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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자의 '60층짜리 저택'을 바라보는 씁쓸함

전동키호테 2007. 6. 8. 20:07
  • 인도 부자의 '60층짜리 저택'을 바라보는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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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필리핀 주재 외국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 지사가 몰려 있는 마닐라의 한 고급호텔 내 중국 음식점에서 매우 생소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한 눈에 봐도 부유층임을 알 수 있는 일행이 중국 음식점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까지 있는 것으로 봐 가족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가족 뒤로 젊은 남녀들이 빙 둘러 서 있는 게 이상하게 생각됐다. 동행한 분이 눈치를 채고 하인이라고 살짝 얘기해 줬다. 필리핀 부유층들은 가족 수대로 하인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인들은 식사시간 밥을 먹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밥을 흘리거나 물을 달라고 하면 종업원 대신 재빨리 휴지로 닦아주거나 가져다 준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낯설기만 하지만 빈부 격차가 워낙 심한 필리핀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최소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현장같지만 정작 필리핀인들은 그리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간 빈부 격차 못지 않게 한 나라의 국민간 빈부 격차도 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금융과 부동산 자산을 많이 소유한 계층은 경기 흐름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일은 다반사다. 미국에서조차 한 해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는가 하면 정부가 제공한 식권으로 끼니를 때우는 극빈층이 적지 않다. 빈부 격차는 국가간 협력과 지원을 통해, 국민간 빈부 격차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해소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빈부 격차는 확대되는 것 같아 착잡하기 그지 없다.

     

    인도에서 전해진 한 부자의 60층짜리 저택 신축 소식은 국가간 또는 국민간 빈부 격차를 새삼 생각나게 한다. 인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한다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이 인도 금융중심지 뭄바이에 일반 건물을 기준으로 무려 60층이나 되는 저택을 신축중이라고 한다. 건물 높이만 173m란다. 외신에 보도된 건물 조감도를 보니 초호화 업무용빌딩과 다름없다. 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이 저택을 관리하는 데에만 수백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집에서 살 사람은 그 회장과 부인, 아이들 3명 등 겨우 5명이다.

     

    돈이 넘쳐나 주체를 못하는 부유층이 100층짜리 저택을 짓던 말던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저택을 짓거나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하기에 나무랄 수만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주변과 사회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도나 필리핀 사람들의 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글로벌시대인 요즘 상식과 도를 지나친 부의 과시는 끝내 화를 자초할 뿐이다. 출장시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애용하고 낡은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는 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회장이나 재산에 비해 소박하기만한 주택에서 수십년 살고 있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존재가 새롭게 다가온다.  www.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