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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지옥' 된 우면산 주변

전동키호테 2011. 7. 28. 08:59

 

16명 사망·3명 실종… '물지옥' 된 우면산 주변
강으로 변한 골목길… 차 나뒹굴고 나무 뿌리째 뽑혀
머리 위까지 빗물 차오르자 깨진 창문으로 극적 탈출도
방배동 래미안아파트, 3층 높이까지 토사 덮쳐

서울 강남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서초구 우면산(293m)이 27일 쏟아져 내린 폭우로 대재앙의 근거지가 됐다.
소방방재청 집계에 따르면 서초구 우면산 주변에서만 산사태로 토사가 단독주택촌과 아파트 단지 등으로 덮쳐 16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소방 당국은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주택가를 뒤덮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면산 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단독주택촌인 방배동 전원마을이 산사태로 쑥대밭이 돼서 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마을 주민 권모(55)씨는 "오전 8시쯤 집으로 갑자기 물이 밀려들어와 탈출하려고 했지만, 전자식 집 자물쇠가 고장 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불과 10여분 사이에 가구가 둥둥 뜨더니, 물이 머리 위까지 차올랐고 몸이 떠올랐다"고 했다. 죽음의 공포가 몰려드는 순간, 빗물에 떠다니던 가구가 방 위쪽 창문을 깨고 빗물이 쏟아져 나갔다. 권씨도 함께 휩쓸려 나왔다. 권씨는 50여m 떨어진 마을회관에 간신히 도착해 목숨을 구했다.

산사태 아파트 심야 복구작업… 27일 우면산 산사태로 4층까지 파묻힌 서울 서초구 우면동 래미안방배아트힐 아파트 피해현장에서 육군 52사단 장병들이 경찰·소방서 구조대원들과 함께 밤늦도록 복구작업을 벌였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마당을 갖춘 고급 단독주택들이 들어서 있던 전원마을은 이날 폭우로 마을 전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차량들이 골목길을 따라 뒤집히고 엉켜 굴러다녔다. 1980년대 후반 형성된 전원마을은 당시 건축법규에 따라 반지하를 판 다세대주택이 많아 반지하 방에 물이 차 숨진 사람이 많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우면산 남쪽에 자리 잡은 우면동 형촌마을 역시 수마(水魔)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폭우로 60여 가구가 고립됐다. 이수진(14)양은 이 마을 단독주택의 반지하 방에 갇혀 있다가 할아버지 홍호정(73)씨에게 구출됐다. 할아버지는 "잠을 깨보니 집 안이 잠겨 있어 '손녀딸이 죽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밖으로 나가 창문을 깨고 아이를 겨우 구해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서모(여·41)씨는 "오전 7시쯤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집 밖을 내다보니 골목길이 강으로 변해 차가 휩쓸려 다니고, 사람 몸통만 한 나무도 뽑혀서 굴러 다녔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에도 참사가 덮쳤다. 이날 오전 8~10시 사이 우면산 북쪽을 지나는 남부순환도로에 토사가 쏟아져 내려 8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 2곳으로 밀려들어 갔다.

래미안방배아트힐 아파트에선 오전 10시쯤 토사가 쏟아져 3명이 숨졌다. 이 아파트는 우면산과 가까운 동(棟)은 토사가 3층 높이까지 차올라 저층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아파트 주민 윤모(49)씨는 "순식간에 토사가 아파트 단지로 쏟아져 땅에 언덕이 생긴 것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오전 8시 40분쯤 방배동 신동아럭스빌 아파트 역시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숨졌다.

같은 시각 우면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서초구 EBS 방송센터 건물로 밀려와 송수신 장비가 훼손되고, 전원 공급이 차단돼 생방송과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면산 일대에서 산사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데 대해 주민들은 "서초구가 올 초부터 우면산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면서 저수지를 만들고, 굴착기 등을 동원해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국군 수송사령부 이동관리대 소속 문모(40) 소령이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관악산 일대 주둔지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자 영내를 돌며 안전을 점검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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