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건강_食_교육

허정무-차범근-히딩크의 12년 묘한 인연

전동키호테 2010. 6. 21. 18:11

 

"허정무호 아르헨티나 분석 엉망이었다."(거스 히딩크)

"전쟁 중에 장수를 흔들어선 안된다."(차범근)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세 명의 묘한 인연이 눈길을 끈다. 허정무, 차범근, 거스 히딩크. 서로를 비난하고, 격려하고, 아픔을 주고, 위로를 건네는 애증관계가 어언 12년을 넘었다.

최근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강하게 비난했다.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이 끝난 직후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축구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했는데 이 내용이 뒤늦게 국내에 소개됐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기에 비판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면서 허정무호를 정면 비난했다. 그리스전 2대0 승리 후에도 "공간활용을 제대로 못했다"고 했던 히딩크 감독은 아르헨티나전 1대4 패배 이후에는 "축구가 아닌 야구를 했다. 남미예선에서 6패를 당할 때의 아르헨티나 경기를 제대로 보기나 했나"라며 미드필드 압박 실종을 꼬집었다. 반면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아르헨티나전 직후 "허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 아직 경기가 남았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흔드는 법이 아니다. 판단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셋은 12년 전 한 자리에 있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차범근은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거스 히딩크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둘은 하프라인을 사이에 두고 벤치를 오갔다. 한국이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를 당한 뒤 차 감독은 중도해임됐다. 침통했던 기자회견장에는 당시 방송사 해설위원이었던 허정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허 감독은 그 자리에서 전술적인 부분에서 적잖은 문제제기를 했었다. 그후 허정무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그도 시련을 겪었다. 2001년 허 감독 후임으로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쓰게 된다. 세월은 계속 흘렀다. 히딩크 감독의 절친인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지휘했고, 그 이후에는 히딩크 감독의 수제자인 핌 베어벡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07년 12월 7년 가까이 이어진 외국인 감독 체제에 종지부를 찍는다. 부름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허 감독이었다.

남아공에서 허정무 감독은 한국의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향해 뛰고 있고, 차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방송 해설위원으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12년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허 감독과 차 감독의 운명을 바꿨던 바로 그 남자, 히딩크는 여전히 강력한 포스로 쓴소리를 뱉고 있다.

그라운드로 눈을 돌려보면 셋의 인연 결정체가 있다. 차 감독의 장남 차두리다. 2002년 대학생 차두리를 대표선수로 발탁한 이는 히딩크 감독이었다. 또 2010년 차두리에게 다시금 붉은 유니폼을 입힌 이는 허 감독이다. 인생 참 묘하다. 돌고 돈다.

< 더반(남아공)=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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