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사진_農_들꽃

[스크랩] 참취꽃 그리고 이향아의 시

전동키호테 2005. 9. 7. 13:02


 

 지난 일요일 벌초 갔다가 증조부님과 증조모님 무덤이 있는 옆밭에서 만난 참취꽃입니다. 전에는 제주도에서 참취나 곰취 같은 산나물을 먹지 않았습니다. 봄에 너무 바빠서 산나물을 캐러 갈 틈도 없거니와 집터나 텃밭에는 싱싱한 무와 배추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도시 사람들을 위해 밭에서 그냥 재배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나 기타 지역에서는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이곳 제주도에서는 그냥 노지(露地)에 재배해도 잘 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봄과 가을 두 차례 생산해 내는데, 봄에 한번 베어낸 후 그냥 두면 다시 싹이 나서 저렇게 꽃대를 빼어 올리고 꽃을 피웁니다. 그걸 다시 베어버리면 다시 연한 싹이 나서 수확을 하게 됩니다.

 


 

♧ 참취(Aster scaber)에 대해서

 

 참취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다른 이름은 취나물, 취, 동풍채 등이다. 뿌리잎은 자루가 길고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고, 꽃필 때쯤 되면 없어진다. 줄기잎은 어긋나고 밑부분의 것은 뿌리잎과 비슷하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으며 거칠고 양면에 털이 있으며 톱니가 있다. 중앙부의 잎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차 작아진다.

 

 우리나라에는 취나물의 종류가 대단히 많아서 대략 70여 종이 되는데 거의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미역취, 참취, 개미취, 곰취, 분취, 수리취, 단풍취, 바위취 등이 있는데, 높이 1∼1.5m에 꽃이 피는 시기는 8월부터 10월 사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식용하는데 보통 그 잎을 살짝 데쳐 하루 정도 물에 담가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는다. 우리나라와 인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취나물 뜯기 - 이향아
  
 산길을 걸었다.
 허리엔 낮으막한 산죽 숲을 거느리고
 발 밑엔 가으내 봄내 떨어진 낙엽을 버스럭거리면서
 쉬며 걸으며, 걸으며 쉬며 산길을 걸었다.

 

 이승의 끝을 가듯 산길을 걸으면서,
 이따금 나는 하늘의 별 같은 땅 위의 풀잎을 찾아내리라 결심하였다.
 그것은 향기로운 취나물 잎사귀,
 너훌거리는 취나물 잎사귀는 나의 과업.
 일순의 섬광 은혜로운 계시여.

 

 이것이 취나물이지요. 분명 이것은 취나물일까요.
 나는 그럴싸한 풀잎을 뜯어서 지나가는 이웃 산행자에게 물었다.
 어떤 이는 네, 옳습니다. 바로 이게 취나물입니다라고 반겼다.
 어떤 이는 이것은 취나물이 아니라 불로초입니다라고 놀랐으며,
 어떤 이는 이것은 먹으면 잠자는 듯이 죽는 독풀입니다라고 겁을 냈다.

 

 내가 구하는 것은 불로초가 아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독풀도 아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한갓 산나물 취일뿐.

 

 나는 때로 희망, 때로 절망을 번갈아 느끼면서 
 진리란 무엇인가, 사교(邪敎)란 무엇인가 허우적거렸다.
 시간은 흘렀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서
 모든 산풀 위의 이슬을 걷어내었다.
 해는 떠서 모든 산숲의 한적을 걷고
 해는 떠서 산의 영광을 드러내었다.
 나는 갑자기 산길을 걷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행복하였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저쪽 산말랭이 펀펀한 데에 무더기로 있습디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개울가 언덕에 지천으로 있습디다.
 사람들은 비밀한 장소를 일러주듯 내게 은밀히 속삭였다.
 허위허위 달려간 산말랭이에도 개울가 언덕에도 무더기로 헝클어진 취나물은 없었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나도 진작 뜯었으면 좋았을 걸. 인제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참 잘하시는 일입니다. 
 이 세상 사람 절반이 내 취나물 뜯기에 마음을 쏟아 주는 듯했다.
 행인들은 취의 향기를 사랑하듯 나를 사랑하였다. 세상이 무심하다는 말은 빈말이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온 산에 묻어 있는 취의 향내를 나는 차츰 깨달아가고 있었다.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취 취 취
 하루 종일 구구단을 외우듯 취를 외우며 산길을 넘었다.
 내 그릇에는 겨우 몇줌의 취나물이 고독하게 아주 고독하게 시들고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인생은 엎드려 취나물 뜯기
 나는 마치 취나물을 뜯기 위하여 산길을 걷는 것처럼 세상만사를 착각하고 있었다.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취 취 취
 인생은 엎드려 취나물 뜯기
 


 

♬ 귀거래사 / 김신우

 

 
가져온 곳: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김창집 바로 가기
 
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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