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이외수님의 나쁜놈 (인생은 행복..인간은 사랑..)

전동키호테 2006. 10. 16. 18:19

안녕하십니까.

저는 소설가 이외수입니다. 가끔은 저를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에 서식하는 원고지 기생충으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oisoo.co.kr이라는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이름난 악플러들에게 끔찍한 사이버 테러를 당해 본 경험도 있고 번개를 통해 오프에서 수많은 독자들과 술을 퍼마신 기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채팅질도 합니다. 메신저도 합니다. 싸이질도 합니다. 일촌들만 하더라도 천 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일촌들의 블로그나 싸이홈을 방문해서 글을 남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요. 이번 기회를 빌어 일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현재 아이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핑에 다소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가 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질적인 사이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듭니다. 모범적인 사이트보다는 저질적인 싸이트에 소설의 소재들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사이트를 들어가도 본명을 그대로 사용해서 글을 올립니다. 이름을 사칭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올들어 제 나이는 환갑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여하를 불문하고 제가 올린 게시물에 찌질이들의 천박한 악플이 붙어 있으면 기분이 별로인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맞상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버릇없는 손자놈이 수염을 한번 잡아 당겼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요.

오늘도 습관처럼 사랑에 대한 썰이나 풀어 보겠습니다.

저는 황금비늘이라는 소설을 통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역설한 적이 있습니다. 외뿔이라는 우화집을 통해서는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고 역설한 적도 있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직도 그 말들에 대해 수정을 기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정은커녕 날이 갈수록 그 말들에 대한 확신만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최종목표가 행복이라면 인간의 최종목표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에게는행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받는 자도 행복한 자이며 사랑을 주는 자도 행복한 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엉뚱한 것들을 행복의 척도로 삼거나 사랑의 척도로 삼곤 합니다. 착각이지요. 그리고 착각은 어김없이 불행과 아픔을 초래합니다.

인간은 아무도 불행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행복만을 갈구합니다. 이 말은 누구나 사랑을 주고 받기를 갈구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갈구한다고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인간도 아름답지 않은 대상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대가 진실로 사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외형적인 아름다움이나 내면적인 아름다움부터 간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거나 변질되어 버리는 특질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거나 변질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너’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너’를 합하면 ‘우리’가 됩니다. 사랑은 ‘나’와 ‘너’가 ‘우리’가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이 허다합니다.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불행한 인간들이지요. 특히 인터넷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한 무리들은 흔히 자기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타인의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타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도 사과하는 법이 없습니다. 억지 논리를 펼치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 왜 다양성을 배척하느냐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다양성이 곧 정당성은 아니지요.

사랑은 예수님과 부처님 그리고 모든 현인들과 선지자들이 일생을 다 바쳐 설파한 화두입니다. 그러나 자기밖에 모르는 철면피들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인간들에게는 때로 관용보다 매질이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생긴 이래 인간은 익명성이라는 울타리를 배경으로 분에 넘치는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특수공간도 인간이 행복으로 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하나의 디딤돌에 불과합니다. 어디까지나 악행은 악행이고 선행은 선행입니다. 다양성이 악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악행은 마땅히 지탄과 처벌을 받아야 하며 선행은 마땅히 칭찬과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정도는 유치원생들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유치원생들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조차 묵살하고 자신의 억지주장을 내세우는 찌질이들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행복을 저해하는 기생충이요 사랑을 더럽히는 오물입니다. 기생충은 당연히 박멸해야 하고 오물은 당연히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사랑과 행복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끝으로 덧붙이는 한 마디, ‘나뿐인 놈’이 변해서 ‘나쁜놈’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건 온라인에서 만나건 우리는 절대로 나쁜놈이 되지 맙시다.


오늘도 기쁜 일만 그대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