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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중 1명_면접 탈락 行試生_과외

전동키호테 2009. 12. 9. 08:38

 

 

[동아일보] 면접관 출신들 서약 깨고 “노하우 교습” 60만원 받아

지난달 15일 행정고시 3차 면접을 앞두고 이모 씨(26)와 행시 스터디원들은 과거 행시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민간 채용전문가로부터 보름여 동안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1인당 3회에 50만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실제 행시면접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일대일로 면접을 봐준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수업은 3시간으로 개인별로 15분씩 모의면접이 진행됐다. “왜 공직생활을 시작하려는 것이죠?” “자신의 장단점은?” 이 전문가는 면접질문 답변이 끝나면 “말을 빠르게 하지 말라” “자신감 있게 얘기하라”는 등 간단한 총평을 해줬다. 하지만 질문과 총평이 너무 뻔했다. 면접을 치르고 합격한 이 씨는 면접과외가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과외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일부 직렬은 절반 넘게 면접위원 출신에게서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9년도 행정고시에서 2차 합격자 292명 중 48명이 3차 면접에서 탈락하는 등 면접이 부쩍 강화되면서 2차 합격자 사이에서는 면접과외가 유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과거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민간 채용전문가들 중 일부는 “행정고시 면접 노하우를 그대로 전승하겠다”라며 고액과외 수강자를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접 관련 서적을 쓰기도 한 면접전문가 S 씨, 커리어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P 씨 등은 행시준비생 사이에선 이미 소문난 면접 ‘과외선생님’이다.

수업료가 3회에 50만∼60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행시 면접과외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사시와 달리 행시는 최종 관문에서 떨어지면 아예 1차부터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영향이 크다. 필기성적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이 치러지기 때문에 응시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면접은 6∼8명이 함께 치르는 조별 집단토론과 개별면접으로 진행되는데 면접위원으로 정부부처 인사와 대학교수, 민간 채용전문가 3명이 참여한다. 민간 채용전문가는 면접이 강화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들어오게 됐다. 이들은 면접 전에 사전교육 및 서약서 작성 절차를 거친다. “면접을 공정히 치르고, 면접에서 들은 내용을 누설하지 않고, 외부에서 강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서약서의 내용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서약서를 뒤로한 채 버젓이 ‘외부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과외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민간 채용전문가풀이 작다 보니 과외를 하고 있는 이들이 다시 면접위원으로 초빙될 수 있기 때문. 행정안전부 시험출제과 김정곤 사무관은 “사설 강의를 하는 사람은 면접관 초빙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최대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 씨는 “개인지도를 해 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나중에 또 면접위원이 돼도 그 학생을 다시 만날 확률이 극히 낮고 만나도 면접의 특성상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