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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노벨평화상_오바마 미 대통령

전동키호테 2009. 10. 12. 13:30

위원 다수 좌파 성향.. 영향 여부 관심 , 노벨위원회, 비판 여론 의식 '반격' 나서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이번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정치 성향'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9일 "위원회는 왜 오바마를 택했나"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노벨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이 '좌파'라는 점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의회에 의해 구성되는 만큼 의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2005년 이후 좌파연정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노벨위원회 역시 좌파가 다수인 구조가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 노벨위원회의 구성원 중 토르뵤른 야글란 위원장은 노동당 당수 출신이며, 시셀 마리 뢴벡, 오고트 발레 위원도 각각 노동당, 사회주의 좌파당 소속 좌파 정치인이다.

중도우파 진보당 소속의 잉에-마리 위테호른 위원과 보수당 소속의 카키 쿨만 파이브 위원이 '좌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정치의 시각으로 볼 때 '전통적 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지닌 이는 파이브 위원 한 명 뿐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 대학의 북유럽학 전문가인 테르예 라이렌은 오바마의 유엔 연설은 노르웨이 정가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노르웨이의 외교 노선과도 일치한다는 인상을 주었다면서 이 같은 결과가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11일에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보수 성향 시사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빌 크리스톨 발행인은 이날 아침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나는 노벨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통해)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노벨위원회는 일종의 '반(反) 미국 위원회"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나는 (대통령이) 수상을 정중히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그 곳(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간 뒤, '친(親) 미국적' 연설을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오슬로로 향한다면 "더욱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전사한 미군 병사의 어머니를 보내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밤에 편안히 잘 수 있는 건 미군이 전 세계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메시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칼럼니스트인 조지 윌은 "노벨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위원회가 그간 쌓아온 '진지함'에 대한 먹칠"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후안 윌리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분할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대통령은 그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라면서 "그들(노벨위원회)은 미국과,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 미국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CBS의 밥 쉬퍼 앵커는 노벨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만 안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백악관 관계자 중 누구도 대통령이 지금 노벨상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때 이른 찬양'은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잘 아는 '프로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노벨위원회의 결정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도 반격에 나섰다.
게이르 룬데스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12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다자 외교, 핵무기 군축, 기후 변화 등의 분야에서 알프레드 노벨의 이상을 '어떤 수상자들보다 더' 충실히 구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벨위원회 위원들은 비난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룬데스타드 총장은 또 과거 노벨위원회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 등 보수 정치인들을 수상자로 선정할 때도 그 '정치적 선호'에 대해 해명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에서만 유독 수상자의 이념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내린 '가장 논쟁적인 결정들'은 결국 '가장 성공적인 결정'으로 남았다"면서,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rainmaker@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