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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올림픽_귀화 한국인 당예서, 올림픽 금메달 恨 풀까?

전동키호테 2008. 8. 14. 14:15

 

 

13일 중국 베이징대 체육관. 탁구단체전 여자부 D조 첫 번째 경기에서 다소 낯선 이름의 한국 탁구 선수가 등장했다. 당예서(唐汭序·27·대한항공), 작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다. 그처럼 귀화한 스페인의 션양페이와 맞선 당예서는 현란한 서브로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결과는 3대 0. 11-4, 11-9, 11-4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자 당예서가 주먹을 불끈 지으며 환호했다. 오로지 국제대회에서 뛰기 위해 자신의 국적을 버리고 탁구채 하나 달랑 들고 한국에 온 당예서. 7년 만에 국내 ‘최강자’ 자리를 꿰어 차고 마침내 올림픽 진출이라는 꿈을 이룬 그녀의 ‘금빛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한 환호성이었다.

 

◆6세 때 탁구 시작… 올림픽 꿈 키워

당예서는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나 6세 때 탁구를 시작했다. 허약한 체질 개선을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녀는 장래희망을 적는 난에 ‘올림픽 진출’이라고 적었다. 실제 탁구인구만 1억 명에 달한다는 중국에서 전국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만큼 그녀의 자질은 충분했다.

그러나 올림픽 진출의 길은 멀었다. 중학교를 마친 뒤 중국의 ‘태릉선수촌’인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서 줄곧 생활했으나 폭 넓은 선수층 탓에 올림픽 진출의 꿈을 번번히 접어야 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따로 올림픽대표선발전이 없었고 지도자에게 선택 받는 3명만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당예서는 그 3명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던 1999년, 당예서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한·중 핑퐁커플로 알려진 쟈오즈민이 한국에서 충분히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고 권유한 것. 당예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탁구채 하나 달랑 들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고난의 땅’ 한국에서 마침내 꿈 이뤄무작정 찾아온 한국은 당예서에게 ‘고난의 땅’이었다. 한국대표는 커녕 국적 취득조차 쉽지 않았다. 한국으로 귀화하기 위해서는 5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귀화시험도 쳐야 된다는 사실도 한국에 온 다음에야 알았다. 당예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적을 따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며 “마음 속으로는 중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그러나 당예서는 올림픽 진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대한항공 팀의 훈련 파트너로 그녀는 7년을 버텼다.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 어떤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던 나날들이었다.


2007년 10월. 당예서는 마침내 한국 국적을 획득했다. 그리고 ‘한국인’ 당예서는 7년을 기다린 한을 풀기라도 하듯 나가는 대회마다 승리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2008 세계선수권을 위한 대표 선발전에선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당예서는 탁구환자”

당예서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그녀를 8년째 옆에서 지켜봤던 강희찬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를 ‘탁구환자’라고 부르며 ““토·일요일, 밤 모두 무시하고 훈련에만 매달린다. 생활의 99%는 훈련, 1%는 연구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훈련에만 매진한 뒤, 숙소에 들어가면 인터넷으로 중국선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상대 분석에 매달린다는 것. 그러다 보니 2006년 6월 결혼한 중국인 남편과 같이 지난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다. 2007년 2월 건강이 나빠 한 달간 요양했을 때를 제외하곤 남편과 같이 보낸 적이 없다. 훈련 전념을 위해 남편의 한국행도 거절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월25일 그런 그의 탁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이렇게 썼다. “이번 선발전을 준비하기 위해 당예서는 자청해 중국 베이징으로 혼자 전지훈련을 갔는데 휴대전화를 꺼 놓아 강 감독이 연락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이를 질책하자 그는 ‘중국에 있는 남편과 연락이 닿으면 훈련에 방해될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는 것.”


◆중국 여론의 비난

올림픽 진출의 꿈을 이뤘으나 당예서의 심경은 복잡하다. 중국 동포들이 ‘배신자’라며 등을 돌린 것.

지난 2월 광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의 왕난을 꺾고 당예서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자 중국 내에서 비난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 대회 직후 "올림픽에서 중국을 이기고 싶다"라는 당예서의 소감이 중국 포털 사이트에 번역돼 퍼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던 것.

 

이 같은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중국 언론은 지난 10일 “탕나(당예서의 중국이름)가 13억 인구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중 하나인 탁구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한다. 경기장서 동포의 수많은 야유 소리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탕나가 이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금메달 획득은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미 그의 싸움은 13일 단체전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그는 이 경기에서 스페인의 쉔 얀파이를 3대 0으로 손쉽게 이겼다.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