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교회_主_성광

내가 '교회개척'을 반대하는 이유

전동키호테 2011. 6. 24. 08:40

어렴풋이 기억되지만 내 맘속에도 한 때는 큰 교회 사역의 꿈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큰 교회 사역을 경험해 보고서 마음을 훌훌 털어버렸다. 규모가 크고 여러 제반 여건이 다 갖추어졌다고 해서 사역을 이루는 것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개척교회에서 자라 교회의 성장도 보았고 분열도 보았으며 거기서 은혜를 받고 믿음이 자랐으며 신학을 하고 부르심을 입어 마치 잡초처럼 없는 데서 일구어야 하는 개척정신을 나도 모르게 학습이 되었던 것 같다.

막상 큰 교회 사역을 해 보니 모든 것이 갖추어져있고 인적 자원도 풍부하지만 나는 그래도 개척교회가 좋다. 다 갖추어져 있으니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 다 갖추어져 있으니 변화를 주려고 할 때마다 갖추어짐의 저항이 거셌다. 마치 큰 배가 방향을 틀기 어렵듯이 몸집이 비대해져 순발력이 떨어짐을 경험했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없고 새창조의 기쁨이 있는 개척교회가 좋다. 특히, 너무나 없어서 사람 한 명에도 그 소중함에 전율하는 그런 개척교회가 좋다. 비록, 어중이떠중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신자의 휴식처가 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영혼의 쉼터라면 고대광실에 큰 대리석으로 빛나는 웅장함보다 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소자 같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이 시간이 더욱 귀하다.

교회 안에 물질주의와 학력주의, 교회성장이 아닌 교회당 성장의 유물론이 침투하고 나서부터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악화되고 있는 물줄기를 거스를 자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형교회와 명설교가, 영적 리더십을 포장한 군림, 그리고 물질적 축복을 교회당 증축과 연계한 그 순간부터 교회는 어려운 길에 접어들었던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교회는 교회론을 다시 되짚어봐야 할 심각한 위기에 도래했다.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교회 개척을 막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교회당 개척’을 저지하는 일의 선봉에 나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 도대체 ‘문 열자 낭떠러지’라는 경고를 듣고도 사명하나 붙들고 무작정 개척으로 뛰어 드는가?  목회는 가난할 수밖에 없고 고난과 시련이 뒤따른다고 배웠다. 아마도 과거 1세대 목회자들을 거울로 보듯이 느꼈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리라.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그때 그 방법으로, 고난과 시련을 감당하는 불속으로 뛰어든다.

그래서 난, 쌍수를 벌려 교회당 개척을 극구 만류한다. 대학원 졸업에 박식한 고급인력, 그리고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인재라 할지라도 단 한 가지, 개척에 대해서는 별로 배운 게 없다. 그냥 늘 다 그렇게 하는 거라 믿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왜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
나는 개척을 시도하는 수많은 자들을 만류해 봤지만 열에 아홉은 개척을 하고야만다. 내가 설득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대부분 사명과 연관 지은 결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목회는 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목회를 중단하고자 해도 ‘하나님 이름에 대한 모욕’이라는 죄책감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도 여럿 있다. 그런데 그 첫 단추, 곧 교회(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모임)로 개척한 건지 교회당을 위해 개척한 건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인테리어 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교회가 인테리어로 시작된 곳치고 자립되는 곳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이 짐이 되고 무게가 되어 후임자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십자가에서 죽으실 것을 말씀하실 때, 예루살렘 성전을 삼일 만에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것을 말씀하신 것엔 과연 교회가 건물일까 믿음의 사람일까? 여전히 지금도 유효한 질문일 것이다. 성전은 무엇인가?

차라리 신우회 모임을 시작하든 어린아이들로부터 시작하든, 아니면 고아나 동호회나 작은 불씨들의 모임에서 시작하든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것이 교회임에는 틀림없다.

개척교회에 갑자기 찾아오는 기러기 같은 이들, 그나마 하나님이 보내주신 영혼이라고 들떠서 감격하는 개척교회의 영혼사랑 열정이 사람을 직접 만나고 찾아다니며 말씀을 순전하게 가르치고 전도하는 전도자의 발걸음이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가족, 내 친지, 내 이웃, 내가 만나는 식당 주인, 내가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얼굴을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내 교회리라.

 

옥경원 목사©뉴스미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