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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서 매일 줄넘기하는 남자, 목적은 `취직`

전동키호테 2008. 6. 13. 17:29

 

[TV리포트] 서울 남산에서 줄넘기를 하며 구직활동을 벌이는 남자가 있어 화제다. 올해 44살의 이순길 씨가 그 주인공. 12일 방영된 SBS ' 순간포착세상에이런일이'가 그 사연을 소개했다.

이 씨가 줄넘기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4년째다. 목적은 취직. 그래서 복장도 특별하다. 흰색 윗도리에는 '구직'이라는 커다란 글씨와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와 같은 취득 자격증도 써 놨다. 옷 자체가 이력서인 셈이다.

바로 옆에는 화이트보드를 세워 뒀다. 거기에는 '신(新) 연목구어, 나무위에서도 고기를 잡을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의 선언을 담았다.

이런 그의 하루 줄넘기 횟수는 약 3만 회.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쉬지 않고 뛴다. 누가 보건, 보지 않건 상관없이 묵묵히 줄을 돌린다.

"취업이 하도 어려운 시기니까, 나 같은 40대한테 이력서는 무용지물이에요."
이 씨도 처음에는 평범하게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항상 떨어졌다. 나이가 많고, 경력도 없는데다 양손의 가운데 손가락이 불편해서다. 그의 왼손 중지의 경우 마디 하나가 없다.

그러던 차에 줄넘기를 시작했다. 그저 살이나 빼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점점 숫자를 늘리고,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해낸다'는 다짐 또한 하게 됐다. 남산에서 하는 줄넘기는 이런 의지를 매일 다잡는 과정인 것이다.

현재 그의 직업은 건설현장 노동자다. 20년 째 해온 일이다. "최선을 다해서 부모님 살아계실 때 양복입고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진=방송장면)  [이지영 기자 alla33@freech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