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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이’보다 엄격한 드레스코드, ‘화이트타이’

전동키호테 2013. 11. 8. 17:53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 11월 5일 버킹검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건배를 하고 있다. / photo by 조선DB

 

영국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런던 버킹검궁에 초대받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주재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박대통령은 주황색 저고리에 연분홍색 치마로 이뤄진 한복을 입고 나왔다.

 

영국 국빈방문이나 여왕만찬은 1년에 단 두번만 이뤄질 정도로 영국 왕실의 큰 행사다. 청와대는 이번 유럽 순방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더 까다로운 준비를 해야 했는데, 바로 여왕만찬의 드레스코드 ‘화이트타이(white tie)’였다.
 

수석들에 연미복 대여비 55만원 지급

드레스코드란 파티 주최측이 손님들에게 부탁하는 스타일이다. 결혼피로연 등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흔히 사용되는 드레스코드가 ‘블랙타이(black tie)다. 블랙타이란 남성이나 여성 모두 일반 양복정장은 불가하며 남자들은 턱시도, 여자들은 긴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여왕 만찬에서는 드레스코드 중 최고수준의 ‘화이트타이’가 요구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화이트타이 드레스코드를 적용하는 모임은 없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영국여왕만찬에서나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이트타이란 턱시도보다 더 격식있는 옷인 연미복을 요구한다. 여성의 경우에도 어깨를 드러내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국제적인 행사일때는 ‘전통의상’까지 화이트타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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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이

남자들은 검은색 디너자켓, 실크로 된 양복 옷깃, 검은 바지, 흰색 이브닝 셔츠를 입고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해야 한다. 여자들은 최소한 무릎을 가릴 수 있는 드레스나 치마를 입으면 된다.
 

◆화이트타이
가장 엄격하면서 드문 드레스코드다. 남자들은 검은색 연미복에 검은색 바지를 맞춰 입고 흰색 셔츠에 빳빳한 칼라, 커프스 및 장식 단추, 흰색 나비넥타이와 조끼를 입어야 한다. 여자들은 긴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출처:시크릿코드(폴 룬드 著, 시그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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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냐 한복이냐
연미복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국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을 수행할 청와대 수석들은 연미복 대여에 나섰고, 청와대측은 대여 비용으로 만찬 참석자들에게 1인당 55만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여성이었다. 만찬에 참석할 국내 인사 중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행 대변인 단 두명. 한복이냐 이브닝드레스냐 청와대의 고민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굴이 하얗고 몸은 선이 가늘면서 아담한 체형이어서 한복이 잘 어울리지만, 김행 대변인은 어깨가 넓고 팔다리가 길어 한복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체형이다.
박 대통령은 물론 한복을 입어야겠지만 둘 다 한복을 입는 것보다 대변인은 드레스를 입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화이트타이, 여성은 장신구 필요

그러나 ‘화이트타이’의 여성 드레스코드에는 또다른 조건이 있다. 외교부가 신규 사무관 및 정부 부처 관리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의전교육 자료에 따르면 화이트타이의 남성 코드는 위 자료와 같지만 여성의 경우 ‘긴 블랙 이브닝드레스에 진주 장신구를 하고 백색 긴 장갑을 낀다’고 나와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에게 문의해보니 “여성의 화이트타이는 목과 어깨를 드러내는 이브닝드레스에 보석목걸이 등 장신구가 필수이며 아무것도 없는 목을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라고 한다.


결국 한국 정서상 대변인이 공식 일정에 이브닝드레스에 보석 장신구를 하고 나타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남성들의 연미복 대여비와 같은 비용으로 의상을 마련해야 하기에 고민했다고도 한다. 결국 김행 대변인은 한복을 입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대변인이 우아한 드레스차림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우아한 한복을 입고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검궁에 들어가는 박 대통령을 보며 마치 영국왕실체험을 한 듯 대리만족을 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여러가지 ‘보는 즐거움’을 남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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