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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자유 외쳤던 '대광고 강의석'_"병역 의무 왜곡된 것"

전동키호테 2008. 5. 5. 00:39

종교자유 외쳤던 '대광고 강의석', "병역 의무 왜곡된 것"

종교자유 선봉에서 택시기사, 그리고 호스트바에서 일하기까지…

 

 

연분홍 셔츠를 입은 강의석(23)씨는 만나자마자 영화 얘기부터 풀어놨다. 최근 덴마크 코미디 영화 ‘터질거야’를 재미있게 봤다 했고, 2일 전주영화제에 간다고 했다. ‘숙소를 해결했냐’는 질문에,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댓글을 달았던 한 사내가 자기 집에서 묵게 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2004년, 학교가 학생들에게 개신교 예배를 강요하는데 반발해 시위에 나섰던 ‘대광(大光)고 강의석’군. 이 문제로 제적까지 당한 그는 한 달 넘게 단식 투쟁을 한 끝에 학교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학원은 예배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시 언론은 그를 ‘학교에 맞서 종교의 자유를 성취해낸 한 고등학생’으로 불렀다.
 

 그랬던 그가 이제 나이 스물셋의 강의석씨가 되어 서울대 법학부를 휴학한 채 호스트바에서 일한다. 그 사이에 택시 운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대 가기 싫다”고 말했고, 이것이 “군대 가서 삽질하느니 호빠가 낫다”로 와전돼 수많은 네티즌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4월30일 서울 종각에서 그를 만났다. 생각보다 키가 컸고, 낮은 목소리의 울림을 갖고 있었다.

 

◆택시 드라이버와 호스트바

- 호스트바에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런데 지금 일하는 호스트바엔 손님이 없어요. 한 친구가 잘 나가는 델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직장을 옮길 생각이에요. 전에 있는데는 한 3일 나갔어요.”

 

- 3일로 부족합니까? 더 하려는 이유가 뭔지.
 “글쎄?.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손님 만나는 기회도 적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기회도 적고, 같이 술 마실 기회도 적으니까 호스트의 경험을 제대로 맛보지 못해요. 이러면 호스트 해봤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 그런데 말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저도 왜 내가 이 일을 하려는 건지 생각하고 있어요.”

 

-성적 수치심을 굳이 경험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굳이 경험해서 ‘제 자신을 성장시키겠다’ 는 건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다 해보자, 그래서 하는 거에요. 그러니 ‘왜 하세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해요. 할 말이 없어요. 그냥 해보는 거에요. 또 돈도 벌고, 사람도 사귈 수 있고, 술도 많이 마실 수 있고, 내가 마음 만나는 사람 만나면 섹스도 할 수 있는 거고.”

 

-이전엔 또 택시 운전을 하셨습니다.
 “네. 3월 18일부터 4월 20일쯤까지 했어요.”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조금 알겠다’고 말했는데 뭘 알았습니까?
 “어? 택시 하면 무릎도, 허리도 아프고. 육체적으로 참 힘든 직업이다, 그걸 알 수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이 탈까?’ 이런 질문들이 해소가 됐고. 그런데 한 달 밖에 경험 못했으니까 택시기사들의 힘든 삶을 경험했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한 달이면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여행하는 느낌으로 한 것 아닙니까?
 “네. 맞아요.”

 

-남들은 평생 하는 직업입니다. 자기는 그 중 얼마나 경험해봤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말 적은 것 같아요. 처음엔 어색한데 3주쯤 지나고 나니까 저녁시간 되면 서로 문자 보내서 ‘밥 먹지 않을래’ 그러세요. 끝나면 ‘오늘 돈도 많이 벌었는데 술이나 마시러 가자’ 해서 술 마시며 말씀도 많이 하시고. 해서 ‘어떻게 사시는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때쯤 그만뒀으니까. 그런데 모르겠어요. 3개월, 6개월 더 많이 하면 그런 삶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건지.”

 

◆ “군대 가느니 호빠에서 일하겠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대 가기 싫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했다. 복싱을 하다 머리를 다쳐 공익 판정을 받았건만 요지부동이다. 그런 그에게 “순전히 개인적인 동기에서 그런 건가”라고 물었더니 “네, 아니, 개인적인 동기라는 게 어떤 거죠?”라고 그는 반문했다.

 

-군대 가기 싫은 게 고등학교 시절 종교의 자유를 외쳤던 동기와 같습니까?
 “그때 들었던 게 뭐냐면 ‘튈려고 작정했구나’ 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의견들이었어요. 저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  이기심의 발로죠. 그런 욕심을 이루기 위해 세상을 바꾸려고 나선 거였고. 군대 문제도 내 삶과 다른 사람의 삶, 경계선상에 있는 거 같아요. 이걸 하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갑자기 그의 말이 빨라졌다. 그는 6?25 전쟁부터 60년 가까이 지났는데 군사정책적인 면에서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고, 모든 신체건장한 남성이 군대를 가서 훈련을 받는 게 엄청난 국가적 재원 낭비라고 했다. 이미 준비된 말처럼 보였다. 나는 말을 끊었다.

 

-과거에도 수많은 사람이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자는 등 현 병역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왜 바뀌지 않았을까요?   “중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제가 남중?남고를 나왔거든요. 1, 2학년 땐 다 남녀공학을 원해요. 그런데 3학년들은 설문조사를 하면 무조건 반대해요. 남녀공학이 싫어서가 아니라 배 아프니까, 반대하는 거 같아요. 이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잘못된 제도인 걸 알면서도 누가 바꾸자고 하면 ‘안 돼, 나도 고생했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 같고.”

 

-강의석씨가 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인권 변호사분들 찾아 뵙고 얘기를 해봤는데 법적으로나 뭐로나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도를 바꾸기도 힘들고 감옥을 갈 수밖에 없다면 군대를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사실 제가 공익이라서 마음 편하게 다니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없다, 내가 옳지 않다고 하는 일을 하는 것은 내 삶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옳지 않아서 하기 싫은 건가요? 하기 싫어서 옳지 않은 건가요?
 “그건? 너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구분을 못 짓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만약 강의석씨가 군대를 다녀온 뒤 이렇게 말했을 때 제도가 바뀔 수 있다면요?
 “그러면 가야죠. 제도를 바꾸는 게 제가 할 일이기 때문에?”

그는 갑자기 혼잣말로 “아니 왜 이래, 갑자기 웬 소명의식이”라고 말하며 혼자 웃곤, “제도를 바꾸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라고 말을 정정했다.

 

-그렇다면 가기 싫은 것보다 제도를 바꾸고 싶은 욕망이 더 큰 겁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 슬로건이랄까, 그게 뭐냐면 ‘저는 대한민국에 무임승차하려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 같은 식으로 시간을 때우고 자기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헌법에 나오는 국방의 의무를 인정하는 건가요?
 “그건 인정해요. 그러나 병역법을 통해서 왜곡된 병역의 의무는 잘못 됐다고 생각해요.”

 

-미니홈피엔 ‘헌법이고 뭐고 일단 하기 싫다’ 라고 쓰셨었는데.
 “그건 정말 제가 몰라서 한 말 같아요. 이번엔 진짜 제가 말을 잘 못한 거 같아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잃게 만들고.”


-친한 사람을 많이 잃었나요?
“후배, 친구들 중에서 ‘아, 너 정말 괜찮다’ 이랬던 친구들이 이젠 ‘미쳤다, 상대 못하겠다’고. 후배 중에서도 ‘선배라는 게 수치스럽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동기 중에서는 ‘같은 서울대라는 게 수치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 “악플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군대 가서 삽질하느니 호빠가 낫다’ 제목으로 나간 기사에 악플이 많이 달렸습니다. 신경 쓰이지 않으세요?  “악플이든, 칭찬이든 그 분들이 생각하시는 거니까.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말씀하시잖아요. 원래 제목은 선정적으로 뽑는 거고. 그래서 그냥 이해하죠.”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학내 사이트인 ‘스누라이프’에도 그간 자신을 둘러싼 오해들에 대한 글을 썼다. 5월1일 현재 달린 댓글이 78개. 대부분이 악플이다.

 

- 악플이 많이 달렸는데?
 “왜 저를 이렇게 싫어할까? 정말 전 이해가 안 되요. 전 나쁜 사람 아닌데.”

 

-그런 악플들이 신경 안 쓰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진실이 아닐 땐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분들 보면서 생각을 해요. 그분들 말씀하시는 게 진짜 내 본 모습은 아닐까. 제가 서울대 들어갔을 무렵 ‘서울대 가려고 저 쇼를 했다’ 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제가 진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또 ‘이게 진짜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냐’란 말이 많이 나와서 고민해봤는데, 그건 맞는 말 같아요. 악플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요.
 
인터뷰를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가 명함을 건넸다. 자신의 정면 사진이 들어가 있는 명함엔 ‘Kang We-Suck’이란 영어 이름과 ‘영화감독’이란 직함이 달려 있었다. 쑥스러운 듯 그가 말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지금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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