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맛있는 식탁] 삼계탕, 추어탕

전동키호테 2013. 7. 6. 16:32

 

[맛있는 식탁] 삼계탕, 추어탕

올 여름도 작년 여름 못지않은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불볕더위가 지속되면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고, 의욕은 줄고 체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올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선풍기, 에어컨 등의 냉방기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자신의 생체 리듬을 자연의 섭리에 맞게 스스로 적응시키고 단련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 이럴 땐 간단한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이 더위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자외선이 가장 강렬한 시간대에는 가능한 한 야외에서 활동하는 활동량은 줄이고 채소, 과일, 섬유소, 단백질, 탄수화물 등을 고루 섭취하면 더위를 이겨내고 적응하기에도 쉽다.

더위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은 내 몸에 맞는 여름 보양식을 찾아 영양을 보충하면서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여름 보양식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 거기에다가 영양 만점에 가격 대비 만족도까지 높은 음식이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과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난한 여름 보양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고 또 맛있는 집은 어딜까?


	삼계탕
가장 대중적인 여름 보양식 삼계탕

먼저 여름 보양식의 대표 메뉴는 삼계탕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삼계탕은 닭과 인삼, 대추 등 좋은 재료를 넣고 푹 고아낸 음식이다. 여름 보양식으로는 가장 대중화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인삼보다 닭이 더 강조되는 음식이므로 ‘계삼탕’ 이라고 불러야 할 것도 같은데 어쩐지 어색하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영계를 이용한 것은 영계백숙이라고 한다. 닭의 크기가 어떻든 대부분 요리하는 방식이 거의 같은데 내장을 꺼낸 닭의 뱃속에 찹쌀, 마늘, 대추, 밤, 인삼 등을 넣고 푹 삶아 각 재료들의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게 한 다음 소금으로 살짝 간해서 먹는다. 그러나 이곳 저곳 다녀보면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집들도 있고 견과류 등을 첨가하여 고소한 맛을 더 이끌어내는 집도 있는 등 자기들만의 비법을 발휘해서 손님을 맞는다.

종로구 체부동에 위치한 <토속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고 하여 더 유명세를 탔다. 체부동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되는 자하문길 왼쪽 일부 동네를 말하는데 이 동네 최고의 음식 명가로 알려져 있다. 인삼, 대추, 호박씨, 은행 등 각종 한약재를 비롯해 들깨와 견과류를 갈아 넣어 국물이 고소하고 진하다. 이렇게 여러 곡물과 견과류 등을 갈아 넣어 걸쭉하면서도 그 맛이 특별해서인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집이어서 그런지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일본의 유명 여행 가이드북에 서울 맛집으로 소개된바 있어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구수한 삼계탕이 나오면 먼저 닭고기의 살을 살살 발라먹는다. 국물과 어우러진 닭고기는 육질이 연하면서도 고소하다. 연한 부분의 뼈는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어보기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다만 유명세만큼이나 너무 많은 손님들로 인하여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50년 전통의 <고려삼계탕>은 우리나라에서 삼계탕이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집으로 알려져 있다. <토속촌>과 더불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 중에 하나인데 <토속촌>이 조금 걸쭉한 편이라면 <고려삼계탕>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이 집 역시 미국, 일본, 중국 등지의 관광객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기에 심심찮게 외국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메인인 삼계탕이 나오기 전에 찰밥과 인삼주를 내놓는데 깍두기와 함께 먹는 찰밥이 맛있다. 삼계탕은 다른 육류 음식과는 달리 혼자 먹기에 딱 좋은 크기로, 온전하게 한 마리를 모두 먹어주면서 신체 발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집에서는 부화한 지 50일 정도 된 ‘웅추’를 사용하는데 3~4주가량 단기 사육해 출하시키는 일반 삼계용 닭에 비해 육질이 쫄깃쫄깃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누룽지삼계탕
산삼 배양근이 들어간 <발산삼계탕>의 누룽지삼계탕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발산삼계탕>도 가볼만 하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평범해 보이는 삼계탕 집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꽤 품격 있는 음식점에 들어온 듯 한 느낌이 난다. 모던함과 한국 전통의 고풍스런 분위기가 어우러진 느낌이다. 거기에 그릇 하나 하나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누군가가 말하길 ‘음식은 우리의 몸이고 그릇은 우리의 옷’ 이라고 했던가? 이 집에서는 여느 곳에서 맛보기 힘든 독특한 삼계탕을 판매하는데 바로 산삼 배양근이 들어간 누룽지삼계탕이다. <발산삼계탕>은 일반적인 한방으로 만든 육수가 아닌 국내산 잡곡을 이용하여 육수를 만든다. 현미, 보리, 율무 등 10여 가지 정도의 잡곡을 사용해서 만들어냈다는 육수는 그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닭고기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육질 또한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한마디로 담백하고 구수하다. 산삼에는 사포닌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면역력 증강과 피로 회복에 효과가 좋아 각종 유해 질병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좋다고 한다.

삼계탕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아주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식품첨가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 먹고 난 뒤에는 입안과 몸이 다 개운해진다. 잡곡 육수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손맛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이 세상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우리들의 삶에 있어 표본이 되는 거룩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계탕 이외에도 닭 숯불구이도 추천할 만하다. 닭다리 살을 얇게 떠서 바비큐 소스로 맛을 냈는데 그윽한 불 향에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순한 맛과 매운 맛이 있는데 반주용으로 가볍게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여름 보양식은 추어탕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미꾸라지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탕을 말한다. 미꾸라지는 하천, 못물, 논 등에 서식한다. 추어탕을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장국을 끓이다가 산 미꾸라지와 모두부를 통으로 넣고 끓이는 방법이다. 끓으면 미꾸라지는 모두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되는데 그 때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국물과 함께 담아낸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추어탕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방법은 미꾸라지를 삶은 다음 으깨어 끓이는 방법이다. 미꾸라지를 무르게 삶아 체에 내리거나 믹서에 간 다음 솥에 담고 물이나 육수를 붓은 뒤 구수한 맛이 나도록 된장을 조금 풀어 끓인다. 물론 거기에 삶아낸 나물, 다진 마늘, 고추, 된장, 참기름 등을 넣고 함께 끓이는데 건더기들이 잘 물러지면 다시 간을 맞추고 산초와 깻잎을 넣는다. 아마도 가장 흔하게 접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 그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경상도나 전라도는 된장을 푼 물에 삶아서 체로 걸러낸 미꾸라지를 넣고 끓여내는 데 그 방식은 비슷하나 들어가는 부 재료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경상도식은 토란대, 고사리, 숙주나물 등이 들어가기도 하고 산초 대신 방아 잎을 넣기도 한다. 전라도식은 시래기와 들깨가 많이 들어가는데 그 맛이 아주 구수하고 좋다. 서울식은 고기 삶아낸 국물에 푹 끓여낸다. 또한 원주식은 고추장을 사용하고 뚝배기 대신 무쇠 솥에 매운탕처럼 끓여서 먹는다.
중구 정동 극장 옆 골목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남도식당>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으로 남도식 추어탕을 구현하는 집이다. 배추 겉절이, 오이무침, 얼갈이 된장무침 등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거기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푹 끓인 추어탕을 큰 솥에서 한 그릇씩 담아서 내놓는다. 얼큰한 맛, 구수한 맛, 달큰한 맛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게다가 부드럽게 씹히는 시래기가 참 좋다. 워낙 맛있게 정신 없이 먹다 보니 다소 작아 보이는 뚝배기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원주복추어탕
무쇠 솥에 매운탕처럼 끓여먹는 <원주복추어탕>

원주고등학교 부근의 <원주복추어탕>도 주목할 만하다. 1965년 명륜동에서 식당을 열어 현재는 원주고등학교 인근에서 영업하고 있다. 원주식 추어탕은 무쇠 솥에 매운탕처럼 담겨 나오는데 그 색깔에서 붉은 빛이 많이 돈다. 이유는 된장 대신 고추장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집의 경우는 5년 이상 숙성된 고추장을 사용한다. 주인장 말로는 그냥 먹으면 맛없어서 못 먹지만 풀어서 육수를 만들어 사용해보면 그 맛이 일품이란다. 70대 중반의 어머니가 아직도 주방 일을 맡고 있기에 그 맛이 변치 않고 일관성을 띤다. 원주식 추어탕은 미나리 이외에도 깻잎, 버섯, 감자 등이 들어간다. 산초가 필요하면 조금 넣어주는 것도 좋다. 경상도 쪽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방아 잎을 넣기도 하는데 아무튼 산초 한 스푼으로 그 향과 맛이 확 살아난다. 경상도식, 전라도식, 서울식 나름 다 개성이 있고 맛도 있지만 된장 대신 고추장으로 맛을 내거나, 아니면 된장과 5년 이상 숙성된 고추장을 섞어 쓰는 원주식 추어탕도 분명한 개성이 있어서 참 좋다. 거기에 개인용 뚝배기가 아닌 마치 천렵한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듯 무쇠 솥에 얼큰하게 끓여 나오는 추어탕은 왠지 정감이 간다.


	남원추어탕
저렴한 가격으로 추어 튀김과 추어탕을 맛 볼 수 있는 <남원추어탕>

다음은 성남 시흥동 주민 센터 앞에 위치한 <남원추어탕>이다. 앞에 ‘추오정’ 이라는 자그마한 글씨가 더 붙어있는데 아마도 남원이라는 상호는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 위함인 듯하다. 어떤 이들은 7월 5일을 ‘추어 데이’라 하여 추어탕 먹는 날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이 비슷하다. 인근에 각종 관공서가 들어서 있어 직장인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집은 영광 양식장에서 공수한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있다. 주차 시설이 넉넉하고 식사하는 공간 역시 아주 쾌적하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가장 좋은 상태의 밥을 제공하기 위해 매일 도정을 한다는 쌀 도정기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밥 맛 또한 아주 좋다.

이 집은 특히 추어탕을 기본으로 하는 세트 메뉴가 인기다. 추어와 게장 그리고 추어튀김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 놓았는데 그 양이 섭섭하지 않을뿐더러 골고루 맛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추어 튀김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고추 전처럼 반으로 가른 기다란 고추 안에 잘게 다진 추어를 넣어 튀긴 것과 당면, 채소, 다진 추어 등을 넣고 얇은 만두피를 입혀 튀겨낸 것이 있는데 마치 군 만두를 먹는 것처럼 아주 고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다. 거기에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황게로 담근 간장게장은 더욱 밥맛을 좋게 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 먹고 나갈 때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술빵을 제공한다. 아무 관련이 없을 법한 술 빵이지만 우리는 그 술빵에서 어린 시절의 그리움과 추억을 끄집어낸다. 시큼한 술 향기가 나면서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술 빵에서 그리운 어머니를 떠 올린다. 주인장의 이런 센스 있는 경영 전략이 고객의 입장에선 그저 반갑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여름에만 반짝거리며 손님을 끄는 그런 집이 아니라 1년 내내 추어탕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더위와 피로로 지친 우리 몸을 보양식으로 다스리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예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이번 여름 비교적 만만한 가격대의 보양식 요리를 찾아 원기 회복과 체력 증강 그리고 더위를 극복해보는 것을 어떨까?
- <토속촌>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85-1 (02) 737-7444
- <고려삼계탕>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55-3 (02) 752-9376
- <발산삼계탕>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657-1 (02) 3662-3930
- <남도식당> 서울시 중구 정동 11-4 (02) 773-7888
- <원주복추어탕>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406-13 (033) 763-7987
- <남원추어탕>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37 (031) 757-1977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글·사진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www.cozy95.blog.me
‘아포리아’ 김인규씨는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아포의 맛집 탐방)로 맛집과 식재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억에 근거해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허름하고 낡아도 오랜 역사력과 진정성이 묻어 있는 맛집을 사랑한다.

 

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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