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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도 반한 패션 in 서울

전동키호테 2010. 1. 13. 12:04

 

NYT, 서울 대표 패션 명소로 '10 꼬르소 꼬모' & '앤 드뮐미스터' 꼽아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2010년 가볼 만한 여행지 31곳' 중 서울을 3위로 선정하면서 강남구 청담동의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 매장과 신사동의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매장을 대표적 패션 명소로 꼽았다. NYT는 "디자인팬들이 서울의 매혹적인 카페와 식당, 흠 잡을 데 없는 미술관, 기념적인 패션 매장에 끌리고 있다"며, 이들 두 곳을 언급했다. 세계 패션의 리더인 뉴요커들조차 반하게 만든 두 매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밀라노풍의 '10 꼬르소 꼬모'

"한국에 '10 꼬르소 꼬모'가 있었어?"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를 거닐던 일본인 관광객 노구치 게이스케(36)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10 꼬르소 꼬모' 매장이 청담동에 그대로 옮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10 꼬르소 꼬모'는 이탈리아 패션잡지 보그의 전설적인 편집장 카를라 소차니가 1990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밀라노에 처음 개장한 대표적 패션 명소로, 서울에는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10 꼬르소 꼬모'란 이탈리아 지명 '꼬모가(街) 10번지'를 의미한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맞은편에서 보면 거친 붓으로 동그라미들을 그려 놓은 기하학적인 무늬의 '10 꼬르소 꼬모'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총 면적 1320㎡ 규모의 3층 건물인 이곳은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네모 아크릴판으로 장식돼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황금빛 실내조명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원형의 조명과 실내 장식은 이곳을 디자인한 크리스 루스가 나뭇잎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것이다. 매장 내부는 '모나코의 시장' 콘셉트로 꾸며졌다. 패션 잡지에 나오는 디스플레이처럼 옷과 가방, 구두, 앤디 워홀의 달력, 책, 음반 등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게이스케씨는 "화려한 조명과 디자인, 특히 황금빛 조명과 벽을 장식하는 금색 링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청담동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10 꼬르소 꼬모’의 내부./강남구 제공

이곳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소차니가 브랜드 제품이나 디자이너 제품 중 직접 선택한 것이다. 신인 디자이너나 제3세계 음악 앨범도 특별 제작해 판매한다. 모든 물건에는 '10 꼬르소 꼬모'의 로고가 붙어 있다. 이윤신 홍보팀장은 "여기서 물건을 산 사람들은 '발망(브랜드) 제품을 샀어'라고 하지 않고 '10 꼬르소 꼬모를 샀어'라고 말한다"고 했다. 요즘 하루 평균 200명이 방문한다.

'10 꼬르소 꼬모' 매장은 전 세계에서 밀라노와 서울밖에 없다. 소차니는 2호점으로 뉴욕·도쿄·파리 대신 서울을 선택하며 "서울의 고궁·미술관 등을 보고 감동받았다. 오랜 전통과 높은 문화적 수준을 가진 서울이라면 충분히 문화적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근에는 갤러리들이 몰려 있다. 매장 지하에 있는 PKM 갤러리를 비롯, 청담사거리까지 골목마다 박영덕화랑·샘터화랑·쥴리아나갤러리·123갤러리·주영갤러리·카이스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1월 '청담 미술제'란 이름으로 인근 23개의 갤러리들이 모여 축제를 연다. 갤러리가 있는 골목을 벗어나 큰 도로변으로 나가면 루이비통, 질 샌더 등 명품매장으로 이루어진 '청담 명품거리'가 나온다.

식물로 뒤덮인 '앤 드뮐미스터'

"식물로 뒤덮인 아방가르드 '잔디 인형(Chia Pet)' 같다."


NYT는 강남구 신사동의 '앤 드뮐미스터' 매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매장은 특이한 건물이 많기로 유명한 신사동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건축가 조민석씨가 건물 외벽에 초록 식물을 심어 지난 2007년에 완성했다. 친환경 콘셉트로 외벽을 온통 녹색 잔디로 뒤덮었다. 건물 외벽에 철재로 된 블록을 만들어 그 안에 꽃꽂이용 오아시스(꽃꽂이용 녹색 스펀지·플로럴 폼)를 넣어 잔디를 키우고 있다. 화분이 벽면에 붙어 있는 모양이다. 매장 앞을 지나던 최진영(28·큐레이터)씨는 "정말 진짜 풀이야?"라며 만져봤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앤 드뮐미스터’매장의 내부./강남구 제공

매장 안은 3m 높이의 잿빛 콘크리트 천장에 적갈색 나무 바닥이 깔려 있어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은색 깃털 장식과 가방이 매장 가운데 진열돼 있고, 철제 고리에 매달려 있는 백열등은 음침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낸다. 벨기에 디자이너인 앤 드뮐미스터는 중세 고딕 성당처럼 어둡고 음산한 느낌의 옷을 만들기로 유명한 디자이너로, 남편 페트릭 로빈과 함께 매장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디자인했다. 직원 손수정(36)씨는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 외에도 건축 전공 대학생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매장이 들어선 건물 지하 1층에는 톰 그레이하운드 패션 편집 매장이, 2층에는 '스페이스 엠'이라는 패션 아웃렛 매장이 들어섰다. 정인선(23·대학생)씨는 "외국의 명품 매장에 뒤떨어지지 않는 디자인과 옷, 액세서리 등이 놀랍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은 김에 인근에 있는 도산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공원은 도심에선 보기 드문 한적한 산책길과 함께 도산 안창호 선생과 부인 이혜련 여사의 묘소, 동상, 기념관 등이 있다. 배가 고프다면?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뉴욕의 뒷골목 같은 느낌이다.

강남구는 "청담동 명품 거리의 보도블록·가로수·가로등 등을 교체해 '명품 패션 거리'로 특화시키는 공사를 오는 4월 착공, 7월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 조아라 인턴기자(숙대 정외과 3학년)  chos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