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경제_建_문화

대학가요제 이상미가 '잘 부탁드립니다' 부른 이유

전동키호테 2005. 10. 25. 16:14

"안녕 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같이...
한 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기분이 좋아요 앗싸 알딸딸한게 뿅뿅 가네요 몰라요~
이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좀 쌀쌀하네요 차가운 바람이 휙~ 가슴을 쓰네요. 아프게...
걱정은 안해요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버린거죠 한두 번도 아닌데...
울어도 되나요 가끔은 혼자 펑펑 울고 털고 싶어요 엉엉~
이젠 괜찮아요 딱~한잔만 더 할께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이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제 얘길 들어줘 정말 고마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미)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5인조 혼성그룹 익스(EX, expression의 약자)가 부른 노래 ‘잘 부탁드립니다’의 노랫말이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이들이 딱 그런 형국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상을 받아서만이 아니라 노랫말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4학년인 보컬 이상미씨가 면접시험에 낙방하고 그 느낌을 노랫말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한 심사위원은 10점 만점에 9.9점을 주었다고 한다. 대중예술, 대중음악이 한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이 잘 들어맞는 경우라 하겠다.

취업경쟁률 백대 일의 사회

바람이 차가와지고 있다. 산간에는 첫눈도 내렸다. 이제 대학문을 나서는 학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본 기사 하나가 가슴을 후려친다. ‘취업경쟁률 100대 1은 기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이다. 취업이 어렵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런데 100:1은 기본이라는 기사를 보니 참 실감이 안 난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어지간히 대학생활을 엉망으로 한 사람이 아니면 취업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기 성에 차지 않는 경우는 제법 있었지만 어쨌든 취직이 안돼 고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100대 1이라… 쉽게 말해서 백명 중 일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참 엄두가 안 나는 이야기이다.

 

나아지지 않는 청년실업

지난 10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29세 청년층 취업자는 435만1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457만 명에 비해 4.8% (21만 9천명) 줄었다. 그리고 같은 연령대 실업자는 33만 6천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만 1천명 감소했지만 실업률은 지난해 9월에 비해 0.2% 포인트 오른 7.2%였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때는 청년층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강해서라고 한다. 사흘 추석연휴 때문에 정규취업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찾는걸 게을리 해서 취업률이 떨어졌다는 설명인데, 설명치고는 참 궁색하다.

그리고 청년층 실업률이 7.2%라는 수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 통계는 서구와는 달라서 취업의사는 있지만 취업이 어려워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나 일주일에 한 두 시간만 일하는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취업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실업률 통계는 현실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아르바이트 같은 파트타임 취업자까지 취업통계에 잡는 것은 대표적인 통계의 과대포장이다. 이처럼 구직 단념자나 불완전취업자들을 실업률에 포함시킨다면 청년실업률은 15-20%는 족히 될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실제 취업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작년에 63.6%로 OECD 국가 중 19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알려진 실업률은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정말로 심각한 것은…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지속될 경우 당사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심각한 것은 이력서에 경력이라고 써넣을 만한 직장경험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앞으로 만약 경기가 좋아져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들은 평생 그저 그런 일자리만 전전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요즘 기업들이 대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보다는 필요할 때 필요한 인력만을 뽑는 수시채용이나,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방식을 바꾼걸 생각해보면 정말 걱정되는 부분이다.

대상을 받은 그룹 ‘익스’의 이상미씨는 노랫말에서 한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달라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떨어지는데 익숙해졌고, 가끔은 혼자 펑펑 울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는 “잘 부탁드립니다”를 외친다. 도대체 누구에게 잘 부탁드리는걸까. 정말로 스산한 가을날이다.

 

펌...시사웹진 뉴라이트(www.new-right.com)............ *^^*


 

Ex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