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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걱정하다 강추위에 놀란 지구촌

전동키호테 2010. 1. 13. 11:37

온난화 걱정하다 강추위에 놀란 지구촌
수십년만의 폭설 왜… 남쪽으로 내려온 찬공기 따뜻한 공기와 충돌
그 밖의 說들… 온난화 속 일시적 현상 더워진 지구의 자정 작용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늦춰질 것이며, 곧 미니 빙하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Mini ice age may be coming soon)."

2005년 11월, 해리 브리든(Bryden) 박사를 비롯한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진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 요지다. 연구진은 당시 미국 동부 플로리다에서 서(西)아프리카까지 대서양의 해류(海流)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예측했었다. 대서양의 따뜻한 멕시코 만류(灣流)의 양이 지난 50년간 30%나 감소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했다.

5년 전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우리나라 기상 관측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렸고, 상하(常夏)의 휴양지로 인식돼온 미국 플로리다의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유럽과 중국은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한달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릴 때만 하더라도 약 68억 지구촌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야 했다. 그런데 새해 들어 한파가 몇주째 지속되자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11일 "지구온난화는 어디로 가고 웬 지구한랭화(寒冷化)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한파와 폭설의 원인에 대한 규명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 북반구에 미니 빙하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지브 라티프(Latif) 독일 키엘대학 라이프니츠연구소 교수와 아나스타시오 초니스(Tsonis) 미국 위스콘신대학 교수가 이런 주장을 편다. 라티프 교수는 작년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의 대표적 멤버 가운데 한 명으로, 이 분야에 상당한 권위를 갖고 있다. 두 교수가 내세운 근거는 이른바 '북대서양 진동(NAO·North Atlantic Oscillation)'이다.

북대서양의 해류에 변화가 생겨 전 세계적으로 북반구의 한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12일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1980~ 2000년의 지구온난화가 이런 기류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고 이제 주기(cycle)가 바뀌어 최근 같은 혹한이 전보다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20년이나 30년간 지구한랭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그룹은 약해진 북극의 '제트기류(jet stream)'와 엘니뇨를 지구촌 한파와 폭설의 원인으로 꼽는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한기(寒氣)를 저(低)위도 지방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가둬두는 일종의 둑과 같은 존재. 그런데 작년 말부터 제트기류가 뚫리면서 북극의 한기가 북반구까지 내려와 미국·유럽·러시아·중국·한국 등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국가들이 혹한을 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엘니뇨로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남쪽 공기가 올라오다 한파와 충돌하면서 곳곳에 폭설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의 데커 아른트(Arndt) 연구원은 "북극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지구의 북반구로 크게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최근의 한파와 폭설의 배경을 AP통신에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한파가 장기간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추세 안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변화라는 견해도 나온다. 지구온난화가 에너지 순환에 영향을 끼치며 일종의 기후 교란을 일으켰고 그 여파로 한파와 폭설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제럴드 밀(Meehl) 선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에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은 자연적 변화의 일부일 뿐이며 앞으로도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기록적인 혹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이달 중하순에는 한파가 누그러질 것이며, 2월의 기온은 작년 12월의 기온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온난화로 '병든' 지구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온도를 낮추는 '자정 작용' 때문에 한파가 발생했다는 추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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