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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휴먼북(human book)이다.

전동키호테 2013. 10. 6. 11:14

 

[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문화 컨텐츠를 전공하면서 미국 유학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 장재석(22)씨는 5일 오전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았다.자신이 생각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이 꼭 필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책을 대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장씨가 도서관에서 빌린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이른바 휴먼북(human book)이다.

이날 장 씨가 대출받은 휴먼북은 자신과 비슷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고 미국 유학 경험도 있는 대학생 성원경(26) 씨였다. 이들은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에서 만나 5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장 씨는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물어볼 수 있어 설명회 보다 훨씬 좋다"며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성 씨는 "휴먼북은 처음이라 무슨 이야기할 게 있나 싶었는데, 제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처럼 사람을 빌려서 대화하는 휴먼북, 휴먼 라이브러리 개념은 덴마크의 사회 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지난 2000년 제안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노원구에 처음으로 상설 휴먼 라이브러리가 들어섰고 다른 지자체들도 잇따라 휴먼북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휴먼북은 자신의 경험 등을 재능 기부할 수 있고 대출받은 독자는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어 참여자 모두에게 만족도가 좋다. 노원 휴먼라이브러리의 경우 현재 430명이 휴먼북으로 등록돼 있다.


금융과 부동산, 기업 CEO, 문화, 예술, 종교, 봉사,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휴먼북들이 재능을 무료 기부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 역시 '수출 상담 절차', '창업 비법'에서 부터 '실용음악 작곡', '마술의 세계', '아이 3명 키운 엄마의 노하우', '고부갈등 해소법', '치매 부모와의 단란한 생활'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휴먼북이 되면 주 1~2회, 또는 월 1~2회 정도 일정을 맞춰 독자에게 '대출'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휴먼북은 누구일까?
등록과 함께 대출이 쇄도했고 이제는 지역 사회 유명인사가 됐다는 주부 임정애(64) 씨다.
임 씨의 전문 분야는 '주부 9단'이다. 반찬 만들기에서 부터 살림살이, 아파트 관리에 이르기 까지

경험과 지혜를 전수받을 수 있어 주부들 사이에선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육아와 청소년 자녀 교육법과 관련한 휴먼북의 대출이 많다.
청소년과 대학생층에서는 주로 진로와 취업, 직업 세계와 관련해 휴먼북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최순화 실장은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남보다 앞서 체험한 이야기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면서 "휴먼라이브러리는 소통의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marial@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