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연금은 65세돼야 받는데 ②자식들은 들러붙어 있고
③노부모도 모셔야 하지만 ④내가 아프니 병원비 부담
⑤은행이 빚 독촉땐 어쩌나 ⑥집에서는 툭하면 다투고 ⑦재산 있어도 현금이 달려
'매달 월급을 주던 직장에서 은퇴한다. 가진 재산이라곤 집 한 채. 국민연금은 10년 뒤에나 받는다.' 바로 현재 30~40대가 55세가 되면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될 현실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중소기업 회사원인 김성철(41)씨는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상 연금 수령액이 월 111만7000원임을 확인하곤 안심했다. 만 65세가 되었을 때 받게 될 국민연금액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집도 있고 그때 쯤이면 아이들도 다 출가해 국민연금만 있어도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선배들을 보니 55세가 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나는데, 65세에 국민연금을 탄다면 그때까지 10년 동안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생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마(魔)의 10년'이 노후 준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부 주도의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은 현재 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수급 연령이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지게 된다. 그래서 1969년(올해 만 42세) 이후에 출생한 연금 가입자는 만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게 된다.
'마의 10년'은 이미 지난해 시작된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명)들의 은퇴와 함께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조기 연금을 신청한 만 55세 퇴직자가 9832명으로, 2006년 대비 150%가 늘어났다. 조기 연금이란 60세에 받아야 할 연금을 55~59세로 앞당겨 받되 최대 30%까지 덜 받는 제도다.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 덜 받아 손해지만, 퇴직 후 월급을 받지 않아 생활이 빠듯해지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신청한다는 분석이다(강성호 국민연금연구원 박사).
◆신(新)보릿고개의 공포
55~65세, 속칭 '5565세대'가 되면 7가지 리스크(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첫째는 앞서 설명처럼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기다려야 하는 리스크다. 둘째는 자녀 리스크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살면서 노후자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이다. 만혼(晩婚) 부부에겐 이 시기가 더욱 고통스럽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정년을 맞게 돼 연간 수백만원 학자금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55~65세인데도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老老) 부양'시대의 그림자다. 55세 이후는 밥보다 약(藥)을 더 많이 먹게 되는 시기다. 의료비는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 역시 리스크다. 명함이 사라지고 나면 은행에서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대출 상환을 요구해 오기도 한다. 부부 관계도 상처 나기 쉽다. 회사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면 아내와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돈이 필요할 때 바로 현금화할 수 없으면 '돈맥 경화'에 걸려 흑자 도산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55~65세 시기를 무사히 넘겨 노후 생활에 연착륙하려면 퇴직한 다음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10년간의 소득 공백을 메워줄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센터장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같은 노후 대비용 상품을 충분히 활용해 국민연금 수령시기까지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비 부담을 덜어줄 민간 의료보험(실손 의료보험)에도 가입해 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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