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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그대들이 자랑스러워

전동키호테 2010. 4. 15. 08:23
국방위 회의장 김무성 의원
자기 안경 대신 씌워준 金 중사, 뒤집힌 침실서 의료상자 꺼내온 安 상병…

"생사 기로에선 원숙한 인격자들도 흔들리는데, 천안함 장병들은 동료를 구조하고 제 몫을 다했다. 그런데 이들이 '살아서 돌아온 우리가 죄송스럽다'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이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14일 오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장. 한나라당 김무성<사진> 의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원고를 읽어내려가자 회의장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다른 의원들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응 문제, 원인 규명 등에 초점을 맞추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 의원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사력을 다해 동료를 구하던 장면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질의를 대신했다. 그는 "사고 원인은 선체 인양하면 조사해서 나올 텐데 (현 시점에서) 온갖 억측으로 군 전체 사기까지 저하시키면 안된다. 강한 군대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군대"라고 했다. 중간중간 눈가에 눈물이 고여 김 의원의 발언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이광희 중사는 자신이 바다에 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배 오른쪽으로 넘어가 구명정 4개를 찾았다. 이를 동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바다에 던졌다. 함교 우현에 매달려 있다가 공창표 하사를 끌어올렸는데, 공 하사가 선체 틈이 벌어져 탈출할 수 없게 되자 자기 몸을 계단처럼 구부려 밟고 나갈 수 있게 해줬다."

부상자들을 위해 직접 바다에 뛰어든 김정운 상사에 대해선 "부상한 장병들이 구명정이 멀리 있어 탈 수 없게 되자, 김 상사는 직접 바다에 뛰어들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구명정을 배 가까이로 가져왔다"고 했다. 이어 "다리를 다친 데다 안경까지 잃어버려 제대로 앞이 안 보이는 신은총 하사를 위해 자기 안경을 대신 씌워준 김현용 중사", "폭발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구조물품을 챙겨야 한다'며 아래가 뒤집힌 침실에 들어가 의료상자, 구명조끼 등 닥치는 대로 챙겨온 안재근 상병" 등의 사례를 소개한 뒤 김 의원은 "침착한 대응과 전우애를 보면 훈련이 정말 잘 된 해군들이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감정이 북받쳐 오른 모습이었다. 특히 실종 장병인 김선호 상병의 어머니가 최근 평택 2함대 내 법당에서 열린 '무사귀환 법회' 때 100인분의 잡채를 마련해 공양한 일을 떠올리면서는 "의연한 모습에 존경을 보낸다. 눈물이 나 못 읽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주호 준위의 순직을 언급할 때도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너무 무리하게 '빨리빨리'를 요구해 아까운 사람을 잃은 건 아닌지…"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긴급한 상황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고, 지금은 군과 해군에 따뜻한 사랑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 장관도 용기를 잃지 말고 잘 대처해 달라"면서 발언을 마쳤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김 의원의 말이 끝나자, "비난만 나오는 상황인데, 이런 일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다음 질의자인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도 "(지금 우리 사회가) 군을 괴물로 몰고 가면서 군 사기가 바닥"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의 사랑이 절실하다. 국민 사랑이 없으면 군은 기댈 언덕이 없다"고 했다.

 

김봉기 기자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