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교회_主_성광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돈 선거' 논란

전동키호테 2011. 2. 11. 08:30

 

前회장 등 잇딴 고백·폭로… "공공연한 비밀 터져" 반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돈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직전 대표회장인 이광선 목사(서울 신일교회)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될 당시)나도 돈 선거했다"고 말한 데 이어 10일엔 새 대표회장에 선출된 길자연 목사(서울 왕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목회자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선출 과정의 금품 살포를 폭로하고 나섰다.

2009년 한기총 대표회장 두 번째 도전에서 당선된 이광선 목사는 9일 회견에서 "처음 출마했을 때 '양심과 법'에 따라 선거를 치렀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로 쓰라린 패배를 겪었다. 선거에서 패배한 후 '주여, 내년에는 흙탕물(돈 선거)에 빠져서라도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의 개혁을 이루겠습니다'고 다짐하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강주성 목사(송파보라성교회)는 10일 회견에서 "작년 9월 예장합동 총회가 열린 강원도의 한 콘도에서 40여명의 목사들이 H목사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100만원씩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물론 후보가 되기 위한 선거에서도 금품이 개입됐다는 것이다.

일반인들 입장에선 느닷없는 '양심선언' 혹은 '폭로'에 대해 개신교계에서는 한기총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대부분으로 '터질 게 터진 것'이란 반응이다. 개신교계 인사들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과정의 돈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보수적 개신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기총은 현재 66개 교단, 19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개신교계 최대 단체이다. 임기 1년으로 중임이 가능한 대표회장은 개신교계를 대표해 대통령과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 때문에 '명예'를 원하는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 사이에 대표회장직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방식도 금품선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교계의 분석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실행위원은 당연직인 명예회장·공동회장단과 회원 교단·단체 대표 등 213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군소 교단이 파견한 실행위원들로 '많은 표'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금권선거가 관행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권선거 풍토를 개혁하기도 쉽지 않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실행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자신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식의 제도 변경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기총의 '돈 선거' 논란에 대해 대부분의 일선 목회자들은 깊은 자성과 함께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작은교회살리기연합' 총무 이창호 목사는 "대부분 목회자들은 한기총 선거엔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다"며 "그렇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열심히 목회하는 작은 교회들은 몸살 정도가 아니라 중환자가 된다"고 말했다. 한기총 간부를 지낸 한 원로 목회자는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한기총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