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의 분노'서린 타지마할 호텔, 테러에 무너지다
- ▲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 테러 당하기 전 모습이다. /최준석 기자
동시 다발 테러 공격을 당한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과, CST 기차역(옛 이름은 빅토리아 터미누스)은 뭄바이의 최고 관광 명소다. 타지마할 호텔은 뭄바이의 남단 나리만 포인트 인근 콜라바 지역 부두에 서있다. 부두 앞 바다가 아라비아 해이고, 그곳에 ‘게이트 오브 인디아’라는 아치 모양의 대형 건축물이 서있다. 그걸 보고, 돌아서면 고풍스런 타지 마할 호텔이 바로 앞에 있다.
타지 마할과 게이트 오브 인디아는 모두 영국령 인도시절에 세워졌다. 게이트 오브 인디아는 높이 26미터에 폭 15미터 크기. 인도왕이기도 한, 영국의 조지 5세가 메리 왕비와 함께 1911년 12월 인도를 방문하는 걸 기념하기 위해 당시 식민지 정부가 만들었다. 1911년에 착공, 13년 후인 1924년에 완공됐다.
영국이 식민통치를 끝내고 1948년 인도에서 군대를 철수할 때 마지막 병력인 섬머셋 경보병 제1대대가 2월 28일 이 문을 통과해 북해(北海)로 가는 해군 함정에 올랐다.
- ▲ 26일 밤(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이 테러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날 이슬람 테러세력으로 추정되는 범인들이 뭄바이 시내 10여 곳에 동시 테러 공격을 가해, 적어도 125명이 숨지고 314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타지 마할 호텔은 영국의 식민 통치에 대한 분노의 상징이다. 건물주는 인도의 최고 재벌인 타타 그룹의 창업주 잠셋 타타(1839-1904년). 잠셋 타타가 이 호텔을 세운 이유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당시 봄베이로 불렸던 이 도시의 특급 호텔인 왓슨스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백인 전용’호텔은 인도 최고의 갑부조차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잠셋 타타는 이에 분노, 자신의 돈으로 최고급 호텔을 짓기로 한다. 당시 건축비 4억2100만루피. 요즘 환율로 하면 약125억원이다. 환율 하락을 생각하면 막대한 금액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호텔은 잠셋 타타가 죽기 1년 전인 1903년 12월에 개관했다.
105년 된 건물은 6층으로, 외벽은 진한 회색 빛 돌로 장식되어 있으며, 지붕에는 대형 붉은 색 돔이 얹혀져 있다. 건축 양식은 유럽풍과 이슬람 풍이 혼재된 ‘유럽-사라센’양식으로 얘기된다. 기자도 몇 년 전 뉴델리 특파원 시절, 뭄바이에 취재하러 갔다가 타지 마할 호텔 2층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조각과 실내 장식이 오래된 고급 호텔의 분위기를 풍긴다.
정문에선 터반을 머리에 두른 키가 큰 도어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테러 공격으로 타지 마할 호텔은 큰 피해를 입었다. 돔 부분이 파괴되고 곳곳이 불에 탔다. 타지 호텔 측은 “완전한 원형 복구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 빅토리아 터미누스 기차역 외부 모습.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위) 빅토리아 터미누스 기차역 내부 모습. (아래) /최준석 기자
CST(차트라파티 쉬바지 터미누스)기차역에서는 29일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테러범 두 명이 1층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와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47명이나 죽었다. CST는 뭄바이의 중앙역으로 뭄바이와 교외 및 전국을 연결하는 기차가 이곳에서 떠난다.
1878년에 완공된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이 건물은 1996년까지 ‘빅토리아 터미누스’(Victoria Terminus)로 불리었다. 뭄바이의 지방 정치 세력인 쉬브 세나의 요구에 의해 인도식 이름으로 바뀌었다. 차트파파티 쉬바지는 17세기 중인도의 유명한 왕.
무슬림 제국인 무굴에 맞서 강력한 힌두왕국을 세운 걸로 유명하다. 중부 인도 지역의 민족 영웅이다. 쉬바지의 동상은 게이트 오브 인디아 앞에 말을 탄 모습으로 아라비아 해를 지켜보고 있다.
기차역은 타지 마할 호텔에서 차로 5분 남짓 정도면 가는 가까운 거리. 빅토리아 터미누스는 유네스코에 의해 2004년 7월 2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돌로 만든 건물은 지극히 아름답다. ‘빅토리아 고딕’이라고 불리는 유럽 건축양식에, 인도 전통 건축 양식을 가미했다고 한다. 19세기 기차역 건축의 걸작으로 얘기된다. 뭄바이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 아름다운 역사가 테러범이 쏜 총알이 도처에 구멍이 숭숭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준석 국제전문기자 js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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