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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_첫 금메달 유도 최민호이야기

전동키호테 2008. 8. 10. 11:40

이원희가 부러워 혼자서 소주를 7병 마신 적도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친 뒤 친구인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를 보면서 냉정한 세상에 울분을 느끼기도 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드디어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최민호가 금메달을 딴 뒤 유도 남자 대표팀 안병근 감독은 "끝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조금 싱거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1회전 부전승에 이어 결승전까지 총 5경기를 모두 한판승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1분16초(2회전), 1분18초(3회전), 2분28초(8강전), 24초(4강전), 2분14초(결승전). 최민호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까지 불과 7분40초만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민호에게 지난 4년은 그의 표현대로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 매트에서부터 시상식을 준비하기 위해 대기실로 이동할 때까지 최민호는 30분 넘게 엉엉 울었다. 주변에선 '소심남'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러나 최민호는 역경의 시간을 견뎌낸 자기 자신에 대한 고마움과 도움을 준 가족과 지도자들에 대한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라고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프레스룸에서 진행된 최민호는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국내 기자들과의 자유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죽을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되는 훈련은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눈물로 밤을 지샌적도 있다. 심지어 밤에 기도를 하면서(최민호는 카톨릭 신자다) '하느님, 제가 이렇게 힘든 훈련을 견뎌낼 줄 몰랐죠. 아무리 시련을 주시더라도 한번 끝까지 해보겠습니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힘들어도 인터뷰 때마다 행복하다고 했는데.
▶작년엔 못 느꼈다. 그저 입상에만 신경쓰고, 잘 하려고만 했다. 그럴수록 더 힘들었다. 이틀에 걸쳐 운적도 있다. 그런데 올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운동을 하고 있는 게 행복하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훈련에 능률이 올랐고, 체력도 좋아졌다. 기술도 향상됐다.

-꿈에선 늘 1등만 했다는데.
▶꿈꿀땐 정말 좋았다. 꿈에서 '내가 1등이구나'라며 좋아했는데 자고 나면 아니었다. 빨리 올림픽이 왔으면 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1등 꿈을 많이 꿨는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등에 그쳤다. 그래서 '에이, 이번에도 3등 하는거 아닌가'라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올해들어 3번 정도 1등하는 꿈을 꾸니까 하늘에서 금메달을 주시려나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체중조절이 힘들었을 텐데.
▶옛날엔 미친놈 소리 들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40개를 먹었다. 배가 터질 정도로 포만감이 있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먹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꿈을 향해 도전 하니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안 먹게 되었다.

-편안해진 계기는.
▶제 가족은 정말 포근하다. 부모님과 동생 모두 서로 너무 아껴주신다. 또 저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신다. 어머니 때문에 많은 힘을 얻었다. 너무 감사해서 말을 다 하지 못하겠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가 주말마다 고향인 김천에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 또 고등학교 때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새벽 4시에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셨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성당은 원래 문을 5시30분에 연다. 성당 열쇠는 아무에게나 주지 않지만 수녀님이 어머니께 열쇠를 맡겼다. 어머니는 너무 착하고 좋으신 분이다. 동네 할머니들한테도 잘하셔서 찾아오시는 노인분들이 엄청 많다. 나도 천사같은 엄마가 계셔 감사하다고 늘 기도한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방황도 했다는데.
▶아테네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속으로는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주위의 반응이 그게 아니었다. 금메달과 동메달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줄 몰랐다. 한마디로 찬밥이었다. 금메달을 딴 (이)원희와는 친한 사이라 매번 같이 다녔다.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다니다보니 난 늘 뒤에 있었다. 내 스스로 처량하고 힘들었다. 당장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운동할 때도 없고, 메달을 딸 곳도 없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서 여관방에서 혼자 술을 좀 마셨다. (웃으며)소주가 아니라 맥주 7병인데.(사실을 확인해보니 소주가 맞다)

-어머니는 맥주 반명 마신줄 알고 계신다는데.
▶(웃으며) 어머니는 제가 술을 입에도 못대고 밖에 나가 놀지도 않는 줄 아신다.

-3등 징크스를 깼다.
▶작년까지 어떤 대회든 나가기만 하면 3위를 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3등을 안해본 게 없을 정도다. A,B,C급 대회를 가리지 않고 나가면 무조건 3위다. 무척 신기했다. 심지어 단체전도 나가면 3등을 했다.(웃음)

-앞으로 각오는.
▶고등학교 때부터 체중을 빼왔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다음 올림픽엔 66kg으로 체급을 올려 도전하겠다.        < 베이징=신창범 기자 scblog.chosun.com/uschang>


 



[한겨레] “민호 형이 진정한 한판승의 사나이입니다.”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9일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60㎏급에서 결승까지 모두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딴 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7·한국마사회)가 ‘민호 형’의 손을 잡았다.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왕기춘에게 밀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도전이 무산된 이원희는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으로 이번 대회를 찾았다. 이원희는 “제가 4년 전 아테네 때 휴대폰을 다 끄고 오직 훈련에만 몰두했는데, 이번에 민호 형도 그러더라. 하루하루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것 처럼 훈련하더니 그 결과가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이원희는 “형이 국제대회에서 동메달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을 딸 정도로 운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모두 한판승으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워낙 잘 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고 형에게 축하를 보냈다.  이원희는 자신을 대신해 출전한 왕기춘에 대해서도 “기춘이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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