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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성교회 임시목사로 부임한 유희정 목사

전동키호테 2005. 11. 21. 09:27
유희정 목사, "교인 치유하러 다 포기하고 광성 왔다"
[인터뷰] 원로목사 조건 포기하고 광성교회 임시목사로 부임한 유희정 목사

 

주재일(jeree)

중견 교회를 목회하는 유희정 목사(59)가 '사고' 교회인 광성교회 임시목사로 부임했다. 1년 남짓 있으면 원로목사 지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데, 임기 3년으로 제한되고 연임도 보장할 수 없는 자리로 옮긴 이유는 뭘까. 유 목사의 행보를 놓고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고 무리수를 둔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전 교회보다 좋은 자리로 옮긴 것이라며 유 목사가 욕심을 부린다고 비판한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광성교회 임시목사로 들어왔을까. 유 목사는 사고 교회를 해결할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11월 17일 광성교회 임시사무실에서 유희정 목사를 만나, 그의 광성교회 임시목사 부임을 둘러싼 논란과 목회 구상을 들어보았다.

제법 큰 교회에서 위임목사로 20년 가까이 목회하다가 '문제' 교회에 임시목사로 온 이유가 궁금하다. 상일교회에서 위임목사로 20년에서 1년 남짓 모자라게 있다가 2주 전에 광성교회로 부임했다. 광성교회 수습위원장을 맡아 좀더 가까이에서 광성교회 사태를 들여다 보니,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해결의 기미도 안 보였다. 양쪽의 대립은 극에 달했고, 결국 이성곤 목사가 면직, 출교되기에 이르렀다. 이러는 와중에 이성곤 목사 반대 측에서도 교인들의 상처를 싸매줄 목회자를 찾았다. 교단 내에서는 내가 가는 것이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당회와 제직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내가 오는 것이 좋겠다고 결의했다고 알고 있다. 나도 이대로 광성교회를 놔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 광성교회를 회복하는 데 목회 인생을 한번 걸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부임할 당시 상일교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세례교인 재적이 1000명, 장년 출석 인원이 600~700명 정도로 성장하고 안정되었다. 누가 오더라도 목회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마음 편하게 옮길 수 있었다.

광성교회를 수습하러 노회에서 파송된 수습위원장이 광성교회 목사로 부임하는 것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하지 않는가.
내가 보기에도 수습위원장이 목사로 청빙을 받은 것은 모양이 이상하다. 그래서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앞으로 광성교회는 풀어야 할 일이 많다. 이 일에 내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노회 안팎에서 한 것 같다. 광성교회 내부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그때서야 와야겠다고 판단했다. 광성교회 장로들이 상일교회 장로들을 만나 양해를 구한 걸로 알고 있다.

목사님이 부임하기 전에 남삼욱 목사도 광성교회를 맡을 인물로 거론됐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 목사의 부임을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광성교회 임시목사로 부임한 유희정 목사. ⓒ뉴스앤조이 주재일
내가 뭐 하러 반대하겠나. 사실과 다르다. 남 목사가 현재 한시적으로 광성교회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적임자인 것은 사실이다. 남 목사도 자신은 한시적으로 광성교회를 맡아 현안만 해결되면 떠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회에서 공론화된 적은 없지만, 남 목사의 부임을 반대하는 게 노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나도 그가 계속 목회할 사람은 아니라고 보았다.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이 처음부터 내가 광성교회 목사 자리에 욕심을 부려 남 목사를 반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노회에서 결정한 것이지 내가 우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1년 남짓만 있으면 상일교회에서 위임목사로 목회한 지 20년이 된다. 그럼 원로목사가 될 자격을 갖춰, 노후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 나는 그것을 포기하고, 광성교회에 임시목사로 왔다. 임기가 3년이기에, 그때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나로서는 위험 부담을 안고 온 것이다. 명예욕과 재물욕이 컸다면, 무엇 때문에 안정된 상일교회를 포기하고 이곳에 왔겠는가. 광성교회 교인들이 아파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았다. 그래서 상처를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싶었을 뿐이다.

광성교회에서 80평이 넘는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사택으로 주었다. 교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호화스럽지 않나.
사택은 광장동에 있는 3억 5000만 원짜리 빌라다. 교회 건물 없이 임시로 사무실을 쓰기 때문에 내 서재가 필요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장로들이 집을 구했다. 난 이전 교회에서는 45평짜리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40평 안팎의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장로들이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니 나에게 양보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세로 하고, 다음에 사택을 살 때는 평수를 줄이자고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교회 입장에서는 제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오니까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설에 오르니 부끄럽다.

최근 4000만 원이 넘는 중형차도 교회가 구입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역시 지나친 지출은 아닌가.
장로들은 차를 구입한 뒤 나에게 연락했다. 사택 계약 건도 마찬가지였다. 형식적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두 사양했다. 그러나 바꾸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과분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사실 부담스럽다. 이런 일들이 불과 보름 사이에 이뤄졌다. 산적한 과제도 많아 이런 일에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다.

돈과 관련된 문제가 나온 김에 더 얘기하자. 연봉이 1억 2000만 원이고, 판공비도 월 500만 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월급을 받지 못했다. 당회에서 내 연봉을 결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얼마로 합시다' 하고 말하지도 않았다. 다만 장로들이 예전에 이성곤 목사에게 준 사례비 수준으로 주겠다고만 했다. 난 그 금액이 어느 수준인지 모른다. 목회비(광성교회는 판공비를 목회비라고 한다)도 이전에 하던 관례대로 주겠다고 했다. 알아 보니 1년에 1억 원에 이르는 돈이다. 우리 수준에 너무 많다며 일단 이번 달은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 안팎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난다.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그러나 교회가 갈라진 마당에, 예전에 쓰던 대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목사님이 말한 대로 예전 기준으로 지출하는 것은 규모 없는 재정 운영이다. 일각에서는 소수 당회원이 재정을 좌지우지한다고 지적한다.
예산을 세우지 않고 지난 회기를 기준으로 지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성곤 측과 싸우는 와중에 재정을 정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담임목사도 없고, 노회에서 파송한 임시 당회장이 개입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동안 제직회도 별로 모이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 7월부터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재정 보고가 없을 정도로 비상 상황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밖에서는 몇 분을 중심으로 재정이 운영된다고 보는 것 같은데,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재정과 사업을 운영하는 문제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우선 정비하고 있다. 예산 없이 재정을 지출하는 방식은 11월로 마무리한다. 12월부터는 내년 회계 연도에 편입해, 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것이다. 지금 당회 소위원회가 내년 예산안을 만들고 있다. 11월 27일 당회와 제직회를 거쳐 12월 4일 공동의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사업도 당회에서 정상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진행할 것이다.

예배 장소를 장신대에서 배재고로 옮긴다고 알려졌다.
우리가 장신대에서 예배 드리기 전부터 광장교회가 장신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도 두 교회가 같이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올해 12월까지만 쓰기로 되어 있다. 내년 1월부터 예배 드릴 장소를 물색하다가 배재고와 구두로 약속한 상태다. 더 추워지기 전에 12월 첫 주부터 배재고로 옮겨 예배 드릴 계획이다.

이성곤 목사 측이 광성교회 예배당을 사용하고 있는데, 예배당을 나눠 쓰기 위한 협상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교회 떠나서 다른 곳에서 예배 드리는 게 불편하고 남 보기도 부끄럽다. 그래서 교회를 나눠 쓰자고 요구했다. 우리는 꼭 본당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다. 이성곤 측이 본당을 쓰면, 우리는 교육관을 쓰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싫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배 장소를 배재고로 옮기는 것은 교회당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내가 온 지 겨우 보름 지났다. 어떻게 교회당을 회복할지는 자세하게 구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본당에 대한 소유권과 사용권을 왜 포기하겠냐. 다만 무단으로 예배당을 점유하고 있는 상대와 무력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법에도 호소할 생각이다. 그러나 협상이 자꾸 결렬되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만에 하나라도 피하고 싶은 결과다. 더 이상 한국교회에 죄송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목회자들을 구조 조정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부목사가 8명 있다. 교인 수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 동고동락하며 교회를 지킨 사람들이다. 어떻게 쫓아낼 수 있나. 나는 오히려 잃어버린 교인들을 되찾는 일에 더 힘을 모으자고 했다. 또 지금 있는 교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잘 돌봐서 양적인 확장도 도모하자고 했다. 구조 조정한다는 얘기는 사실 무근이다.

교인을 치유할 복안이 있는가.
제가 와서 보니 광성교회 교인들은 마음에 받은 상처도 깊고, 서로에 대한 애정도 식었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놓고 기도하고 신앙을 점검하고 수련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예정이다. 또 평신도 지도자들을 조직화하고 멤버십을 고양하는 일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이미 구역장과 권찰이 참석한 수련회를 개최했다. 이후에도 장로, 권사, 집사 등 항존 직분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련회 등을 준비했다. 조직적인 활동력이 많이 떨어진 남·여 전도회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거의 매일 그룹별로 만나고 있다.
재판 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협의하는 것도 교인 치유를 위한 중요한 사역이다. 경찰서와 법원에 다녀온 사람만 200여 명에 이른다. 평생 경찰서 한번 안 가본 사람이 태반인데 얼마나 상처를 받았나. 어떤 사람은 7건의 고소를 당했다. 이미 형을 받은 사람도 여러 명이다. 이들이 전인적인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상담하고 있다.

3년 임기를 내다보며 잡은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제일 급한 것은 교회 회복에 대한 것이다. 교인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교회 조직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또 한국교회와 사회에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제는 사회와 한국교회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교회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하고, 교인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광성교회 교인들과 동역하는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시기에 교회를 잘 지켜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맙다. 신앙인으로 바른 길을 걸으려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광성교회는 부끄러운 면이 많고, 한국교회와 사회에 빚진 것도 많다. 이제부터 갚아나가자. 
 

newsnjoy.co.kr.... 2005년 11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