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
공군 제6 탐색구조 비행전대
항공구조대(SART-Special Air Rescue Team) 연병장 입석에 새겨진 글이다. '붉은 베레'로 알려진 항공구조사의 임무는 조종사
구출이다.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무려 57억원. 비용도 비용이지만 조종사 양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조종사 구출작전은
적진 침투를 전제로 한다. 산악일 수도, 바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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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을 맞아 28일 '붉은 베레'의 훈련장에서 베테랑 항공구조사 이충호(37) 상사를 만났다. 그는 3월 군산 앞바다에서 조난당한 미군 조종사를 악천후 속에서 구해낸 영웅이다. 이 상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06년 3월 14일 09시29분. 비상 출동 사이렌이 항공구조대에 울려 퍼졌다.
"항공기 ○○31 비상 출동! 미군 조난 조종사 1명, 좌표 N354○○○ E126○○○."
실제 상황이었다. 이 상사는 파트너인 강용수 원사와 함께 구조헬기가 대기하고 있는 활주로를 향해 뛰었다.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이 상사는 구조 상황을 머리에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드디어 사고 현장인 군산 앞바다. 악천후였다. 파도는 3m가 넘어 보였고, 강풍에 헬기가 요동쳤다. 멀리서 주황색 연막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피가 솟구쳤다. 이 상사가 호이스트(헬기용 인양기) 밧줄에 몸을 매단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3월이지만 바다는 한겨울이다.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험한 파도가 이 상사와 조종사 사이를 자꾸만 벌려 놓았다. 조종사는 저체온으로 탈진 상태. 때마침 거대한 파도가 조종사를 이 상사 쪽으로 밀어붙였다. 순간 팔을 뻗어 목덜미를 낚아채 미군 조종사를 끌어안았다.
구조된 시그먼드 대위는 두 차례나 탑건으로 선정된 엘리트 조종사다. 그는 이 상사와 강 원사를 부대로 초대해 "이제 우리는 한 팀이다. 한국의 '붉은 베레'는 최고 중의 최고"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이 상사가 공군특수부대를 지원하게 된 것은 1990년. 21세 때다.
"어차피 군대 생활 하는 거 폼나게 하고 싶었지요."
항공구조대 입대 후 이 상사의 활동상은 '붉은 베레'의 전설이 되다시피했다. 미군 조종사 구조를 비롯해 1993년 부산 한성호 침몰, 같은 해 목포 아시아나기 추락 사고, 94년 성수대교 붕괴 등 각종 재난 사고의 인명구조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입대 후 열여섯 번째 맞는 올해 국군의 날은 그 어느 해보다 뜻깊다. 그토록 원하던 아들 원준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상사는 "추석에는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께 간다"며 환하게 웃는다.
글.사진=김경빈.박종근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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