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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호인 9명이 1억씩 모아 횡성에 펜션 지어

전동키호테 2005. 10. 18. 09:03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석화리.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1시간30분쯤 달리면 오크밸리리조트 북문 바로 옆에 ‘비타보스코(vita vosco)’란 펜션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어로 ‘생명의 숲’. 지난 2003년 6월부터 9명이 뜻을 합쳐 2년4개월여 만에 지은 이른바 ‘동호인 펜션’이다. 장애인 자원봉사 밴드의 후원자로 만났던 이들은 지금 ‘행복한 노후’의 꿈에 부풀어 있다. 각자 1억원 남짓을 투자해 70여 평의 그림 같은 집을 마련하고, 월 400만원대 수익도 올리게 된 것. 이들로부터 동호인 펜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 강원도 횡성의 비타보스코 펜션. 음악 동호인 9명이 뜻을 모아 2년 4개월여 만인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이들은 여윳돈이 거의 없었지만 치밀한 사전 준비와 직접 공사로 일반분양 펜션보다 비용을 40% 이상 절감했다.
◆뜻 맞는 사람끼리 힘을 합쳐라

동호인 펜션을 처음 제안했던 티붐닷컴 송성수 부사장은 ‘나홀로 펜션’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전원생활하겠다고 내려왔다가 숙박업소 운영업자로 전락하기 십상이죠. 한 1년쯤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비타보스코는 음악을 사랑하고, 4~5년간 자원봉사 밴드를 후원했던 7명으로 처음 시작됐다. “장애인들을 초청해 맘놓고 연주할 공간도 마련하고, 노후 대비로도 괜찮은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펜션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2년 전 KT에서 명예퇴직했던 황상기(47)씨의 말이다. 이렇게 해서 황씨와 송 부사장을 중심으로 유규열(55·교수)씨, 조도형(41·PD)씨와 현직 음대교수인 우모씨 등이 참여를 결정했다.

◆땅 사고 사업계획 완성에 1년 걸려

막상 뜻은 모았지만, 첫 단계인 부지 물색부터 힘들었다.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를 6개월 동안 샅샅이 훑던 끝에 겨우 발견한 곳이 현재의 위치였다. 땅에 밝은 송 부사장은 “2008년에 서울까지 전철이 뚫리고, 대규모 리조트가 가까워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쉽게 땅을 사지는 않았다. 주변 교통여건, 관광시설, 편익시설 등을 꼼꼼히 따져봤다. 심지어 오크밸리 골프장 이용객도 매일 체크했다. 이렇게 3개월을 조사한 끝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토지 대금을 내는 것도 문제였다. 대부분 가진 돈이 빠듯한 탓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으로 개인당 6000만~1억여 원을 마련, 지난해 4월에야 총 5억4000여 만원에 2600여 평의 부지를 최종 구입했다.

◆건축비 보조는 정부 자금 대출로

땅을 사고 나서 또다시 벽에 부닥쳤다. 이번엔 집을 지은 돈이 부족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문화관광부의 ‘관광숙박진흥자금’을 빌리기로 했다. 연리 3.5%로 이자가 싸고, 4년 거치 5년 상환이란 조건도 매력적이었다. 이 자금은 펜션 사업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자금 수요가 많아 대출 심사가 까다롭다. 7개월 동안 사업계획서를 수십 번씩 뜯어 고친 끝에 기어코 대출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서 개인당 1억8000만원씩 건축 자금을 마련해 지난 5월 공사에 들어갔고, 이달 초 연면적 72평짜리 건물 6개 동을 지었다. 객실은 건물 1개 동당 7개씩이고, 200여 평 규모의 야외음악당과 산책로, 등산로를 만들었다. 다음달에는 60여 개국 120여 점의 악기를 전시할 악기박물관과 사진스튜디오, 도예공방, 골프클리닉 등이 완공된다.

◆비용 40% 절감, 월 400만원 수익 기대

비타보스코 펜션은 평당 건축비가 250만원으로 일반분양 펜션(평당 400만원)보다 40%쯤 비용이 덜 들었다. 동호인들이 직접 땀을 흘려가며 터파기 작업등 공사를 하고, 건물 골조와 설비 등만 전문업체에 맡겼다.

이렇게 해서 개인당 투자된 비용은 2억8000만원. 대출받은 건축자금을 빼면 실투자비는 1억원 안팎이다. 예상 순수익은 개인당 월 400만원선으로 기대된다. 송 부사장은 “성수기인 겨울 스키시즌 3개월의 주말 객실 가동률을 100%로 잡고, 비시즌엔 30%만 잡아도 개인당 연간 5000만원은 된다”고 예상했다.

펜션 운영은 별도 법인을 설립해 맡길 계획이다. 동호인끼리 말썽이 생길 소지를 없애고, 관리의 전문성과 투명성도 높이기 위해서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성공 지름길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황상기씨는 “비타보스코를 위해 2년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설계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땅을 살 때는 무조건 경치만 좋은 곳은 곤란하다. 교통, 관광 등 모든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각종 정부 대출자금을 이용할 수 있고, 공사는 직접 해야 한다.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직접 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펜션의 테마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펜션은 최소 6개월~1년은 손님이 예상만큼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동안 생활비는 미리 마련해 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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