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셋셋세~ 아침바람 찬바람에_생활 속 일제 잔재_01 (강추)

전동키호테 2005. 8. 10. 11:07

시민들도 ‘일제 잔재 청산’에 한마음
일회성 아닌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해야

③ 어린이 놀이
일본놀이 보급, 치밀한 계산으로 이뤄져
‘셋셋세~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 구리구리구리 가위바위보.’

어렸을 적 이 놀이를 안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 꼬마 애들도 다 안다. 단순한 놀이이지만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의 놀이는 어렸을 적 기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따라다닌다.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해오던 아이들의 놀이 가운데에서도 일제 잔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일제가 심어놓은 아이들의 놀이는 얼핏 우리 전래동요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같은 놀이들은 일제 교육 잔재의 하나다. 일제는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신들에게 쉽게 동화되도록 놀이와 노래 등을 의도적으로 전파한 것이다.

◆어렸을 적 추억이 일본놀이라니 = 앞의 ‘기러기 놀이’를 보자. 기러기 놀이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놀이를 시작할 때 많이 쓰이는 ‘셋셋세~’라는 말은 일본말이다. 광복60주년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에 시민제안 공모를 낸 주보연씨에 따르면 ‘셋셋세’는 손을 마주 대다라는 뜻의 ‘셋스루’에서 생겨난 말이다. 손을 서로 맞잡고 ‘셋셋세(せっせっせ)’ 하는 것은 놀이 게임 등의 준비동작이라는 뜻이다. ‘구리구리’ 역시 가볍게 돌리는 모양, 우리 말로 빙글빙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같이 일본말이 남아 있는 놀이는 그나마 일제 잔재 여부를 알아보기 쉽다. 그러나 줄넘기 놀이인 ‘꼬마야 꼬마야’ 등은 아예 민속놀이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도 일본 놀이가 전해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묵찌빠의 경우는 일본 군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얘기도 있다. ‘묵찌빠’는 ‘구찌빠’에서 유래한 것으로 구는 군함, 찌는 침몰, 빠는 파열이라는 뜻이라는 얘기다. ‘오재미’ 역시 오테다마라는 일본 어린이들이 팥 등을 담은 천주머니를 갖고 놀았던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다르마 상가 고른다’라는 일본놀이가 원형으로 일본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똑같은 놀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방구’ 역시 일제강점기 아이들이 일본 아이들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속놀이 보급, 학교가 앞장서야 = 일제시대 한민족 어린이들에게 일본놀이를 보급시킨 것은 ‘황국신민화’를 위한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동요나 노래를 가르치면서 그들의 정서 속에서 자라도록 한 것이다.
성인들이 수십년전 했던 노래와 놀이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릴 적 배우는 놀이와 노래가 얼마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는 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민족정체성 교육은 우리나라 교육과정 제1목적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를 가르치지 못한다. 학교의 제일 큰 축제인 운동회에도 오재미나 피구는 있지만 전통놀이는 기껏해야 씨름 정도다. 운동회조차 일본 군국주의 산물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풍성한 세시풍속들은 하나둘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 들어 일부 학교에서 운동회를 ‘지역사회 대동제’로 바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투호놀이, 윷놀이, 제기차기판을 벌이는 것 등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내일신문 2005 08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