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봄 식도락 향연_요리 전문가 추천 맛집

전동키호테 2013. 3. 12. 15:27

 

봄 식도락 향연 ②요리 전문가 추천 맛집

통영의 봄맛을 느낄 수 있는 ‘충무집’의 멸치회와 도다리쑥국. / 볶은 파를 듬뿍 얹어내는 ‘고향집’의 북어구이. / 제철 반찬이 곁들여 나오는 ‘오수흑두부’의 흑두부정식.

봄은 미각(味覺)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 '어디 가서 무얼 먹어야 봄을 맛볼 수 있을까' 고민이라면 셰프·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요리 전문가들의 단골 맛집을 눈여겨보자.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봄이 차려낸 성찬을 맛볼 수 있다.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밥상 느껴보세요"
서울 '오수흑두부'·파주 '옛날시골밥상'

정신우 셰프.

‘국내 남자 푸드스타일리스트 1호’이자 ‘탤런트 출신 셰프’로 유명한 정신우씨는 해마다 봄이 되면 제철 재료들을 찾아 식재료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멀리 갈 수 없을 땐 서울 인사동 ‘오수흑두부’와 파주시 탄현면 ‘옛날시골밥상’을 찾는다고. “봄이라고 해서 봄 별미 맛집을 일부러 찾기보다는 단골집 중에서 제철 재료를 활용한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게 정씨의 말이다.

오수흑두부(02-735-5255,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9)는 검정 서리태 콩으로 만든 흑두부 요리를 선보이는 곳. 정씨는 이 집의 흑두부정식(1만6000원)을 추천했다. 흑두부정식은 흑두부구이를 기본으로 해 불고기(또는 갈치구이), 강된장, 찌개와 함께 10여 가지 반찬이 상에 오른다. 반찬은 매일 달라지는데 요즘 같은 봄에는 봄동겉절이, 취나물, 달래무침 등을 맛볼 수 있다. 주인 김재명씨는 “마른 반찬류는 아침에 한 번 만들지만, 나물류는 재료의 신선도를 고려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파주 ‘성동리 맛고을’ 내에는 ‘시골밥상’이라는 간판을 내건 곳만 대여섯 곳 있다. 그중 정씨가 추천한 곳은 옛날시골밥상(031-945-5957,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96-9)이다.

정씨는 “반찬들의 간을 심심하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고 소개한다. 인근에서 직접 지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은 기본, 채소도 되도록 직접 기른 것들을 상에 올린다. “상에 올리는 것은 주변에서 자급자족(自給自足)하려고 한다”는 게 주인 김은주씨의 말이다. “요즘 같은 초봄은 사실 애매한 시기라 지난해 말린 시래기나 가지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나물이 많이 나오는 철엔 직접 캔 나물로 반찬이나 된장국을 만들어 올린다”고. 메뉴는 시골밥상(1만원)과 영양밥상(1만7000원, 2만2000원) 두 가지로 시골밥상의 경우 보리밥에 12가지 반찬, 된장찌개, 조기구이, 쌈, 눌은밥 등이 제공된다. 식사 주문 시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채소에 버무려 한 접시씩 무료로 준다.

"황태구이 겨울에만 먹나요? 봄에도 별미죠"
서울 '고향집'·이천 '청호감자바우집'

이혜정 요리 전문가.

요리 전문가 ‘빅마마’ 이혜정씨는 강남구 논현동 ‘고향집’과 경기도 이천시 ‘청호감자바우보리밥’을 단골집으로 꼽는다. 고향집(02-543-6363,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5-5)은 황태구이(2만7000원)와 제육보쌈(3만원)이 유명하다. 이씨는 “황태는 일반적으로 겨울이 제철이라고 알고 있지만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특히 맛있다”면서 “황사가 잦은 봄엔 중금속 해독 작용에 좋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황태구이를 일부러 먹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고향집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고향집 황태구이는 매운맛과 순한맛을 선택할 수 있다. ‘반반씩’도 가능하다. 잘게 썬 파볶음 양념에 뒤덮여 나오는 황태구이는 보기만 해도 파향이 물씬 풍기는 듯 한데, 의외로 맛은 부드럽다. 주인 오순환씨는 “황태를 물에 불려 양념한 후 하루 정도 재워놓았다가 주문 시 파와 황태를 살짝 볶아 볶은 파를 황태에 얹어내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황태육수로 맛을 낸 칼국수(6000원)나 직접 빚은 손만두로 만들어내는 만둣국(6000원)은 단골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음식으로 꼽힌다.

청호감자바우보리밥(031-633-5004, 경기 이천시 관고동 136-3)은 시골 아주머니 손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산에서 캐 온 약초로 효소를 만들고 양념장 하나도 이 발효효소를 활용해 만들어 믿음이 간다”는 게 이씨의 추천 사유다. 대표 메뉴는 곤드레나물밥(1만원)과 보리밥(7000원)으로 양념장만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한 그릇 ‘뚝딱’이다.

"도다리쑥국·멸치회로 통영 향긋함 맛보세요"
서울 중구 '충무집'·강남 '설매네'

강선옥 요리 작가.

요리 파워블로거이자 ‘추억은, 별미’의 저자 강선옥씨는 “봄 요리 하면 역시 도다리쑥국과 멸치회”라고 말한다. 강씨가 도다리쑥국 맛집으로 추천한 곳은 충무집(02-776-4088, 중구 다동 140)이다. 충무집은 제철 해산물을 선보이는 곳으로 봄이면 당일 통영에서 올라온 신선한 도다리로 요리한 도다리쑥국(1만7000원)을 낸다. 강씨는 “이 집 도다리쑥국과 멸치회무침은 통영식 투박한 맛이라기보다 서울식 세련된 맛에 가깝다”고 덧붙인다. 남해 쑥을 넣어 끓여낸 도다리쑥국은 맑고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주인 배진호씨는 “양념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고 쌀뜨물과 된장만으로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맛의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젓갈용으로 주로 쓰이는 큰 멸치에 갖은 양념과 미나리, 깻잎 등 채소를 곁들여 내는 멸치회(3만5000원)도 별미다. 강씨는 “청포묵이나 미나리도 봄 음식 중 하나인데 압구정역 근처의 설매네에선 제대로 된 탕평채를 맛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설매네(02-548-0090, 서울 강남구 신사동 609-1)는 원래 만두전골(2만5000원)과 칼국수(6000원)를 전문으로 하는 토속음식점. 청포묵에 채소와 고기를 넣고 식초와 간장으로 맛을 낸 탕평채(1만6000원)는 50~60대 단골뿐 아니라 젊은 층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보쌈(2만7000원), 매운 갈비찜(2만9000원) 등 모든 메뉴에 주인의 ‘내공’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글 박근희 기자 | 사진 이경민 기자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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