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경제_建_문화

엄마가 뿔났다

전동키호테 2008. 7. 22. 08:58
지난 주 토요일 주말.. 오랜만에 피곤하다는 핑게와 쏟아지는 장마비로 쇼파에 앉아
TV를 보았다...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김수현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나이드신 어머니가 1년을 휴가를 요청하는 내용이다..가족이 모두 놀라고....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대사 하나하나가 실감나고 재미나다.. * 동키호테 생각*
 
김혜자의 독립 … 이시대 어머니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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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K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김혜자) 아주머니가 드디어 1년의 안식년을 얻어 공식 가출했습니다. 남편과 장성한 3남매의 결사반대를 뚫고 쟁취한 35년 만의 휴식이자 독립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현실이 교차했습니다.

칠순의 어머니가 최근 독립했습니다. 50년 가까이 6남매를 뒷바라지하며 살았던 당신이 “이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며 방 두 칸의 전세로 홀로서기를 하셨습니다.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며 짓는 웃음에 머리가 얼얼했습니다.

드라마나 현실 속 남매들은 한결같더군요. 자식과 함께 살며 효도 받고, 손자들 돌봐주며 재롱보고 사는 게 노년의 행복이라고 외칩니다. 그 나이에 다 키운 자식들 뒤치다꺼리해주는 게 힘에 부치고, 손자들 건사하는 게 얼마나 등골 빼먹는 중노동인지, 나 편하자고 외면한 거죠. “세상 엄마들 다 비슷비슷하게 산다” “왜 그리 유별나게 구냐”는 말 역시 ‘엄마가 왜 의무를 게을리하느냐’고 쏟아낸 엄포이자 짜증이었을 따름입니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평생의 십자가를 이제 그만 내려놓겠다는 것뿐인데, 포기한 채 살아왔던 인생의 자투리 부분이나마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살아보겠다는 것일 따름인데 말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 들어도 돌봐주며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고, 우리는 흔히 ‘위대한 모성’을 들먹이며 말합니다. 삶의 고단함에 짓눌려 때로는 선병질적으로, 때로는 고요한 바다처럼 토해내는 한자 아주머니의 독백이 어머니가 되뇌었을 말들로 변해 가슴에 와 박힙니다. 자의적 판단,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기심에 낯이 뜨거워집니다.

김수현 작가는 ‘엄마는 뿔났다’의 한자 아주머니를 통해 노년의 초상을 색다르게 붓 칠합니다. 로맨스 그레이·황혼 이혼·치매·일탈·섹스와 같은 상업적 소재주의를 훌쩍 뛰어넘어 노년의 진솔한 욕망을 언급합니다. 그 어느 세대보다 절박한 정체성과 자존감 회복을 향한 욕망일 겁니다.
2008-07-22
용원중기자 goolis@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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