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경제_建_문화

삼성과 현대의 경영 방식

전동키호테 2012. 6. 20. 23:20

삼성현대차는 대한민국 재계의 양축(兩軸)이다. 지난해 두 그룹의 매출액 합계는 426조원으로 10대 그룹 총매출(946조원)의 45%가 넘는다. 올해 정부 총예산(326조원)보다 100조원이나 많다. 이병철·정주영 창업주의 성격과 스타일 차이만큼이나 두 그룹은 판이한 성장사를 걸어왔고, 주력 업종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그룹이 묘하게 닮아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오너의 경영 방식이다.

두 그룹 임직원을 만나보면 고위직일수록 이건희·정몽구 회장에 대한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회장님이 출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업무 강도와 정신적 긴장도가 4~5배는 차이 나요." "무서운 회장님 앞에서 농담 건네며 여유 부리는 임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현대·기아차그룹 출범 후 13년째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출근 도장을 찍는 정몽구 회장은 현안이 있으면 새벽 5시에도 부회장이나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업무 보고 도중 프로젝터 전등이 꺼지거나 공장에서 자동차 보닛을 잘 열지 못한 임원은 즉각 해임하는 등 연중 불시(不時) 인사를 단행한다. 현대차 임원들의 실직(失職) 불안감은 다른 그룹보다 엄청나게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유례없는 '공포 경영'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도 올 들어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출근 시각을 새벽 6~7시로 앞당긴 데 이어 최근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전격 경질하는 등 '돌발 인사' 빈도를 부쩍 늘리고 있다. 이를 놓고 이 회장이 현대차 경영 방식을 본떠 그룹 내부에 극한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흥미롭게도 '공포 경영'을 구사하는 두 그룹은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최선두 기업으로 도약한 반면, 점잖고 합리적이며 가족적 경영을 표방하는 다른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에 비해 경영 실적은 그다지 신통찮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군주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가 낫다"는 마키아벨리의 경구(警句)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포 경영'이 효험을 계속 발휘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경영 목표가 공공의 대의(大義)에 가까울 필요가 있다. '반경 10m 밖에선 열정과 희망의 대명사이지만, 반경 5m 이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그의 성공은 사익(私益)이나 사감(私感)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혁신 제품 개발이라는 대의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 판단력과 소통도 중요하다. '경영의 신(神)'이라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 파나소닉 회장이 "LCD 대신 플라즈마(PDP)에 사운(社運)을 걸겠다"며 독단적인 오판을 거듭해 회사를 망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일본전산 사장은 아끼는 직원일수록 혹독하게 꾸짖지만 매년 한 차례 직원들의 아내와 부모에게 고마움과 칭찬을 담은 편지를 써 보낸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보상과 직장의 영속성이다. 좋은 경영 성과로 직원들이 많은 인센티브를 받으며 오래 일할 수 있다면, '공포 경영'은 독(毒)이 아니라 '쓴 약(藥)'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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