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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_8000m_14봉 완등_세계최초

전동키호테 2010. 4. 28. 09:43

[동아일보] 오은선 단독-무산소 등정 많아

완등 한국인 4명… 세계 최다,  
오은선 단독-무산소 등정 많아, AP “히말라야의 역사가 됐다”

오은선의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 완등은 한국 여성이 ‘세계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전까지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 산악인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만큼 기반이 열악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993년 여성만으로 에베레스트(8850m) 한국 원정대가 꾸려져 고 지현옥이 한국 여성 최초로 정상을 밟았다. 이후 국내 여성 산악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오은선의 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보면 유난히 단독 등정이나 무산소 등정 기록이 많다. 단독 등정이 많은 것은 오은선이 그만큼 남성 위주의 원정대에 의존하지 않은 채 등반을 즐겼다는 얘기다.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은 후아니토 오이아르사발(세계 6번째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걸출한 등반 파트너를 통해 성장했지만 오은선은 오로지 히말라야에게 배우며 주인공으로 섰다.

오은선이 남녀를 통틀어 20번째 14좌 완등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4명(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오은선)의 14좌 완등자를 배출했다. 특히 한국보다 고산 등반 역사가 긴 일본이 아직 완등자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오은선이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를 모두 오른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14좌 등정 경쟁을 벌이던 스페인의 여성 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을 간발의 차로 이기고 그는 이제 히말라야에서 역사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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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최초 14좌 완등] 세상 꼭대기에 올라… 고미영, 너를 보낸다
"미영아, 너의 무덤 앞에서 내가 약속했잖아 꼭 너와 함께 오른다고…
보고 있니? 난 가슴에 네 사진을 품고 왔어
이 산, 이 하얀 눈 속에 너의 사진, 묻어두고 간다"

27일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봉(峯)을 오르는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기온은 영하 30도에 초속 12m의 강풍까지 몰아쳤다. 해발 8000m부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이번에도 무산소 등정을 고집한 오 대장은 "이대로 포기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오은선 대장은 멈출 수 없었다. 그의 품 속에는 한 살 적은 후배 산악인 고미영씨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둘은 히말라야 8000m 이상의 고봉 14좌(座) 완등을 놓고 경쟁하던 라이벌이었고,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랬던 고씨가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바트 하산 도중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 "경쟁에만 파묻히지 말고 손잡고 안나푸르나에 오르자"던 그들이었다. 오 대장은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서기 전 전북 부안의 고미영씨 묘소를 찾아, "여성 최초의 14좌 완등 꿈을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13좌에 오른 경쟁자 에드루네 파사반(스페인)이 내달 초 시샤팡마(8027m) 도전을 예고한 상태였다.

함께 껴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2008년의 오은선(왼쪽)과 고미영. /정정현 기자

전날 캠프2에서 캠프3으로 오르던 중 발생한 눈사태로 아찔한 위기를 넘긴 오 대장은 이날도 한계 상황을 딛고 13시간 15분간 악전고투한 끝에 등정에 성공했다. 불교신자인 오 대장은 정상에 태극기를 꽂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등정을 허락해 준 안나푸르나 여신(女神)에게 감사하는 눈물이었을까.

지난 1997년 7월 가셔브롬II (8035m)에 오른 이후 12년 9개월 만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이었다. 오 대장은 14좌를 완등한 20번째 인물이자, 세계 최초의 여성이 됐다. 오 대장은 안나푸르나 정상의 만년설 속에 고미영의 사진을 묻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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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오은선. 뒤로 1~2m의 봉우리 끝이 보인다./KBS 제공

TV 생중계로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의 안나푸르나(8091m) 등정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오은선의 뒤로 1~2m 높이의 봉우리 끝(꼭짓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봉우리 끝을 손으로라도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궁금증을 표했다.

일반적으로 산악 등정에서는 봉우리의 꼭짓점을 밟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해발 8000m 이상의 봉우리들은 대부분 낮은 기온 탓에 눈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안나푸르나처럼 정점이 뾰족하고 눈까지 쌓여 있다면 봉우리를 밟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래서 고봉(高峰) 등정에서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높이까지 올라가면 ‘정상(頂上) 등정’으로 인정한다. 누가 봐도 정상이라고 인정할 지점까지만 오르면 되는 것이다. 또한 히말라야 봉우리의 공식 높이는 표면에 쌓인 눈이 아닌 땅끝 부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눈이 쌓인 꼭짓점을 밟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히말라야 14좌의 모든 봉우리가 안나푸르나처럼 뾰족하진 않다. K2(8611m)는 정상지점이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라서 최고점을 발로 디딜 수 있다. 마칼루(8463m)에서는 등정 객들이 정상에 꽂혀 있는 나무막대기를 잡기도 한다.

한편 이번 오은선의 등정에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 TV로 생중계돼 논란의 여지가 아예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은 ‘사진 촬영’이 확실한 증거가 된다. 오은선을 후원하는 블랙야크 관계자는 “히말라야 14좌는 각기 정상에 섰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며 “이를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어오면 권위자들이 등정 여부를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등정객의 사진은 셰르파들이 찍어준다. 그러나 단독 등반일 경우에는 직접 ‘셀카’(셀프카메라)로 찍은 뒤 주변을 파노라마로 찍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앞선 등반대가 남긴 흔적을 찍는 경우도 있다.

현재 히말라야 14좌 등정을 공식적으로 확인·집계하는 기관은 없다. 다만 기자 출신으로 50년 넘게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관한 기록을 집계해온 최고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86) 여사가 등정객을 직접 20~30분 정도 인터뷰해서 등정 여부를 확인·판단하고 있다. 오은선도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한 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이동해 홀리 여사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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