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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한 잠입 취재 達人..VJ 사광주

전동키호테 2013. 6. 3. 08:57

[주방 보조·노래방 도우미로 변신한 잠입 취재 達人… 시사프로서 활약, VJ 사광주]

살림 보태려 투고·퀴즈쇼 출연… 우연히 리포터 제안 받아 데뷔
안경테·가방·단추·열쇠… 온몸에 카메라 달고 살아요, 일이 재밌어 힘들 틈도 없죠

사광주씨가 8년 된 6㎜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안경 카메라, 가방 카메라, 단추 카메라, 자동차 열쇠 카메라 등 그에겐 비장의 무기가 많다. /이명원 기자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 보였다. 호피무늬 굵은 안경테 밑부분에 스위치가 있었다. "몰래카메라용 안경이에요. 안경 코받침에 있는 아주 작은 렌즈로 찍죠. 이것 말고도 7개 더 있어요."

잠입 취재의 달인, 몰카의 대모(代母) VJ(비디오저널리스트) 사광주(50)씨가 눈을 반짝였다. 그는 1996년 MBC 아침방송 '10시 임성훈입니다' 리포터로 VJ 경력을 시작한 이래 MBC 'PD수첩', '불만제로', KBS '소비자 리포트',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까지 수많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왔다. 지금도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6개. "일주일 중 6일은 일한다"는 사씨는 "벌써 17년 됐네요. 다들 힘들지 않으냐고 하는데 전 진짜 재밌어요"라고 했다.

여상(女商)출신 아줌마 VJ. 스물한 살, "결혼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는 남편의 초강수에 서둘러 올린 결혼에 가난은 필연이었다. 딸 출산과 동시에 전자제품회사 경리를 그만두고, 구슬 끼우기·쇼핑백 접기·뜨개질 등 별의별 부업(副業)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러다 잡지나 신문에 글을 투고해 실리면 원고료·상품을 받는다는 얘길 들었죠." 부부싸움 한 얘기, 부업한 얘기 등 시시콜콜한 얘기를 닥치는 대로 투고했다. 써서 보내는 것마다 척척 실렸다. 집에 냉장고며 각종 가전제품이 날아들었다. "학교 다닐 때 글 한 번 써본 적 없는데,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괴력이 솟아나더라고요." 투고는 라디오로, 백일장으로 옮겨갔고 TV퀴즈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됐다. 1993년 KBS '퀴즈주부대학'에선 최종우승을 차지해 500만원어치 전자제품 상품권도 받았다.

전기(轉機)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MBC '주부연승퀴즈, 세상을 열자' 야외 촬영을 하는데, 제가 좀 적극적으로 보였나 봐요. 어떤 PD분이 리포터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1996년 케이블채널 GTV에서 리포터로 6개월간 활동하다 그해 8월 MBC '10시 임성훈입니다'에서 '주부특공대' VJ를 뽑는다는 얘길 들었다. "학력·연령 무관이라기에 그냥 지원했죠." 나이 서른셋 때였다.

VJ가 된 뒤, 핸드백 안에 카메라가 장착된 '가방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떠돌았다. 잠입 취재를 위해 음식점 주방보조, 노숙자, 박카스 아줌마, 노래방 도우미 등 120여 종의 직업을 가져봤다. 몰래 찍다가 걸려서 도망다니기도 하고, 협박도 부지기수로 당했다.

그의 열정은 세상을 조금씩 바꿔왔다. 그가 촬영한 불량 음식점이 방송을 타면, 가게마다 '우리 가게는 100% 안전합니다' 식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잠입 취재 영상은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로도 쓰여 지난해 '도가니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불법 낙태시술소엔 스물세 살 딸을 데리고 가고, 불법 문신시술소엔 언니를 데리고 가 눈썹을 맡기는 열혈 아줌마 VJ 사씨. "세상을 바꾸려는 큰 욕심은 없어요. 예전보다 한 걸음만 더 좋아지면 되는 거죠." 6㎜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사씨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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