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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연금을 수령해야 하나요...?

전동키호테 2011. 8. 30. 08:42

원래 금액의 70% 받지만 '55세부터 수령' 갈수록 급증, 조기연금 23만명… 5년새 2배
돈 가치 갈수록 떨어져… 당장은 이익인 것 같지만 80세 되면 연금총액 손해
장애연금 탈 자격도 잃어 안정적 노후 보장에 비상

 

올 초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김모(55)씨는 지난 3월부터 국민연금 조기연금을 타기 시작했다. 퇴직금으로 1억여원을 받았지만 취직한 딸과 대학생인 아들의 결혼자금과 학비로 묶어놓았다. 대신 연금을 앞당겨 받아 아파트관리비, 세금 등 모자라는 생활비에 보태기로 한 것이다. 그의 연금액은 한 달에 80만원. 61세에 정상적으로 타면 113만원을 받지만 6년 앞당겨 받는 바람에 30%가 깎인 액수다. 김씨는 "받는 돈이 줄어들지만 돈 가치가 매년 떨어지는 상황에서 먼저 받는 게 이익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2007년부터 연봉 3000만원이 되는 사람들도 조기노령연금을 받도록 허용하면서 조기연금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도 앞다투어 조기연금 대열에 합류해 노후 생활 보장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기연금을 타는 퇴직자는 23만4000명으로 2006년의 10만1100명보다 배가 늘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의 조기연금 신청이 작년 1만4133명(만 55세)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7561명(만 55세)으로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노령연금은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상 연금의 30%까지 대폭 깎아 55~59세에 지급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이 '발등의 불'인 생활비를 해결하려고 일찍 연금을 타는데, 55세 신청자가 전체 조기연금 신청자의 37%에서 작년에는 41%로 껑충 뛰었다"며 "이렇게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정상 연금보다 훨씬 적은 조기연금을 타게 되면 노후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80세가 되면 정상 연금이 조기연금보다 2200만원 더 타=1988년부터 연금에 가입해 올 5월 대기업 부장으로 명예퇴직한 이모(55)씨. 1988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퇴직 전까지 연금 보험료로 월 16만2000원(회사 부담금 제외)을 낸 그가 지금까지 23년간 낸 보험료는 6055만원이었다.

이씨가 55세로 당장 받을 수 있는 조기연금액은 월 73만6700원이다. 61세에 받을 월 105만2540원의 70%다. 조기연금은 한해 일찍 받을수록 정상 연금의 6%씩 깎아 55세 때는 70%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연금을 6년 일찍 받는 게 이익처럼 보이지만 정상 연금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이씨의 경우를 계산해보면 명확해진다. 이씨가 평균 수명인 80세가 되면 정상 연금에서 받을 총액은 2억5260만원으로 조기연금 총액 2억2987만원보다 많아진다. 두 연금액의 격차가 2273만원으로 85세까지 타면 4168만원으로 더 벌어진다. 오래 살수록 정상 연금을 타는 게 조기연금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런 결과는 월 2만5000원의 최저 보험료를 내는 저소득층도 마찬가지다.

조기연금을 타면 불이익은 이뿐만 아니다. 월수입이 279만원(세금 공제 전 액수) 이상 있으면 연금 지급이 정지돼 손해를 본다. 연금 가입기간 동안 신체적 장애가 생기면 장애연금을 탈 수 있지만 조기연금 수령자는 장애연금을 탈 자격이 상실된다. 조기연금 수령자는 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채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유족연금도 정상 연금의 60%가 아니라 50%(연금 가입기간 10~19년)밖에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조기연금 수령시기를 57~58세로 늦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퇴직 후도 59세까지 임의 가입자로 보험료 계속 내는 게 유리=전문가들은 "퇴직 후에도 조기연금 수령 대신 개인연금에 가입한 것처럼 연금 보험료를 계속 내라"고 권한다. 이씨의 경우 직장을 퇴직했기 때문에 임의로 연금 보험료를 선택해 낼 수 있다. 최소 가입액수인 월 8만9100원(월 99만원 소득)을 5년간 내면 61세부터 월 112만원을 받는다. 85세까지 연금을 타면 낸 돈의 3.5배(2억6876만원)를 받는다.

반면 보험료를 최고 액수(월 32만4000원)로 내면 월 수령액은 121만원이다. 85세까지 타면 낸 돈의 2.4배(3억6468만원)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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