에는 특정 연예인의 팬들이 그의 이름을 본떠 사용하는 것들 또한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근영체’와 ‘나영체’, ‘다니엘체’. 영화배우 문근영 씨의 팬들은 "눈이오는근영" , 이나영 씨의 팬들은 "눈이 오나영", 다니엘 헤니 씨의 팬들은 "눈이오다니엘" 하는 식이다.

요즘 10대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새 용어 중에는 그야말로 ‘아무 의미 없는 단어’ 혹은 ‘내 맘대로 해석해도 좋은 단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즐’ ‘KIN’ ‘헐’ ‘뷁’ ‘뚫훍’ 등이다.
이제는 일상어에 가깝게 된 '즐'은 처음 “즐겁게 게임하세요”를 줄인 '즐겜', “즐겁게 채팅하세요”를 줄인 '즐팅'이란 말에서 시작됐다.
이것을 다시 줄여 ‘즐’이라 하기 시작했고, 이제 와서는 ‘즐겁게’라는 의미 외에 ‘상대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기 싫다’는 정반대 뜻으로도 쓰인다. 'KIN'은 ‘즐’자를 옆으로 누인 형태.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헐'은 어이가 없을 때의 감탄사다

 

‘뷁’의 ‘어원’은 더 황당하다. 누리꾼들 사이에 많은 안티팬을 거느리고 있기로 유명한 가수 A 씨의 노래 가사 중 ‘break it’을 빨리 발음한 것.
A 씨의 안티팬들이 ‘상당히 껄끄러움’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함’ ‘어이가 없음’ 등의 의미로 쓰기 시작해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파생어로는 ‘중복’을 뜻하는 ‘중뷁’이 있다. 요즘은 '뷁’을 강하게 발음한 ‘쀍’이 ‘대세’다.
‘뚫훍’은 인도 가수 달러 메헨디의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들리는 대로 적어놓은 것. 그 노래가 초등학생부터 고교생들까지 ‘둟훍송’이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일종의 감탄사 대용으로 종종 쓰이고 있다.

한편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기 위해, 혹은 도저히 할 말이 없을 때 하는 말로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요. 100원만 주세요"라는 것이 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고구마 운운하는 답을 해 진을 빼놓는 것이다.
오자가 그대로 유행어가 된 경우도 있다. ‘완전’을 뜻하는 '오나전', ‘강력추천(원츄)’을 의미하는 '우너츄', ‘생활의 활력소’가 맞는 말인 '생활의 활엽수' 등이다. 그밖에도 ‘환하게 미소 지음’이란 뜻의 '샤방', ‘지루하고 졸림’을 의미하는 '음야', ‘다 쓰다’는 뜻의 '오링나다', ‘좋다’를 변형한 '좇탕', ‘한심한 사람’이란 의미의 '찌질이' 등이 자주 쓰인다. 기성세대로선 참으로 '대략 난감' 한(왠지 어렵고 힘든) 세태가 아닐 수 없다.

▼ '세대공감 올드 & 뉴' 이세희 PD  인터뷰

“세대 간 불통 심각 … 30대가 가교 맡아야”

“프로그램 제작을 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애들은 어른 말을, 어른들은 애들 말을 너무 몰라요. 매회 1000~1500명의 10대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하는데 ‘터울’처럼 흔히 쓰이는 말도 1000명 중 812명이 모른다고 하더군요.”

‘세대공감 올드&뉴’의 연출을 맡고 있는 KBS 이세희(35·가운데) PD의 말이다. 이 PD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올드&뉴’에는 30대 이상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다.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화할 거리를 찾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에는 20대 연예인들도 퀴즈에 참가시켰는데 영 신통치 않았어요. 안 되겠다 싶어 이휘재, 탁재훈, 신정환, 이병진 등 30대로 통일했지요.
언어에서도 30대가 나서 세대 간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기사 제공= 주간동아/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Craz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