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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계의 나눠먹기 파문

전동키호테 2010. 4. 14. 08:30

 

 

쇼트트랙계의 '나눠먹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8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0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불거진 이정수의 사유서가 발단이었다. 이정수는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한다는 사유서를 썼다. 결국 대회에는 이정수 대신 제1순위 후보였던 김성일 선수도 아닌, 제2순위인 곽윤기 선수가 출전했다. '듣보잡 사유서'가 공개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안현수 등 일부 선수 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한체육회가 감사에 나섰다.

대한체육회 감사결과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는 '전재목 코치가 지도한 곽윤기 선수의 메달 획득을 위해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또 "2009~2010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일부 코치 선수들이 모여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도록 서로 협조하고 협의한 사실이 있다"라고 밝혔다. 소문으로만 돌던 '짬짜미'와 '나눠먹기'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 대한체육회는 이정수 사건에 대한 외부 강압 여부 추가 조사와 조사가 안 될 때는 빙상연맹 차원에서 형사고발을 하라고 요구했다.





ⓒ뉴시스 이정수 선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공동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장은 김철수 감사(대구빙상연맹회장)가 맡고, 문화체육관광부 정준희 사무관(체육정책과·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실), 대한체육회 김용 감사실장, 빙상연맹 김현경 부회장, 오영중 변호사를 위원으로 뽑았다. 빙상연맹 이치상 사무국장이 간사를 맡아 4월12~23일까지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체육회가 정작 비리의 '몸통' 격인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처분을 맡긴 것을 두고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빙상연빙상경기연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이유로 4월23~24일로 예정된 2010~ 2011국가대표 선발전을 9월 이후로 미뤄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빙상연맹이 선발전을 미룬 조치는 짬짜미 의혹을 처음 제기한 안현수 선수나 이정수 선수 등 특정 선수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선발전 연기는) 빙상연맹 고위 인사가 관련된 팀에만 유리한 조치이다"라고 비난했다. 안현수의 팬들도 "9월 선발전은 다음 달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안현수의 컨디션을 흐트러뜨려 대표팀에서 탈락시키려는 의도이다"라고 반발했다. 일부 팬들은 대회 연기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이번 사안을 가장 먼저 제기해 체육회 감사를 이끈 건 안현수 선수 아버지 안기원씨이다. < 시사IN > 은 이정수 선수 아버지로부터 전말을 전해들은 권수현 선수의 아버지 권금중씨와 안기원씨를 함께 만났다. 선수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두 사람은 빙상연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파벌 문제인가?

이른바 한체대 비한체대 파벌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 장본인은 빙상연맹의 전명규 기획부회장과 유태욱 쇼트트랙 부회장이다. 이들은 예전에 쇼트트랙계 내부가 파벌 문제로 한참 시끄러웠을 때 한체대(전명규 한체대 교수), 비한체대(유태욱 용인시청 코치) 갈등의 장본인이었다. 문제가 불거지니까 빙상연맹에서 해결책 차원으로 두 사람을 화해시키고 제도권 안으로 들였다. 화해시켜서 잡음이 없도록 일단 미봉책을 마련한 것인데 문제는 이제 이 둘이 힘을 합쳐서 선수며 코치며 다 자기들 입맛대로 뽑고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정수가 '윗선' 개입이라 말하지 않았나. '윗선'은 이 둘을 말하는 것이다.





이정수가 코치진 강압으로 쓴 사유서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떻게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인가.

토리노 동계 올림픽 끝난 뒤부터 국가대표 코치진을 잘 살펴봐라. 바뀌고는 있지만 몇 명이 돌아가며 계속 맡고 있다. 한마디로 이 두 사람의 라인이다. 외부에 능력 있는 사람들 있는데도 폭행, 비리 연루됐던 사람들이 물러났다 몇 개월 지나면 쓱 돌아온다. 자기 사람 심어놓으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자리가 명예직이니 봉사직이니 그렇게 말하는데 말도 안 된다. 빙상연맹에서 중심이 되는 기술위원회 위원들도 대부분 두 사람 라인이다. 대부분 안건들이 이 위원회를 통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어떤 시도도 안 먹히는 것이다.

쇼트트랙 선수 부모는 어느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제2의 코치이다. 선수 뒷바라지를 부모가 감당하는 현실에서 부모는 쇼트트랙 내부를 훤히 꿰뚫고 있다. 안기원씨나 권금중씨는 현 국가대표 코치진 가운데 누가 '전(명규)라인'이고 누가 '유(태욱)라인'인지 콕 집었다. 안씨는 또 문제의 빙상연맹 기술위원들도 두 사람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기술위원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을 '전라인', 한 명을 '유라인'으로 꼽았다.

일부에서는 안현수 선수도 파벌 다툼의 수혜자라고 한다. 전명규 부회장이 한체대에서 안현수 선수 스승이었다.

파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선수들은 잘못도 없이 피해를 많이 봤고 현수도 그 중 한명이었다. 현수 스승이라 당시 그 사람(전명규 교수) 입장에서 대변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틀어졌다. 전명규 교수가 실업팀을 창단하고 스카우트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하고도 말이 없었다. 결국 대학원 다니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는데 성남시청이 좋은 조건에 꾸준히 입단 제안을 했다. 뒤늦게 계약 체결해 입단하고 나니 본인 지시대로 안 했다는 점 때문에 전 교수가 불만을 가졌다. 현수 뿐 아니라 키우던 선수들이 자기 말대로 안 하면 등을 돌린다.





ⓒ연합뉴스 2005년월드컵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 출전한 안현수 선수
그래도 이번 건으로 나눠먹기 짬짜미 의혹이 확인됐다. 빙상연맹 차원에서 진상조사도 한다.

솔직히 기대 안 한다. 체육회가 다시 빙상연맹에 자체적으로 조사하라고 넘기지 않았나. 행정이 그런 식이다. 본인들로부터 나온 문제를 본인들 보고 해결하라고 하니 말이 되는가.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변화 없을 것이다. 어쨌든 현역 선수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의혹을 사실로 밝혔다면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회장과 임원진들은 사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안현수의 해외 이적설도 돌고 있다.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3관왕에 올랐던 간판스타 안현수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 탈락을 두고도 뒷말이 돌았다. 예전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4월과 10월 두 차례 치렀는데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4월 한차례만 열었다. 이를 두고 당시 부상 중이던 안현수를 탈락시키기 위한 선발전이라는 말이 돌았다.

안현수 선수, 외국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있는데

러시아에서 모두 해주겠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미국은 시험 통과해야 하는데, 통과하면 영주권도 나온다.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선수생활에 전념할 수 있길 바란다. 또 연맹이 국가대표 선수들 관리하는 자세도 우리와 다르다. 외국과 달리 우리는 국가대표든 아니든 운동은 부모가 다 시킨다.




ⓒAP Photo 짬짜미와 나눠먹기로 얼룩진 쇼트트랙계가 과연 정상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정수 건은 안기원씨가 제기했다. 안현수 선수가 또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팬들의 염려도 있다. 솔직히 당사자도 아니고 왜 나섰나.

빙상인들이 직접 나서야지 부모들이 이래서 될 문제는 아니다. 선수들은 공감하지만 불이익 생각해 나서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할 말 해야 하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다. 현수도 불만이 있어도 그래서 잘 얘기 안한다. 현수도 본인 일도 아닌데 왜 나서냐고 했다. 하지만 과거 파벌 문제로 싸운 전력이 있어서인지 뭔가 문제가 있을 때 나한테 문의를 하고 상담을 한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누군가는 나서야 제대로 바로 잡히지 않겠느냐.

빙상계에서 이런 파벌 등 잡음이 왜 끊이지 않을까?


문제가 있더라도 금메달만 따면 모든 게 '문제없음'이 되어 버린다. 현 빙상연맹 회장도 이 모든 사실 알지만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좋은 성적 나면 그냥 넘어간다. 이번 건은 그게 곪아터진 것이다. 다섯명 위원으로 이뤄진 기술위원회가 누구의 이익도 대변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한다. 첫째는 이런 구조적인 개선, 둘째는 현 임원진들이 물갈이 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당장 시급하다.

안기원씨 등이 이번 사태의 장본인이라고 꼽은 전명규 부회장과 유태욱 부회장은 인터뷰를 꺼렸다. 어렵게 전화통화가 이뤄진 전명규 부회장은 "빙상연맹에서 조사할 일이니 그 이외는 할 말이 없다"라며 입을 닫았다. 전 부회장은 한국 쇼트트랙의 '금밭'을 일군 주인공이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시작해 15년 동안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있으면서 짧은 시간에 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해외 언론에서 인정할 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쇼트트랙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가 감독 시절 획득한 메달이 780여 개에 이른다.

유태욱 부회장도 전 부회장과 함께 1세대 코치로 통한다. 유 부회장은 전 부회장과 함께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나란히 남녀 대표팀 코치를 맡아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진선유와 이호석 등 금메달리스트들을 유 부회장이 지도했다. 유태욱 부회장은 현재 용인시청의 코치로 있다. 유 부회장은 전화통화에서 "뭔가 잘못을 저지른 거면 합당한 처우 받으면 되고 안현수 아버지가 잘못 말한 거면 그도 합당한 대가 받으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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