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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난다 갈대숲 사이로"겨울문턱에 찾아간 순천만

전동키호테 2006. 11. 6. 12:15
"가을이 떠난다 갈대숲 사이로"겨울문턱에 찾아간 순천만 "
- 유연태·여행작가 '

▲ 순천만 탐사선이 물결을 헤치며 천천히 나아간다. 누런 갈대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부드럽게 흔들린다. 신발끈 조여 매고 갈대 군락을 헤집었던 하루가 끝나간다.

벌써 11월. 겨울의 시작, 한 해의 끝이다. 며칠 전 한강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보았다. 갑자기 몸이 쑤셔왔다. 이튿날 전남 순천만으로 달렸다. 갈대의 합창, 갯벌의 생명력, 겨울 철새의 날갯짓.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이나마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낙조가 기다리는 곳이다.

순천만 대대포구에 도착했다. 장어구이를 시켜먹은 뒤 선창을 서성거리며 배를 기다렸다. 순천만 탐사선은 늦은 오후의 끄트머리, 해질 무렵 타야 한다. ‘흑두루미호’가 갈대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수로를 따라 갯벌 지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흑두루미호’ 선장 서근석씨(46)가 마이크를 잡았다.

“순천만은 총연장 40km 정도의 해안선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갯벌, 갈대밭, 염습지 등이 고루 발달해 있으며 갯벌 면적은 800만평, 갈대군락지는 30만평 되는데 갈대밭 면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정 해역이다 보니 겨울이면 철새들도 많이 날아옵니다.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

“저기 멀리 아주머니 한 분이 보이지요? 지금 맛 조개를 잡는 중이랍니다. 앞에 보이는 그물로는 칠게와 망둥어, 숭어를 잡고요. 짱뚱어는 날이 추워지면서 뻘 속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나온답니다.”

선장은 두어 군데 개흙에 선체의 머리를 박는다. 탑승객들에게 보다 가까이 순천만의 속살을 보여주려는 친절이다. 갯벌에는 벌써 흑두루미하며 청둥오리, 마도요 등 부지런한 겨울철새들이 날아와 앉았다. 배의 엔진소리에 놀란 듯 8마리의 흑두루미가 하늘로 날아올라 갈대밭 더 깊숙이 숨어든다.

탐사선 앞머리에 앉아서 바닷바람 맞으며 순천만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객들은 저마다 한 마리의 칠게가 되고 한 줄기의 갈대가 된다. 멀리 고흥 팔영산이 보일 때쯤 탐사선은 뱃머리를 돌린다. 이번에는 광양의 백운산이 보인다. 밀물이 들어와 수로에 물이 가득 차자 탐사선은 얼마 전 완공된 순천만 무진교를 지나 상류로 올라선다. 그리고 다시 선창. 50여분 걸린 여행이 끝났다. 열 댓 명의 여행객들은 배에서 내리며 “순천만은 어머니 품처럼 푸근하고 아늑했다”고 입을 모았다.

갈대군락 사이 산책로가 순천만 전경을 감상하기 좋은 용산 전망대로 이어진다. 하루 해가 고단한 몸을 별량면 야산 줄기 뒤로 숨기기 시작하자 순천만이 시시각각 다른 빛깔로 물들어 간다. 누리끼리하던 갈대밭은 황홀한 황금빛으로, 하늘은 주홍, 보라를 거쳐 잿빛으로 차근차근 옷을 갈아입는다. 마침내 탐사선이 지나간 물길마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돌아서 무진교를 건너려 할 때 무언가 물컹 밟힌다. 내려다 보니 신발닦이용 발판.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뿌려놓았다. 11월 말이면 철새가 날아와 더욱 아름다운 순천만이었건만. 올 겨울만큼은 새떼의 방문이 무서워진 것일까. 그래도 나는 갈대의 노래 들으러, 낙조의 위로를 받으러 또다시 그곳에 배를 타러 가야겠다


순천만 탐사선 이용정보

흑두루미호 016-599-1655, 탐사선 1호 019-605-1914, 2호 019-622-2921, 3호 011-622-9465. 대대포구 선창 매표소에서 승선권 판매. 배삯 어린이 3000원, 어른 5000원, 인원이 적을 경우 5인 이하 가족 기본 3만원. 포구의 자전거 대여점(061-741-3157)에서 자전거 빌려 타고 둑길을 달리다 갈대 숲을 감상해도 좋다. 이용료는 1시간 기준 2000원(어린이용), 3000원(1인용), 5000원(2인용).


갈대 빗자루

대대포구의 순천만 민박(061-741-0302)을 찾아가면 하룻밤을 묵으면서 주인 서춘석(70)씨 내외가 갈대를 이용, 빗자루를 만드는 귀한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옛날에는 마을 주민 대다수가 만들었지만 지금은 몇몇 주민만 소일거리로 갈대빗자루를 만든다. 40년 가까이 갈대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서씨는 “우리 부부가 하루에 30여개 남짓 만들고 여수나 보성 등지 장터서 팔아 생활비에 보탰다”고 들려준다. 빗자루 한 개에 2만원. “우리 민박집 방 먼지 쓸어내는 데는 이 빗자루가 제일이랑께.”

순천만 자연생태관

대대포구 초입, 자연생태공원에 자리잡은 생태학습장이다. 1층에는 순천만을 대표하는 철새인 흑두루미 가족의 조형물이 전시돼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애니메이션, 영상물, 박제품 등을 통해 순천만의 갯벌과 갯벌에 서식하는 동식물, 철새, 사계절의 아름다움 등을 만나게 된다. 입장료는 어린이 500원, 청소년 1000원, 어른 2000원. (061)749-3006.

순천만 갈대축제

11월 4~6일 순천만 대대포구 일원에서 펼쳐진다. 순천만 생태탐사를 비롯 갈대공예품 만들기, 환경 연날리기, 새끼줄 꼬기, 흙공예체험, 떡방아 찧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순천만 사진전시회, 그림전시회, 가족시화전, 농기구 전시회, 황포돛배 전시회 등도 축제 분위기를 북돋운다. 특산품 코너에서는 남도김치, 순천만 갈대쌀, 순천 미나리, 남도젓갈 등을 판매한다. (061)749-3625.

◆ 여행수첩

●정보문의처(지역번호 061)=순천시청 대표전화 744-8111, 시외버스 공용정류장 744-6565, 순천역 1544-7788


●가는길=(1)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의 접합점인 순천나들목→여수 방면 17번 국도→순천청암대학 사거리 좌회전→도사초등학교 앞→대대포구 갈대밭 (2)호남고속도로 서순천나들목→벌교 방면 2번 국도→순천 청암대학 사거리 직진→인안초등학교 앞→대대포구 갈대밭


●주변명소=송광사·선암사·낙안읍성 민속마을·낙안온천·상사호·주암호 고인돌공원 등.


●먹거리=전라남도 지정 음식명가의 하나인 ‘일품매우’(연향동·724-5455)는 생고기 전문 식당이다.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에서 받아온 매실 찌꺼기를 사료로 먹인 한우를 식탁에 올린다. 생갈비·생등심·육회·모듬구이 등이 대표 메뉴. 대대포구에는 대대선창집(741-3157), 강변장어구이(742-4233), 순천만가든(741-4489) 등의 식당이 있다. 모두 장어구이와 짱뚱어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