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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야기_감나무_매실_녹차

전동키호테 2013. 7. 31. 08:56

 

후배 귀농인을 위한 책을 집필 중인 경남 하동 조동진 씨(53)

반짝이는 햇살을 머금은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곳, 평사리 최참판 댁을 내려다보는 지리산의 끝자락에 고풍스러운 한옥이 자리해 있다. 앞마당으로 텃밭과 그 아래로 펼쳐진 감나무 밭이 그림 속 풍경을 연출한다. 금융업에 종사하다 2009년 귀농한 조동진 씨의 현재 보금자리의 모습이다. 귀농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에 녹아든 그의 그림 같은 삶을 담아보았다.

실질적인 ‘청학동(靑鶴洞)’에 머물다

“20년도 넘었죠. 오래전부터 귀농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었습니다. 원주부터 청송, 영주 등 안 가본 곳이 없었죠. 특히 강과 산, 바다와 들판이 어우러진 명소를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섬진강과 지리산이 그림처럼 펼쳐진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40여 년의 도시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시골을 잊은 적이 없다는 조동진 씨. 금융업과 개인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안정은 물론,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까지 그야말로 행복한 가족의 표본을 보여준 그였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항상 시골에 대한 향수로 가득했다. 도시생활은 그에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항상 낯설고 조급한 생활이 싫어 결심 끝에 2009년 섬진강 변 지리산 끝자락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평사리 최참판 댁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관광명소로 알려진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섬진강 대로변에 자리해 있다. 바로 그 최참판 댁을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골목을 비집고 오르면, 최참판 댁의 꼭대기 즈음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에 조 씨의 고즈넉한 한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말처럼 강과 산, 들판이 어우러져 있으며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수시로 다니다가 십여 년 전 최참판 댁 정자에서 바라다 보는 풍광에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후 그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과수원을 샀습니다.”

집 앞으로 펼쳐진 과수원은 15년 수령의 대봉감밭이다. 대봉감은 지역특산물로 귀농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주민과도 같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 인심 좋은 주민은 과수관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주민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풍경 좋고 인심 좋은 이곳에서 과수원과 집값으로 약 2억~3억 원을 투자한 그는, 감나무 700평과 매실 100평, 칼슘나무 30평, 반송 150평 등을 통해 연 매출 1,500만 원을 달성했으며, 점차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향의 마을을 이야기할 때 흔히 <오복동>, <도원>과 더불어 <청학동>을 이야기한다. 조 씨는 이중 하동에 전해지는 <청학동설화>의 실질적인 지역이 바로 이곳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명상으로 청학동은 30분 내외에 위치한 옆 마을이지만, 그의 말대로 정자에 올라 뒤로는 지리산과 앞으로는 섬진강을 바라보면 ‘이곳이 진정 청학동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10여 년의 설득, 그리고 찾아온 행복

“귀농을 생각한 것은 20여 년 전이고,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도시 사람인 아내에게 시골로 가자는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가 없었죠. 그래서 오랜 시간을 두고 세뇌를 했죠.”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난 조 씨 부부는, 5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풋풋한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부부에게도 갈등은 있을 터였다. 그의 말대로 귀농이란 도시 사람들에겐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의료문제는 ‘어차피 차가 막히는 서울도 병원에 가려면 15분 이상이 걸린다’는 것, 교육문제는 ‘아이들이 다 컸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문화시설은 ‘지역 축제가 많은 데다 차가 막히지 않아 어디든 편안히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귀농 후에 맞이한 현실이 그의 설득, 이상의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인근에 지리산학교가 있어 기타나 판소리 등 다양한 강좌(현 15과목)를 싼값(5만 원)에 신청해 교육받을 수 있고, 폐교를 활용해 국립오페라단이 찾아와 무료공연을 여는가 하면, 5분 남짓한 거리를 차로 이동하면 큰 홀에서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었다.

“비록 시골이지만 공연의 질도 매우 좋고, 축제에 참여하는 게스트만 봐도 오히려 도시에서조차 쉽게 볼 수 없는 이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교육 수준도 매우 높아서 이름 있는 강사들이 강좌를 열곤 합니다.”

10년의 설득 끝에 부부는 하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 아내는 행복하다 말한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작은 일에도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오히려 도시가 더 외롭다’, ‘텃밭이나 꽃밭을 가꾸는 재미’ 등 아내는 행복 조건을 수두룩하게 늘어났다.

‘책 읽는 농사꾼’에서 ‘책 쓰는 농사꾼’으로

“앞으로 기후에 상관없는 효소에 대해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또한 칼슘나무를 기르고 있는데, 묘목 판매 및 열매를 활용한 효소액 판매로 서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귀농 첫해부터 써내려간 세세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40여 년의 도시생활 속에선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목표들을 그는 하나씩 실행해가고 있다. 특히 독서를 좋아하던 그는, 자신의 귀농일기를 엮어 책으로 발간하고픈 꿈을 내비친다. 그의 일과를 보면 글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새벽 5시 즈음 잠에서 깬 그는, 이른 시간 명상과 함께 글쓰기에 심취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과수원 일을 보며 하루를 보낸 뒤 해가 떨어지면 또다시 책을 펴거나 혹은 글을 쓴다. 물론 아내와의 약주를 간단히 나눠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한 강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습에 전념한다. 계획 중인 강좌는 ‘시 짓기’.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살아가는 지금, 그는 뭘 해도 문학가의 감성이 묻어난다.

독서를 좋아하던 사업가에서 글 쓰는 농사꾼이 된 조 씨. 그는 귀농 후의 삶을 낭만 속에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귀농을 결심해서는 안된다. 그 역시도 농촌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농지에, 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죠. 또한 판매경로가 확실한 지역특산물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친환경에 뛰어들기보다 관행농업에서 서서히 친환경으로 바꿔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덧붙여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위한 노력도 강조한다. 마을에 사는 것은 집을 사고 땅을 사서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 받아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씨 역시 마을에 집을 짓기 전에 마을회관을 찾아가 지역 어르신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틈나는 대로 찾아가 인사를 하고, 특히 이장과의 꾸준한 상담이 그에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마치 자식을 대하듯 반겨주는 마을 어르신 덕에 고향보다 더 고향 같은 애향심이 생겼다.

20년간의 약속이 선물한 건강

“귀농은 스스로 다짐해온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고 나니 요즘엔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머물게 된 요즘은 건강도 좋아져서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금융업과 개인사업으로 40여 년 동안 도시에서의 바쁜 삶을 보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건강이 악화되어 갔다. 스트레스로 인한 견두통, 전립선 등의 문제가 생겨났던 것이다. 귀농 첫해인 2009년 그의 건강상태가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4년차를 맞는 지금, 그의 건강상태는 ‘싱싱’해졌다. 20년 동안을 기다려온 시골에서의 삶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줌은 물론, 흙을 밟고 몸을 움직이는 노동을 하다보니 건강은 날로 좋아졌다.

“도시와는 달리,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로 주민과 어울리다 보니 마음도 평온해지고 건강해졌습니다. 또한 손자들에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고향다운 곳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행복감을 느낍니다.”

조동진 씨는 20년간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선물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남은 평생을 이곳에서 보낼 것이라 했다. 20년, 아니 50년이 지난 어느 날, 다 큰 손자들이 조 씨의 감나무 밭에서 일을 도우며 구슬땀과 미소를 주고받는 행복한 모습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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