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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타이거 우즈' 앤서니 김

전동키호테 2008. 7. 12. 19:36

'코리안 타이거 우즈' 앤서니 김

16세때 집 나와 독립심 키워, 지는 것 못참는 탁월한 승부근성,

폭발적이고 깔끔한 드라이브샷 "22세때의 우즈 스윙보다 낫다" 

▲ 미 프로골프(PGA)투어 AT&T 내셔널에 출전한 앤서니 김이 18번홀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향해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재미교포 프로골퍼 앤서니 김(23·한국명 김하진)은 당돌했다. 6일 메릴랜드 베데스다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Woods)가 개최한 미 프로골프협회(PGA) AT&T 대회를 우승한 직후 가진 회견 내내 그는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장면 1
―골프에 임하는 당신의 자세가 작년과 많이 달라졌는데…
"작년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앞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 나쁜 친구들과 나쁜 곳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것이다."

장면 2
―아침 일찍 티타임이었던 게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쳤나, 나쁜 영향을 미쳤나. (대회 주최측은 오후에 비가 내릴 가능성 때문에 대부분 오전 10시 이전에 티업했다.)
"새벽 1시까지 이종격투기 경기를 봤다. 티타임이 늦기 때문에 수면 부족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아침 일찍 티타임이 잡히는 바람에 잠을 좀 못 잤다. 밤새 유료 케이블TV를 본 대가라고 생각한다."

―골프 그만두면 격투기 선수가 될 건가.
"몽둥이가 있으면 링 안에 들어가지만 무기 없이는 절대 안 들어간다."

장면 3
AT&T 대회 마지막 날 김은 흰 바지에 핑크색 셔츠, 흰 모자를 쓰고 라운딩에 나섰다. 그의 허리춤에는 AK라고 새겨진 커다란 쇳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꽤 무거워 보여 이목이 집중됐다. 기자들이 그 무거운 걸 차고 어떻게 골프 치냐고 물었다. 그는 "누가 보내줬는데, 우승 못 하면 이런 거라도 차고 나와야 관심 끌 것 아니냐"고 했다.

어느 기자가 그에게 지난달 와코비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파란 재킷을 공항까지 입고 돌아다닌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김은 "우승해서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스폰서인 와코비아가 좋아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런 당돌함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했다.

김은 1985년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김성중(66)씨와 미령(57)씨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살던 집을 팔고 골프장 인근으로 이사 갔다. 골프장 옆에 살아야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오늘의 나는 부모님 덕분"라고 했다. 아버지는 혹독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회에 나가 우승해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으면 야단쳤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진 적도 있었다.

그는 16세 때 집을 나와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가족과 떨어져 잡초처럼 자란 것이다. 그는 너무 일탈하면 부모로부터 혼났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독립한 것이었다. 혼자 빨래하고 밥해 먹고, 돈 떨어지면 굶고…. 김은 이때 겪을 것은 다 겪었다고 했다.

훗날 그는 오클라호마대에 진학했을 때 남들보다 적응이 빨랐다. 처음 부모 곁을 떠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성숙도가 골프 경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우승했는데도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모든 일정은 트레이너와 매니저 등 전문가들이 챙겼다. 골프 천재 소녀였던 미쉘 위처럼 부모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는 골프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동료 골퍼들은 "앤서니는 핀만 보고 친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린 앞에 샌드가 있든, 해저드가 있든, 홀을 향해 친다는 것이다.

지는 것은 누구보다 싫어한다. 친구와의 내기에도 절대 안 진다고 한다.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아주 박살 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성격에서 승부 근성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집안에서 팔씨름이든 골프든 지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차분한 어머니의 성격을 물려받은 게 요즘 큰 힘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김은 분명 미국 사람이다. 미국 기자들은 25세 미만의 미국 골퍼 가운데 한 해에 두 대회를 우승한 것은 타이거 우즈(Woods) 이후 처음이라며 흥분했다. 골프 평론가들은 그가 세번 네번 우승할 수 있다며 '차세대 타이거'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미 골프 평론가들은 300야드가 넘는 김의 폭발적인 드라이브샷이 일품이라고 격찬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다는 것이다. 마크 오메라는 "22세 때의 우즈 스윙보다 낫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는 고교 때부터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었다. 2006년 8월 오클라호마대 3학년 때 프로에 뛰어든 그는 톱10에 자주 이름을 올리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인 최초의 PGA 메이저 대회 우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그에게 타이거 우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은 "내가 메이저 대회를 13개 우승하면 그때 가서 우즈와 비교해달라"는 등 겸손한 답변만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분명 '타이거, 당신이 내 목표야'라는 의지가 불타고 있는 듯했다. 그는 우즈를 형님으로 대접했다. 어렸을 적 우상이 우즈였다고 했다. 우즈로부터 골프장 안팎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겠다는 것까지도 우즈를 따라하는 듯했다.

4일 오후 1시쯤 콩그레셔널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 2라운드를 마친 그는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동양인 꼬마가 그에게 다가가 사인을 부탁했다. 그 꼬마는 사인펜이 없었다. 김이 아무것도 없이 사인을 어떻게 받느냐고 묻자 꼬마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김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다 말고 돌아 나와 자기 모자를 벗어 사인을 한 뒤 꼬마에게 모자를 선물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신경 많이 쓴다"면서 "우즈가 내게 그랬듯 나도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또 부모님이 뿌듯해할 모범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은 기본적인 한국어 대화가 가능했다. 그는 대학 가기 전까지 한글을 읽고 쓰고 할 줄 알았는데 대학 가서 한국어가 많이 줄었다고 겸연쩍어했다. 어렸을 때 한국어를 배우라는 어머니의 배려 덕분에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기도 했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김치찌개다.
 

베데스다(메릴랜드)=최우석 특파원 wschoi@chosun.com  200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