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경제_建_문화

김수현작가_<엄마가 뿔났다>에 뿔난 사연

전동키호테 2008. 9. 26. 21:26

김수현이 '뿔났다'.
지난 주 KBS 인기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의 종방연이 열렸다. [엄마가 뿔났다] 의 출연진 대부분이 참석한 이 자리는 8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 하는 뜻 깊은 자리로, 내내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엄마가 뿔났다] 신화를 창조한 김수현 작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니, 굳어 있었다.
내내 표정이 좋지 않던 그녀에게 종방 소감을 요청하자 이내 특유의 칼 같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학대 받은 느낌이었다." 고. 무엇이 김수현을 뿔나게 만들었던걸까.



[엄마가 뿔났다] 는 누가 보아도 대성공인 드라마였다. 극 중 한자의 가출과 함께 뛰어오른 시청률은 이내 40%를 넘어서며 2008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엄마의 안식휴가' 라는 사회적 화두를 던지면서 홈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고, [목욕탕집 남자들][내사랑 누굴까][부모님 전상서] 로 이어지는 김수현 홈 드라마의 불패 신화도 여전했다.
그러나 김수현은 시종일관 냉랭했다. [청춘의 덫] 이 후, 10년만에 40%대 시청률을 점령하며 명실공히 현역 최고의 작가임을 다시금 입증해 보였지만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종방연 때의 공식 인터뷰에서 그녀는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그리 명쾌하진 않다. 무언가 허탈하면서도 일을 하는 동안 학대를 당한 기분이어서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다. 성적표도 나쁘지 않고 잘 해왔지만 작업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고 애를 먹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준 스태프와 연기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라며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째서 김수현은 [엄마가 뿔났다] 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잔뜩 '뿔' 이 나있는 것일까.
사실 [엄마가 뿔났다] 는 김수현에게 있어 그리 좋은 여건의 작품은 되지 못했다. 끊임없이 악재가 터져나왔고 제작진과 연기자 모두가 그 악재들을 수습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역시 건강문제였다. [엄마가 뿔났다] 가 시작하기 직전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녀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초기 발견이기는 하였으나 역시 암수술이었기에 컨디션 난조는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김수현의 나이가 이미 66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마가 뿔났다] 가 제 때 만들어진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건강문제로 크게 홍역을 앓았던 것은 오히려 김수현이 아니라 연기자들이었다. 방송이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연기자들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김수현이 당초 구상해 놓았던 이야기들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수'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쳤던 신은경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한 것을 시작해 두 달여 동안 지속된 김나운의 목감기, 과로로 인해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김지유, 강부자의 급성간염, 전양자 자전거 사고, 김혜자-백일섭 등 중견배우들의 피로 호소 때문에 [엄마가 뿔났다] 는 매주 휘청휘청했다. 오죽하면 김수현이 "제목을 '엄마가 뿔났다' 로 지어서 뿔날 일이 많은가 보다." 라고 한탄했을까. 항간에는 그녀가 김나운을 두고 "니가 그렇게 아픈게 쇼가 아니면 무병이 걸린 건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 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는 소리도 있다. 여기에 '영일' 역으로 출연 중이던 김정현이 드라마 초반 폭행 논란에 휩싸이며 드라마를 하차하느냐 마느냐 하는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 역시 [엄마가 뿔났다] 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했다. 난다긴다 하는 명 배우들을 모아 놨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사생활 문제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곳이 바로 [엄마가 뿔났다] 제작현장이었으니 김수현 작가 뿐 아니라 정을영 PD 이하 제작진들의 '진' 이 쪽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연장문제도 김수현의 신경을 건드렸다. [엄마가 뿔났다] 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김혜자는 드라마 시작부터 "다음 스케쥴도 있고, 봉사도 가야 하기 때문에 절대 연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고 못을 박고 시작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엄마가 뿔났다] 의 제작사인 삼화 프로덕션은 김혜자에게는 '50부작' 계약을 하고, KBS에게는 '70부작' 약속을 함으로써 논란의 불을 지핀 상태였다.
작가인 김수현 조차도 "50부로 끝날지, 60부로 끝날지 아니면 더 나갈지 잘 모르겠다." 면서, "처음처럼 50부작으로 끝내면 좋으련만 KBS와의 약속이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고 헷갈려 할 지경이었다. 결국 몇 회분 종영인지 확실히 모른채 드라마가 지속되다 보니 [엄마가 뿔났다] 의 제작진과 연기자, 작가 모두 갈팡질팡했다. KBS는 70~80부 종영을 주장했고, 제작진은 50~60부 종영을 주장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 30~40%를 넘나드는 인기 드라마를 그냥 놔 줄 KBS가 아니었다. 결국 방송사와 제작진은 70부에 조금 못미친 66부작 종영으로 합의했다. 졸지에 20부작이나 더 드라마에 출연해야만 했던 김혜자는 출연 약속이 되어 있던 영화 [마더] 의 합류를 늦추면서 드라마에 출연했고, 다른 중견 배우들 역시 겹치기 출연을 하며 강행군을 지속해야만 했다. 재밌는 건 50부작인 줄 알고 합류했던 연기자들에게 66부작 종영은 연장이었지만, 70부작 종영으로 알고 있던 KBS는 66부작 종영이 '조기종영' 이었다는 사실이다. 방송사와 연기자들 사이에서 대본을 내보내야 했던 김수현의 입장이 편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처럼 8개월 동안 어렵고 힘들게 '억지로' [엄마가 뿔났다] 를 만들어 냈으니 김수현과 제작진들의 표정이 좋았을리 만무했다. 특히 할 말은 하고 사는 김수현 작가가 "학대 받은 느낌" 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 또한 이해가 간다. 그녀는 종방연 때의 직격탄도 시원치 않았는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여러가지 악재 때문에 제대로 버무리지 못했던 자신의 드라마를 두고 김수현은 "허무한 작품" 이라며 시청률과 관계 없이 차가울 정도의 혹평을 가했다. 조금만 여건이 따라주었다면 한자의 가출과 엄마의 안식 휴가라는 사회적 논제를 홈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좀 더 수준 높게 볼 수 있었을텐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김수현의 혹평만큼 [엄마가 뿔났다] 가 그리 허무한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8개월 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도 최선을 다한 연기자들의 명연기에 감탄하며, 그들이 울고 웃을 때 같이 울고 웃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첫번째 존재 이유가 '재미 있어야 한다' 라는 명제라면 [엄마가 뿔났다] 는 이 대명제에 아주 충실했던 좋은 드라마였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엄마가 뿔났다] 의 만족스럽지 못한 작업과정 때문에 단단히 뿔이 나있는 김수현의 자기 비판보다 "1등 드라마에 자부심을 갖고 연기했다." 던 백일섭의 담담한 소회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어쨌든 [엄마가 뿔났다] 는 이번 주 일요일 66회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김수현에게는 "허무한 작품" 이었고, 백일섭에게는 "1등 드라마" 였으며, 김혜자에게는 "힘들고 고난했으나 의미있는 작품" 이었던 [엄마가 뿔났다] 는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힘든 작업 과정 속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둔 [엄마가 뿔났다] 제작진과 연기자 일동에게 심심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퍼온곳.... http://entertainforus.tistory.com/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