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연예_詩_만화

장미 세송이와 곱창

전동키호테 2006. 5. 10. 13:10
장미 세송이와 곱창
아빠·엄마 잇달아 잃고 곱창집 연 대구 세쌍둥이
미모와 손맛으로 ‘대박’… 가슴뭉클한 사연 책 내

▲ 곱창집을 함께 창업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은 대구의 세 쌍둥이 자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정은·선영·경은씨.더북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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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씻는 냄새는 직접 맡아 보지 않으면 몰라요. 머리카락 속에서부터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꼬리꼬리’하고 퀴퀴한 냄새가 배죠. 아예 콧속에 곱창을 넣고 다니는 기분이에요.”

대구 북구 신격동에서 ‘장미와 곱창’이라는 곱창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은 세 쌍둥이 자매다. 얼굴도 나이도 키도 똑같은 박선영·경은·정은(27)씨는 지난 3월 초 50평 실내에 19개 테이블을 놓은 곱창집을 열었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곱창구이를 판다. 태어날 때부터 매스컴을 탔던 이 세 자매가 장사를 시작하자 KBS ‘인간극장’을 비롯한 언론들이 앞다퉈 다뤘다. 첫달 매출 5000만원에 순익 3000만원이 났다. 월평균 순익이 2000만원. 싸고 맛있어 손님이 넘쳤다.

“처음엔 막내 정은이가 혼자 시작했어요. 손맛이 있어 손님들이 끊이질 않자 나머지 둘이 주방일을 돕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거들었지요.”

젊고 예쁜 세 쌍둥이가 고깃집을 열기까지의 남모를 사연과 살아온 이야기들이 최근 ‘장미와 곱창’(더북컴퍼니)이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세 자매에겐 아픔이 있었다. 부모님을 모두 여읜 것이다. 고교 3학년 수능 시험 직전에 사업에 실패하신 아버지는 좌절로 속태우시다 돌아가셨고, 혼자 남아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마저 지난해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세 자매는 다행히 성인이 되어 있었지만 부모 없는 세상은 그 전과 180도 달랐다.

“더 이상 직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너무 막막했어요.”

대학에서 각각 패션디자인·비서행정학·관광통역을 전공한 자매는, 결혼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오빠·언니를 제쳐 놓고 자신들 셋이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제 믿을 건 자신들밖에 없었다. 곱창집은 그렇게 열게 됐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 전까지 내 손으로 밥을 해본 적도 없었어요. 엄마가 ‘어차피 시집가면 징그러울 정도로 할 일’이라며 설거지도 안 시켰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싶었죠.”

사실 키 170㎝에 늘씬한 몸매, 입 주변 보조개까지 똑같은 이 미녀 자매들이 주눅 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6년 전엔 같은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도 함께 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라는 말의 무게가 어떤 건지 정말로 우리만큼 절감한 사람도 드물 거예요. 또래 젊은이들이 우리들 이야기에서 뭔가를 깨닫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면 합니다.”

각각 1분과 40초 간격으로 태어났기에 언니 동생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는 세 자매는 수많은 ‘팬’까지 거느리고 있다. 셋은 “다음 카페에 있는 팬 클럽 ‘세 쌍둥이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2000여명과 함께 주말마다 고아원·양로원 봉사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똑같이 씨익 웃었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입력 : 2006.05.09 23:5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