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제철...남도..

전동키호테 2013. 5. 24. 21:12

 

요즘 남도(南道)의 산들녘은 참 보기 좋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고 즐기는 즐거움에 먹고 마시는 즐거움까지 만끽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남도로 시선을 향하는 분들을 위해 음식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세상 일에 ‘때’가 있듯, 먹는 일에도 ‘때’가 있지요. 그 ‘때’란 ‘어떤 것을 언제 먹느냐’하는 것입니다. 수산물의 경우, 연중 가장 영양분을 많이 섭취해 살이 통통해졌을 때가 가장 맛있는 ‘때’이자 ‘제철’입니다. 그래서 ‘제철음식’을 잘 찾는 게 큰 즐거움이지요.

산지(産地)에 직접 가서 즐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제철음식을 잘 내는 음식점만 알아두어도 그런 수고는 크게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계절 맛집’ ‘계절따라 맛따라’ ‘사철 음식’ 등이 쓰여진 음식점들이 있지요. 물론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곳도 있구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갑오징어, 전어, 민어, 꼬막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갑오징어, 전어, 민어, 꼬막

‘때’에 맞는 제철 음식이 최고

음식(味鄕)과 예술(藝鄕)의 지역인 남도에 있다보니, 이곳을 찾아오는 많은 분들은 먹는 즐거움을 은근히 기대합니다. 특히 막연하게 광주의 음식을 한정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 분들을 놀라케 하는 것은 제 경험상 맛갈난 ‘제철음식’입니다.

그럼 요즘 5월은 뭐가 제철일까요? 병어, 갑오징어, 황석어랍니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그렇습니다.

병어는 ‘반짝 반짝’하는 은빛을 내는 어른 손바닥한 크기입니다. 요즘 비싸다고 하네요. 비싼 이유는 잡히는 게 적다는 것입니다. 광주의 수산시장에서 1마리당 1만원을 주고 샀다고 하니, 상당하지요. 전남 신안 지도앞바다에서 잡히는 게 으뜸이라고 한 제철음식점 여주인은 귀띰합니다.

제가 먹어본 바로는 ‘신선한’ 상태는 기본이고, 결정적인 차이는 양념(된장)인 것 같습니다. 된장과 마늘, 깻잎에다 병어가 입안에서 함께 씹혀 어울리는 맛이랍니다. 약간 차가운 듯 하면서도 상큼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느끼게 하지요.

요즘엔 갑오징어도 한몫합니다. 등에 딱딱한 껍질이 있어서 갑옷을 둘렀다는 뜻의 갑오징어죠. 끓는 물에 익혀서 먹물을 터뜨려 검게 내놓습니다. 하얀 오징어살들이 검게 되는 것입니다. 오징어살과 부드러운 내장부위를 번갈아 막걸리에 들면 좋더라구요. 두 마리 정도 해놓으면 푸짐합니다.


	홍어(왼쪽)와 삼치회(오른쪽)
홍어(왼쪽)와 삼치회(오른쪽)

황석어(黃石魚)도 좋습니다. 조기와 크기, 모양이 비슷합니다. 저는 과감하게 권합니다. 남도에 오시면 조기탕이 아니라 황석어탕을 드시라고 합니다. 여성의 손가락 크기만합니다. 그래서 탕 그릇에 황석어를 듬뿍 넣습니다. 살이 워낙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황석어의 허리를 내어 한입에 넣습니다. 조기탕보다 더 ‘시원한’ 맛이랍니다.

그런데 왜 이름중에 돌 석(石)자가 들어갈까 궁금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황시리’라 하니 그것을 한자로 옮길 때 그랬거니 생각했지요. 머리 눈부위쪽에 딱딱하게 돌처럼 생긴 게 있는데, 모르고 씹으면 이(齒)를 상하게 할 수 있어서 머리를 떼고 몸통을 끓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오뉴월 더위’라는 말도 있는데, 은근히 한 여름 더위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이유는 한 가지, 제철음식 때문입니다. 민어(7~8월)와 서대(7~9월)의 계절이지요.

민어도 전남 신안 지도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회(膾)로, 맑은 탕으로 즐기죠. 여름철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횟감중에 민어는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그렇다보니 약간 살점을 크게 써는게 좋더군요. 민어의 맛을 더하는 것이 양념입니다. 제가 먹어본 바로는 된장과 마늘의 맛도 좋지만, 된장과 겨자, 초장, 마늘, 파를 넣어 만든 소스가 더 좋답니다. 민어는 끓이면 ‘쌀뜨물’같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옵니다. 고춧가루 양념을 하지 않고 맑은 탕으로 들어야 제맛입니다.

서대 역시 “날이 더울 때 제맛”이라고 하지요. 전남에서는 주로 여수에서 즐기는데요, 이것은 초무침으로 먹지요. 서대도 부드럽습니다. 서대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식초의 맛입니다. 막걸리로 (만들어)낸 식초로 버무리는 것이지요. 아주 빨갛게 내놓은 초무침은 알싸하고 약간 쏘는 듯한 느낌이 술을 부른답니다. 주당(酒黨)들에겐 한 여름 최고의 안주입니다. 초무침에 밥을 비벼도 좋지요. 이 서대를 말려서도 먹습니다. 살짝 쪄서 먹는데 밥맛을 돋게 합니다.


	(왼쪽부터) 숭어, 세발낙지, 금풍쉥이, 주꾸미
(왼쪽부터) 숭어, 세발낙지, 금풍쉥이, 주꾸미

가을엔 전어와 세발낙지, 겨울에는 금풍쉥이와 삼치가 제맛

날이 좀 선선해지면 전어(9~10월)와 세발낙지(9~11월)가 그리워집니다. 전남 광양, 보성 등지에서 많이 나는 전어(錢魚)는 굽는 냄새가 더 미각을 자극합니다. 머리를 씹을 수록 고소해진다고 하지요. 저는 오히려 뱃살 부분을 먹으면 더 고소하답니다. 그것도 뱃살부분을 젓가락으로 길게 도려내어 한 입에 넣어 오물오물하는 것이지요. 회로도 먹습니다.

세발낙지는 전남 무안 등지의 서해안 갯벌에서 납니다. 봄에 산란하고, 가을에는 적당히 자라서 살이 연하답니다. 나무젓가락에 머릿부분을 꿴 다음 둘둘 말아서 한 입에 된장과 마늘을 함께 씹는 맛입니다. 야성(野性)을 되찾은 듯 호기를 부리면서 먹는 재미도 있지요. 초보자들은 칼로 ‘탕탕탕’ 소리내서 잘게 자른 다음 ‘사이다 컵’에 참기름이나 달걀을 버무려서 내는 ‘탕탕이’를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찬바람이 불면 금풍쉥이(11~3월), 삼치(11~4월), 꼬막(11~4월)이 시작됩니다.


	[클릭! 취재 인사이드] 남도의 진미(珍味)를 제대로 맛보는 비법은?

금풍쉥이는 못생겼지만 맛은 좋지요. 주로 여수에서 많이 먹습니다. “작년에는 없어서 못팔았다”는데 “올해는 좀 잡히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깊은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뼈가 굵고 살이 적습니다. 굵은 소금을 뿌려서 구우면 머리와 내장까지도 먹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래서 정(情)을 나누는 사람에게 몰래 주는 고기라나요.

삼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 합니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을 게 없이 넘어가기 때문이지요. 여수 거문도앞바다에서 주로 잡힙니다. 오래전 여수출신 동료기자가 삼치를 고향인 여수에서 광주로 ‘공수’해와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참치’인줄 알았답니다. 먹으면서 들어보니 ‘삼치’라고 하더군요. 살색 비슷했습니다.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데 그 입안에서 녹는 듯 했습니다. 혀의 세포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죠.

남도의 음식중에 홍어(1~3월)를 빼놓을 수 없지요. 이젠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번 특유의 맛을 알게 되면 즐겨 찾기도 합니다.

홍어맛을 보자고 하는 분들에게 ‘찰진’ 홍어를 권합니다. 삭히지 않았거나 조금만 삭힌 상태여야 합니다. 그래야 ‘쫄깃하게’ 씹는 맛이 느껴집니다. 특유의 ‘톡’쏘는 맛과 냄새도 거의 없구요. 이것을 소금을 친 기름에 찍어서 먹습니다. 홍어의 산지 흑산도나 홍어요리의 본산 목포 등지에서는 삭히지 않는 홍어를 즐겨 먹습니다. ‘찰진’ 홍어는 초보자들도 쉽게 친할 수 있습니다.

남도의 별미(別味)는 제철에 나는 산물들에서 나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정담(情談)을 나누며 즐긴다면 그 제철음식의 맛은 배가될 것입니다. 계절따라 산뜻하게 미각을 돋우는 ‘명품식당’들이 남도에는 정말 많이 있답니다. 봄 바람이 따뜻해지는 이때, 남도에서 멋진 미각 여행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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