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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여행-어디든…이렇게…나홀로…떠난다

전동키호테 2007. 8. 16. 13:27

# 가나다 투어(A-Z Travel)
도시의 거리를 알파벳 순으로 나열한다. 첫번째 거리와 마지막 거리를 지도에서 찾는다. 두 지점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따라서 걷는다. 실험여행자들이 새 도시를 탐험할 때 쓰는 필수 코스. 1991년 26명의 실험여행자가 프랑스 파리 아바예(Abbaye)가에서 존(Zone)가까지 걸은 것이 원조다.

 

응용:서울 가락동(송파구)에서 흑석동(동작구)까지 직선거리로 14㎞, 걸어서 3시간30분 걸린다. 산과 도로가 가로막는다면 버스를 타도 좋다. 파란색 360번 버스가 가락동 농수산 시장에서 흑석 2동 명수대까지 다닌다. 16.1㎞, 요금 900원. 한강 이남을 훑는 황금 노선이다. 가락시장에서 출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롯데월드와 코엑스몰을 거쳐 선릉역~역삼역 ‘테헤란 밸리’를 지난다. 강남역 찍고 고속터미널 돌아 국립묘지를 스쳐 옆구리에 한강을 끼고 달리면 흑석동에 도착한다.

# 마스코트 트래블(Mascot Travel)
나와 꼭 닮은 마스코트를 하나 고른다. 가방 속에 쏙 들어가고, 던져도 깨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는 인형이면 가장 좋다. 여행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새로운 랜드마크가 나타날 때마다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현상한 사진을 모아 ‘마스코트 트래블 앨범’을 만든다. 짜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여행앨범이 완성되었습니다.

·응용:오스트리아 사진작가 빌리 푸크너(Willy Puchner)의 ‘펭귄의 세계여행’ 프로젝트가 원조다. 푸크너는 1988년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펭귄 인형 ‘샐리’와 ‘조’를 싣고 세계여행에 나섰다. 그 후 4년 동안 두 마리의 펭귄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중국 만리장성에서, 시드니와 도쿄와 뉴욕에서 진지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1m가 넘는 펭귄 두 마리를 싣고 낑낑거리며 여행한 푸크너는 이 작업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아멜리에’에도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 앞에서 인형의 사진을 찍어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 여행은 추억을 타고(Ariadne’s Thread)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한다. 전화기를 든다. ‘친구’에게 전화한다. 현지에 사는 사람이라면 친구든, 친구의 사촌이든,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찾은 사람이든 상관없다. 이곳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10곳을 불러달라고 한다. 관광 명소는 제외. 그가 살던 동네, 다니던 학교, 처음 술을 마신 곳, 첫사랑과 만난 곳, 처음 돈을 번 곳 등을 물어보고, 받아 적는다. 지도에 표시한다. 루트를 짠다. 탐험시작!

·응용:다른 이의 추억으로 도시를 새롭게 발견한다. 가까이는 서울, 멀리는 부산. 도쿄, 방콕, 뉴욕 같은 외국 도시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다.

# 청개구리 투어(Counter Tourism)
일반 관광객 여행 패턴과 정반대로 여행한다. 일단 에펠탑처럼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간다. 랜드마크에 등을 돌리고, 그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찍는다. 사진찍는 관광객을 찍거나, 자유의 여신상의 등짝처럼 랜드마크 뒷모습을 찍어도 좋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하지 않은 곳만 골라 일정을 짜는 것도 방법이다.

·응용:앙코르와트처럼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에서 효과가 있다. 일반 관광 루트는 앙코르와트 일출~바이욘 사원~점심~따쁘롬 사원~프놈바켕 일몰. 자, 청개구리 동선을 짠다. 아침 일찍 바이욘 사원 둘러보고 시내로 돌아가 이른 점심을 먹는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점심시간에 앙코르 와트를 한가롭게 둘러본 뒤 프놈바켕 찍고 따쁘롬 사원으로 간다. 누가 앙코르와트가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했나!

# 왼쪽 오른쪽 투어(Alternating Travel)
쉽다. 좌우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빈 손으로 집을 나선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우회전, 두번째 갈림길에서 좌회전, 세번째 우회전, 네번째 좌회전…. 우회전과 좌회전을 반복한다. 막다른 골목, 빌딩, 강물로 길이 막히면 그 때 여행 종료.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응용:동네 탐험에 적격. 5분 걸릴 수도, 5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여행의 끝에 무엇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익숙한 동네가 낯선 여행지처럼 보일 것이다.

# 공항 24시(Airport Tourism)
비행기를 타지 않고 24시간 동안 공항에서 논다. 가방에 여벌옷, 치약, 칫솔, 책 몇권, 펜, 간식, MP3 플레이어를 쑤셔넣는다. 여권은 필요없다. 공항까지 간다. 안내 데스크에서 공항 지도를 챙긴다. 24시간 영업하는 가게와 공짜 라운지를 체크한다. 공항의 식당과 가게를 어슬렁거리고 깨끗한 화장실에서 씻고 닦는다. 허겁지겁 출국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눈을 크게 뜨고 먼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들의 출발시간표를 본다. 내 속의 어린아이가 배시시 웃을 것이다.

·응용:인천공항에 콕 박혀 있으려면 2층이 좋다. 도착층 1층과 출발층 3층은 붐비지만 2층은 좀처럼 찾는 사람이 없다. 현대카드라운지는 출국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현대다이너스M카드로 2명이 들어갈 수 있다. 인천공항 내의 식당들은 그냥 그런 수준. ‘벽제갈비’는 괜찮다는 평이다.

# 에로 투어 (Ero Tourism)
사랑을 찾아 도시를 헤매어 보자. 연인과 손을 잡고 낯선 도시로 주말 여행을 떠난다. 공항, 기차역, 혹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정하지 않는다. 물론 휴대전화도 끈다. 연인의 취향을 당신은 알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고 물어볼 사진도 준비했다. 자, 두 사람은 과연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응용:천생연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실험여행’을 도입한 조엘 헨리와 그의 아내는 하이델베르그·니스· 바덴바덴 등 6개 도시에서 에로 투어를 시도해 6번 모두 서로를 찾는 데 성공했다. 단, 갓 사귀기 시작한 커플은 서로에 대해 좀더 잘 알기 전까지 함부로 시도하지 말 것.

▲실험여행(Experimental Travel)이란
목적지가 아닌 방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여행 형태의 하나다. ‘어디’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방콕·파타야든 현재 살고 있는 동네든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탐험한다. 유머, 우연, 기회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평범한 여행으로는 스쳐 지나갔을 곳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것이 실험여행의 장점이다.

프랑스 작가 조엘 헨리(Joel Henry)가 1990년 실험여행 집단 라투렉스(Latourex:Labratory of Experimental Travel)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관광산업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는 관광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여행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7명으로 출발한 라투렉스의 회원은 현재 200여명. ‘실험여행’ 실험 땐 회원들에게 초대장이 배달되고, 지역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지령’이 하달된다. 이들이 시도한 40여가지 실험여행 방법은 2005년 론리플래닛사를 통해 ‘실험여행(Experimental Travel)’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판됐다.

도움말|‘Experimental Travel’(론리 플래닛사) ‘Latourex’( www.latourex.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