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사를 하루 앞둔 나로호의 모습. 나로호가 19일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한 열 번째 국가가 된다. /나로우주센터(고흥)=사진공동취재단
9분만에 306㎞ 궤도 진입 성공하면 세계 10번째 초속 15m 바람 불면 위태
나로호 발사를 하루 앞둔 18일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내 연구원들은 마지막 점검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무리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민국이 세계 10번째 위성 발사 국가로 등재될 수 있는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19일이 한국 우주 개발사에 '환희'의 순간이 될지, 아니면 쓰라린 '아픔'으로 기록될지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비장감으로 가득 찬 분위기였다.
◆긴장 속 마지막 점검 / 이날 오후 나로호 발사지휘센터(MDC).
"엔진 정상, 전자제어 정상, 연료 주입 완료…."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이 30여명의 연구원과 실제 발사 직전 과정의 리허설을 단계별로 진행했다. 가상 발사 준비가 모두 끝난 후 조 본부장이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대형 전광판에 숫자가 나타나 줄어들기 시작했다. "900초-899초-898초…."
발사체통제센터에서 오승협 추진기관체계팀장은 20여명의 국내 연구원과 10여명의 러시아 연구원들과 함께 마무리 점검을 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나로호를 하늘로 올리는 발사대 지하에는 수많은 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연구원들은 케이블을 통해 나로호에 전기를 공급하며 각종 전자장치들을 제어한다. 연구원들이 나로호 지하에서 케이블 작동을 점검했다. 연구원들은 발사 7시간 전에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오늘 점검이 마지막이다.
이곳을 포함해 200여명의 연구원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나로호 발사 리허설을 나로우주센터 곳곳에서 진행했다. 연구원들은 밤 11시까지 낮에 한 리허설을 복기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18일 대전 KAIST 인공위성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궤도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발사 후 540초 만에 나로호에서 분리돼 예정된 궤도를 돌게 된다. /대전=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이륙 후 54초가 가장 중요
19일 오후 5시쯤 카운트다운 시계가 '0'을 가리키면 나로호는 지구 중력의 0.3배(0.3G)의 가속도로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케이블 지지대는 이 순간 옆으로 넘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나로호를 배웅한다.
이륙 직후 나로호는 20여초 동안 수직으로 900m 정도 올라간다. 이때는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급속히 속도가 붙어 이륙 54초 만에 고도 7.2㎞ 지점에서 음속(시속 약 1200㎞)을 돌파한다. 우주발사체 실패의 대부분이 이때 로켓 엔진이나 연료, 산화제 탱크 등 추진기관의 문제로 일어났다. 이 과정을 넘기면 큰 고비를 넘기는 셈이다.
발사 후에는 남쪽 일본 규슈 남부를 향한다. 백홍열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하단 로켓의 엔진은 동체 내부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 발사체 외부 동체는 그대로여도 로켓에서 뿜어 나오는 화염의 방향을 조절, 발사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킥 턴(kick-turn)' 동작이다. 하늘로 솟구치는 데 성공해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인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자동 폭파 명령을 내려야 한다.
◆상·하단 분리시키는 폭발 볼트
발사 후 215초가 되면 과학기술위성 2호를 둘러싸고 있던 상단 로켓의 페어링이 두 개로 쪼개지면서 분리된다. 페어링은 필리핀 동남쪽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부터 14초 뒤 1단 엔진이 정지하고, 3초 후 하단 로켓이 상단과 분리된다. 상·하단 로켓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볼트로 연결돼 있다. 폭발물이 터지면 볼트가 분리되면서 상·하단 로켓이 따로 떨어진다.
우주발사체 실패의 두 번째 요인이 이런 단 분리 실패다. 다 탄 로켓이 떨어지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연소가 시작된 로켓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올 4월 북한의 대포동 2호가 위성을 제대로 궤도에 올리지 못한 것도 2·3단 로켓 분리에 실패해 힘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단 로켓이 떨어지면 우리 기술로 만든 상단 로켓이 58초 동안 불을 뿜기 시작한다. 이 힘으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지구 상공 306㎞ 궤도에 진입시킨다.
발사 후 540초, 마침내 과학기술위성 2호가 상단 로켓에서 분리되면 1차적으로 발사 성공을 발표할 수 있다. 최종 발사 성공은 11시간30분이 지난 20일 새벽 과학기술위성 2호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면서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첫 교신에 성공했을 때 선언할 수 있다.
◆기상 조건은 양호
나로호는 발사 순간 바람이 최대 초속 15m 이상으로 불면 자칫 옆으로 밀려날 수 있다. 또 비구름이 있으면 발사체에 벼락이 내리쳐 내부 전자장비가 망가진다. 다행히 기상청은 "19일 나로우주센터의 기온은 섭씨 23~28도,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평균 풍속은 초속 5m 안팎이어서 발사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갑자기 대기가 불안정해져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소나기는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십상이다. 나로우주센터에 파견된 기상청 관계자는 "발사 당일 나로우주센터에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도 적어 발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광래 우주발사체연구본부장은 "발사 당일 우주센터 내 기상 레이더를 가동해 구름의 상태를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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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발사 예정인 나로호의 성패는 발사 후 11시간30분 뒤 확인된다.
나로호의 임무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무사히 우주로 날아오르는 것이고, 둘째는 탑재한 과학기술위성 2호를 필리핀 근처 태평양 상공의 예정된 위치에 올려놓는 일이다.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제작된 과학기술위성 2호는 대기 중의 습도 변화, 정확한 고도 측정 같은 임무를 띠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나로호에서 분리된 후 남극으로 향한다. 남극을 통과해 다시 북극 지역에 도달하면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상을 떠난 지 약 100분 만에 노르웨이 수발바드르 기지국에 비콘(beacon) 신호를 보내게 된다. 비콘 신호는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할 수는 없으나 신호의 존재만을 확인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수발바드르 기지국이 비콘 신호를 받게 되면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북극을 통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사실상 이것으로 나로호의 임무 성공이 확증되는 셈이다.
수발바드르 기지국을 통과한 과학기술위성 2호는 다시 남쪽으로 향해 남극을 통과한 후 남미 대륙을 관통해 북극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남극에서 북극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7번 반복하면서 과학기술위성 2호는 103분마다 서쪽으로 경도 26도씩 이동해 마침내 일본 동쪽까지 오게 된다. 이때가 발사 후 약 11시간반이 경과했을 때이다. 다시 말해 19일 오후 5시에 나로호가 발사하게 되면 20일 오전 4시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KAIST 인공위성센터가 과학기술위성 2호와 교신에 성공하면 우리 정부는 발사 성공을 20일 오전 공식 선언하게 된다. KAIST 인공위성센터의 장태성 박사는 "첫 교신에서 위성의 고도, 전압, 온도 등을 확인해 위성이 예측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며 "대기 중 습도 측정 같은 위성 본래의 임무는 발사한 다음 3~4주 정도 뒤에 시작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취득한 자료를 전자기파로 전환해 KAIST 인공위성센터로 전송하게 된다. 다른 나라의 기지국이 과학기술위성 2호가 보내는 신호를 잡을지라도 해석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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