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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법대(法大) 도서관

전동키호테 2008. 8. 9. 21:35

"아무 소리도 내지마"… 살벌한 법대(法大) 도서관

로스쿨로 사시 합격자 줄게돼 '막차 전쟁'
형광펜 긋는 소리라도 들리면 일제히 눈총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연세대 3학년 김성민(21)씨는 최근 법과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뒤에서 날아온 휴지뭉치에 뒤통수를 맞았다. 휴지를 던진 학생은 "형광펜 긋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니까 소리 안 나게 조심해서 줄을 치라"고 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로 가득찬 각 대학 법대 도서관은 요즘 삭막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내년부터 로스쿨이 도입됨에 따라 사법시험의 문(門)이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에서 1000명씩 뽑는 시대는 내년으로 막을 내리고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으로 선발인원이 줄면서 2017년에는 시험 자체가 없어진다. 따라서 사법시험의 '막차'를 타려는 고시생들은 숨막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 박명(21)씨는 학교 내 '고시실'(사시 준비생 전용 도서관)에 입실하기 전에 미리 재킷을 벗고 가방 지퍼를 연다. 고시실 안에서는 옷을 벗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나 가방의 지퍼를 여닫는 소리가 나도 주변에서 일제히 눈총을 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보내낼 때 버튼 누르는 소리가 나도 경고 쪽지가 날아온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고시실 출입문에는 '의자를 조심해 밀어주세요' '구두 소리는 살살' '카세트를 들을 땐 수건으로 감싸주세요' 등의 메모지 5~6장이 항상 붙어 있다.
이 학교 법대 3학년 최모(21)씨는 "최근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으로부터 '책 넘기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핀잔을 들었다"며 "황당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법대 장모(24)씨는 "강의 녹음한 것을 이어폰 끼고 들을 때도 테이프 돌아가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도록 카세트를 완전히 수건으로 싸서 듣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요즘 고시생들에겐 수건과 휴지도 필수품"이라고 했다. 수건은 카세트를 감쌀 때, 휴지는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 깔기 위해서다. 펜을 놓을 때 나는 소리조차 시끄럽다는 이유라고 한다.

살벌하기는 강의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이대 법대 이모(20)씨는 법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쉬는 시간에 강의실에서 오렌지를 까먹은 게 화근이었다.
게시판에는 '오늘 강의실에서 오렌지 먹는 사람을 봤다. 오렌지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다음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 됐다. 쉬는 시간이라도 강의실에서는 뭐 좀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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