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경제_建_문화

사장도 임원없이 노동자만 있는 초콜릿 회사

전동키호테 2007. 5. 13. 20:23

 

"천재 초콜릿 개발자 윌리 웡카와 공산주의 사상의 아버지 칼 마르크스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한다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장도 없고 전 사원의 봉급도 같은 초콜릿 회사가 등장해 아르헨티나 스타일의 신(新) 노동자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에 위치한 초콜릿 회사 '겔코'(Ghelco)는 마르크스와 동업이라도 한 듯, 사주도 경영진도 없으며 전 직원이 동일한 급여에 동일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물론 정장을 입으라는 상사의 명령도 없고 이직하는 사원도 없다.

겔코는 금융위기 닥친 5년 전 무너졌으나 해고된 직원들이 소생시킨 기적의 회사. 당시 겔코는 수 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으며 결국 직원 91명을 전원 해고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직원들은 2002년 초콜릿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개인 자금을 모아 기계를 고치고 카카오 등 초콜릿 재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공장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계층 직원들은 회사가 소생할 리 없다며 돌아오지 않았다.

영업부 사원 다니엘 로페즈는 "처음에는 아무도 우리가 회사가 잘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우리를 야만인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겔코가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마련했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경제 법칙을 새로 쓰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겔코 직원들에게 회사를 소생하는 일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다.

회사는 현재 공급자들과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아 안정적인 상태. 겔코 직원들은 초콜릿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회사가 무너지기 전보다 2배 이상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사원 로페즈는 내집 마련에 성공하고 입양한 딸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로페즈는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진들이 없기 때문에 겔코의 기적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겔코의 성공 신화로 아르헨티나에서는 노동자가 소생시킨 회사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닫은 가죽 처리공장 코르티도로스 우니도스 리미타다의 노동자 44명은 지난 3월 공장 가동을 10% 재개한 상태다.

이 공장의 직원 살바도르 페르난데즈는 "아마도 다른 회사를 알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노동자 중심의 회사라는 콘셉트가 맘에 들었다"면서 "자기 자신의 상사가 되는 것, 아주 괜찮은 일이다"고 말했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